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트럼프 '몽니'…바티칸 '화해 회동'에 찬물

교황·美국무 만남 앞두고 트럼프 "교황이 이란핵 용인" 또 주장

이탈리아 외무 "교황에 대한 공격 용납 안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오14세 교황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 보유를 교황이 인정한다는 억지 주장을 또 반복하면서 미국과 교황청·이탈리아 간 관계가 다시 삐걱대고 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가톨릭교회의 수장이자 영적 지도자인 교황에 대한 공격은 평화의 대의에 도움이 되지 않고 용납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레오 14세 교황의 모든 행동과 발언에 다시 한번 지지를 표명한다"며 "그의 말은 대화, 삶의 가치, 자유를 지지하는 증언"이라고 강조했다.

타야니 장관의 비판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교황 비난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보수 성향의 라디오 토크쇼 '휴 휴잇쇼'에 출연해 "교황은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도 좋다는 사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만 나는 그것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쟁 중단을 촉구한 교황의 발언을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도 된다는 것'으로 곡해한 과거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미국의 다수 매체는 레오 14세 교황이 전쟁 종식과 평화를 촉구했을 뿐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옹호하거나 용인한 적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허위 사실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전날 "교회는 수년간 핵무기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해왔으므로 이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누군가 제가 복음을 전하는 것을 비판하고 싶다면 진실에 토대를 두고 그렇게 하라"고 꼬집었다.

작년 5월 교황청을 방문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가 반복되면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바티칸·로마 방문이 '화해 회동'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감되는 분위기다.

루비오 장관은 7일 교황을 만난 뒤 8일에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회동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교황 편에 선 멜로니 총리까지 "용기가 없다"며 싸잡아 비난하면서 둘의 관계도 소원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멜로니 총리는 유럽 정상 중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밀착한 지도자로 꼽혀왔다.

루비오 장관은 이번 바티칸 방문이 '화해'를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원래부터 계획된 방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쿠바에서 인도주의 지원 배분 문제와 관련해 가톨릭교회와 협력하고 있다"며 "종교 자유의 파괴, 기독교 소수자 박해, 아프리카 기독교인들이 직면한 도전에 대한 우려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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