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에서 열리는 현대미술 전시 소식을 보고 기사를 읽어봤어요. 분단의 상징으로만 알던 DMZ를 다르게 바라보는 전시라서 흥미로웠어요.
경기도와 파주시가 12일부터 파주 캠프그리브스 일대와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DMZ 오픈 전시 스테이징을 열어요. 국내외 작가 14명이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26점을 선보이고, 전시는 11월 29일까지 이어져요. 분단과 전쟁의 역사를 되짚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생명, 사물의 관계를 들여다본다고 해요.
전시 제목의 스테이징은 프랑스 과학기술학자 브뤼노 라투르의 개념에서 가져왔어요. 어떤 존재와 사실이 특정한 조건과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과정을 뜻해요. DMZ를 작품의 배경으로만 보지 않고 인간과 비인간, 사물과 환경, 역사와 현재가 관계를 맺는 무대로 보자는 취지예요.
작품도 인상적이에요. 멕시코 작가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의 눈먼 자화상 연작은 멕시코에서 DMZ까지 오는 여정에서 모은 신문과 전단, 엽서로 만들었고, 관람객이 종이를 들어 올려야 내용을 볼 수 있어요. 안규철 작가의 신작 아홉 개의 의자는 온전한 의자 8개를 해체해 망가진 의자 9개를 만든 작품으로, 부조리한 상황이 DMZ와 닮았다는 생각을 담았다고 해요.
박찬경 작가의 블랙박스: 냉전 이미지의 기억은 1997년 첫 개인전 작업을 이번에 재제작한 거예요. 박찬경 작가는 30년 전에 만든 작품인데 지금도 현실을 이야기한다는 게 슬프다며, 더는 이런 작업을 할 필요가 없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선무 작가의 봄놀이는 남북 청소년들이 한 강가에서 음식을 만들고 어울리는 장면을, 이요나 작가의 대기실은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현실을 스테인리스 파이프 구조로 보여줘요.
전시를 기획한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은 DMZ를 분단과 갈등의 상징을 넘어 서로 관계를 맺는 역동적인 장소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어요. 전시 기간이 한 달 반 정도 남아 있으니 방문 후기와 관객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