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항소 의견 냈지만…수뇌부는 "실익 없다" 최종 결론
무죄확정 유동규·남욱·정영학 재산 추징보전 청구도 기각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 왼쪽부터),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권희원 기자 = 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사건 1심 무죄 판결과 관련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데에는 법원 판단을 수긍하며 항소의 실익이 없다는 수뇌부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항소 기간 마지막 날인 전날 오후 7시 45분께 언론 공지를 통해 "법리 검토 결과 및 항소 인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무죄 판결을 법리적으로 검토한 결과 항소를 제기해도 뒤집힐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취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부패방지권익위법(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이 사업을 추진할 당시 확보한 정보가 부패방지권익위법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러한 비밀을 이용해 사업자 지위를 얻은 것뿐이며, 이러한 사업자 지위가 배당이익 취득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적시된 배당이익을 얻으려면 성남시의 계획 승인, 심사, 분양, 아파트 시공 등 제3자가 관여하는 후속 단계를 거쳐야 해 직접적으로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사업자 선정 자체를 재산상 이익으로 봐야 한다는 점을 판결문에 적시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사업자 선정 시점이 2013년 12월이어서 부패방지권익위법상 공소시효(7년)가 이미 지난 상황이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도 항소 제기 여부를 검토하면서 해당 부분의 법리를 집중적으로 따져봤고, 고심 끝에 항소를 제기하더라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이유를 밝히며 '항소 인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라는 분석이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사업자 지위가 재산상 가치가 있는 이익이라는 것에 대해 반박하기 어려웠고, 항소를 검토하는 입장에서는 설령 항소심에 가더라도 결론이 바뀔 여지가 별로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위례 사건 수사팀은 대장동 사건과 마찬가지로 항소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이러한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수사팀은 사업상 비밀 입수와 재산상 이익 간 인과관계가 공소시효가 남은 배당이익 취득까지 연장된다며 해당 부분을 상급심에서 다시 판단 받아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수뇌부를 설득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1심 공판 단계에서 낸 재산 추징보전 청구도 무죄 선고와 함께 기각됐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이들의 무죄가 확정됨에 따라 재산 추징보전도 더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장동·위례 비리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을 거치며 그간 항소 제기를 당연한 절차로 여겼던 검찰의 수사 관행이 전면적인 변화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검찰은 판결 내용이 법리적으로 잘못됐거나 사실 판단에 오인이 있는 경우, 양형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때 관행적으로 항소를 제기해왔다. 일선 수사팀이나 수사 검사가 무죄가 난 사건에 항소하겠다고 하면 대체로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수사·기소권을 한손에 쥐고 무분별하게 검찰권을 행사한 과거 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이러한 항소 관행은 더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게 검찰 내부의 분위기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항소 관행'을 지적한 바 있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취임 후 줄곧 검찰의 기계적·관행적 항소를 지양해야 한다는 방침을 강조해왔다.
대검 한 관계자는 "검사의 부당한 기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항소를 자제하고 재판부 판결에 대해 좀 더 엄격하게 법리를 따져본 뒤 항소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게 현재 검찰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위례 항소 포기에 대해 반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박철완 부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정보 공개 요청, 서울중앙지검 입장의 변경 여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항소 포기의 구체적 근거가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박 단장은 구체적으로 검찰이 항소 포기의 이유로 든 법리 검토 결과가 애초 기소할 때와 항소 포기 단계에서 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 위례 사건과 대장동 사건의 핵심적인 법리상 쟁점은 무엇인지, 수사팀으로부터의 항소 의견이 있었는지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의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 검사와 대장동 항소 포기 당시 강도 높은 비판 입장을 냈다가 지난 인사에서 강등된 정유미 검사장(대전고검 검사)도 '위례 사건 항소 포기가 누구의 의사냐'는 등의 비판적인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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