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주요 도시의 군사 시설 수십곳이 잿더미가 된 정황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다.
비비시(BBC) 방송은 3일(현지시각) 3월 초부터 6월 말까지 이란 이스파한, 부셰르 등 800곳을 찍은 위성사진 25만장을 민간 업체 ‘플래닛 랩스’로부터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비비시의 공개정보 데이터 기반 보도팀 비비시 베리파이는 위성사진들이 미국 정부 요청에 따라 3월9일부터 접근이 제한됐다가 최근 해제됐다고 밝혔다. 군사정보 분석업체 제인스에 따르면 해당 위성사진들에는 탄약 저장구역, 탄도미사일 기반 시설, 핵 및 지대공 미사일 기지, 해군 기지 등 다양한 목표물이 타격을 입은 모습이 담겼다. 위성사진 속 지역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전에도 영상들로 확인됐지만, 이번 사진들은 공격의 구체적인 표적과 피해 규모를 더 자세하게 보여준다고 비비시는 설명했다.
비비시 베리파이는 특히 이란 남서부 해안 도시인 부셰르와 중부 내륙 이스파한 지역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제인스는 부셰르 지역의 경우 항공기 격납고, 탄약고, 조선·수리 시설, 부두, 미사일 발사 기지 등 이란 정부 시설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시설물이 눈에 띄게 손상됐다고 밝혔다.
위성사진에는 부셰르의 건물 지붕이 무너진 모습이 찍혔고, 파괴된 항공기와 침몰한 선박들도 포착됐다. 부셰르 국제공항을 포함한 여러 활주로에도 커다란 구덩이가 나타났다. 온라인 지도에서 ‘군사 지역’으로 표기된 곳에서는 거의 모든 건물이 파괴된 모습이 확인됐다. 제인스의 중동 지역 국방 전문가 제레미 비니는 비비시에 “관찰된 피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보고한 광범위한 공습 작전과 일치한다. 이는 상비 전력을 공격할 뿐만 아니라 그 배후의 기반 시설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스파한시와 나탄즈에 각각 핵 시설이 있는 이스파한주 사진에서는 군사 시설에 대한 피해 규모가 드러났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란의 ‘셰카리 8’ 공군 기지에서도 건물이 파손된 흔적이 보였고, 이스파한시 남쪽에 있는 한 군사 기지에서는 60개 이상의 건물이 심하게 손상되거나 파괴됐다.
이번에 공개된 위성사진들은 플래닛 랩스가 찍은 중동 지역 사진 일부에 불과하고, 이라크·레바논·이스라엘·가자지구 등 중동 대부분 지역에서 여전히 접근 제한 조치가 유지되고 있다고 비비시는 보도했다. 비비시는 “사진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는 탓에 언론인, 인도주의 단체, 분석가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 특히 군사 목표물과 민간 기반시설에 대한 피해를 평가하는 데 제약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