돼지국밥 한그릇에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다

돼지국밥을 먹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정형근. 본인 제공

‘언더그러운드의 재야’ 싱어송라이터 정형근이 새 싱글 ‘돼지국밥’을 오는 22일 낮 12시 발표한다.

‘돼지국밥’은 오래된 사진 한장에서 출발한 노래다. 친구들과 돼지국밥을 먹으며 찍은 사진 몇장이 기억의 문을 열고, 그 안에서 첫사랑의 얼굴이 떠오른다. 부산역 골목 국밥집, 김 서린 창가, 양념과 파, 후추, 뚝배기 위로 피어오르는 김 같은 구체적인 풍경은 노래 속에서 지나간 사랑의 감각으로 되살아난다. 정형근은 18일 한겨레에 “1980년대 목포에서 부산으로 가던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의 추억이 담겨있다”며 “부산역 골목 국밥집에서 시작된 기억이 낙원상가 국밥집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정형근 싱글 ‘돼지국밥’ 표지. 한그루 작가 제공

제목은 투박하지만 정서는 깊다. ‘돼지국밥’ 역시 뜨거운 국물 한 숟갈에 첫사랑의 눈물과 이별의 후유증을 겹쳐 놓는다. “인생 냄새 섞여 있지/ 그 국밥집에 앉아 있던 너를/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이라며 추억을 소환한다.

정형근이 작사∙작곡한 노래는 영국 포크록 싱어송라이터 밴 모리슨을 떠올리게 하는 푸근한 올드팝의 질감을 바탕으로 한다. 읊조리듯 부르는 보컬 위에 피아노와 기타가 차분히 놓이고, 트럼펫의 그윽한 선율이 노래의 쓸쓸한 정조를 감싼다. 프로듀서 고민석은 “모던한 토대 위에 국밥 이야기를 얹는 오묘한 조화야말로 정형근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라며 “읽는 것만으로도 국밥집 한 귀퉁이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고 소개했다.

싱어송라이터 정형근. 황소연 작가 제공

정형근은 1979년 데뷔한 뒤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활동해온 포크 싱어송라이터다. ‘한송이 들꽃으로’, ‘효도탕’, ‘예언자’, ‘아내의 빨간 발바닥’ 등을 발표하며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여덟번째 정규 앨범 ‘첫사랑’을 냈다. 오랜 세월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 바깥에서 버텨온 그는 생활의 냄새, 가족과 사랑, 시대의 표정을 거칠고도 시적인 언어로 노래해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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