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판결도 기본권 침해 시 헌재가 다시 판단"…국힘 반대 속 범여권 표결처리
與김용민, 대법 '헌법 어긋나' 의견에 "헌법 해석은 헌재가, 위헌 아냐"
법원행정처 차장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법조계 "소송지옥 빠져"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김용민 소위원장이 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2026.2.3 eastsea@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안정훈 이미령 기자 = 법원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재판소원법'이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대법원은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로 불필요한 재판의 반복을 초래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법사위 법안소위는 이날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주도로 의결했다.
재판소원이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3심제 근간을 흔드는 사실상의 4심제라고 주장해온 국민의힘은 법안 통과에 반대하면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법안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재판소원은 오랫동안 학계에서 논의됐고 헌법재판소에서도 법안 발의를 요청하며 공론화됐던 일"이라며 "오랜 논의 끝에 이번에 처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될 경우 법원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을 더 꼼꼼히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의 확정판결이라 해도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거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경우 언제든 헌재에서 다시 판단을 받을 수 있다"며 "재판소원 도입이 사법 신뢰를 높이고 국민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두고 재판에 대한 불복 절차를 대법원에서 끝내도록 한계를 두고 있다.
이를 이유로 재판소원 도입이 위헌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법원은 헌법 101조 1항과 101조 2항에서 "재판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서 하되,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재판을 최종심으로 해야 함을 명시했다"며 "법원이 아닌 곳에서 재판한다든지, 불복이 있다 해서 대법원을 넘어서까지 재판을 거듭한다면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헌법을 해석하는 최종 기관은 헌재다. 오늘 회의에서 법원행정처도, 법무부도 헌법 해석의 최종 기관을 헌재라고 답했다"며 "헌재에서 재판소원이 합헌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이미 많이 해놨다. '위헌'이라는 주장은 할 수 있지만 헌재는 이미 '합헌'이라고 결정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적과 관련해 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헌법재판과 사법재판은 다르기 때문에 재판소원이 4심제라는 것은 (실제와는) 다른 주장"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날치기 통과'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확정 판결조차 정치가 마음을 먹으면 뒤집겠다는 것"이라며 "사법 장악의 끝"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대체토론 발언권을 요구하며 의사진행에 항의하고 있다. 2026.2.11 eastsea@yna.co.kr
이날 소위에 참석한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이라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기 차장은 "지난해 12월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도 재판소원이 4심제로서 불필요한 재판의 반복과 지연을 초래하고, 헌재의 심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관점에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까지 3심 재판을 거친 패소 당사자에게 새로운 불복 기회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4심의 실질을 가지게 된다"고 부연했다.
기 차장은 또 "중소기업이 수년간 공을 들여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아도 비슷한 물건을 파는 대기업과 법적 분쟁이 생기면 전사적으로 달려들어 소송에 임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몇년에 걸쳐 소송에서 이겨도 소송으로 회사 자산을 다 쓰고 껍데기만 남는다"며 "그런데 대기업은 재판소원으로 또 분쟁을 끌고 갈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가 보호돼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현장에서는 소송이 경제적 강자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며 "누군가 만족할 때까지 재판을 계속할 수는 있겠지만, 재판에 어쩔 수 없이 끌려 들어간 당사자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밤잠을 설치고 생활이 망가질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기 차장은 "1987년 개헌 당시 사법권을 법원에 속하도록 한 것은 법원이 잘나서도, 예뻐서도 아니다. 그리해야 궁극적으로는 국민에게 피해가 가장 적기에 이런 장치를 설계해 헌법에 또렷하게 담은 것"이라며 "이를 허물겠다는 법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법부 내부 우려도 이어졌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확정 판결을 취소할 수 있는 재판을 받는 것이라 기본적으로 '4심제'에 해당하고 결국 '소송지옥'이 된다"며 "인용률도 낮을텐데 헌법심을 통해 권리구제가 되는 것처럼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위헌 여부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받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이런 제도를 '사법개혁'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일선 법원 판사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헌재가 현재 인력으로 (재판소원 사건을) 감당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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