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응원’과 ‘호남 반도체 비난’이 공유하는 공멸의 세계관 [논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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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논썰의 이재성입니다.

 

지난주 있었던 두 가지 사건에 관한 영상을 보실 텐데요. 여러분은 둘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6월 29일 서울 목동종합운동장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배재고 대 광주제일고’ 경기)

우리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을 호남에 보내겠다고 합니다. 수백조원을 투자하는 기업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입니다. (중략)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네가 가라 호남’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6월 29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앞의 영상은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선수들의 5·18 조롱 응원이고요. 뒤는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에 대한 비판입니다. 배재고는 일부 학생의 일탈인 것처럼 서둘러 해명했지만, 선수들이 합을 맞춰 율동까지 하는 영상이 뒤늦게 공개됐습니다.

 

장동혁 대표 사퇴를 두고 다투고 있는 국민의힘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비판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추경호 대구시장도 나섰습니다.


오히려 지역 갈등과 불신을 키우는 국가 균열 발전에 가깝습니다. (추경호 대구시장, 6월 29일 국회 기자회견)

어떻습니까? 일사불란하죠? 내홍을 겪는 당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저는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과 서남권 반도체 비판이 호남 지역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재고등학교는 채플 수업을 운영하는 기독교 학교죠. 이승만 대통령의 모교로도 유명합니다. 윤석열의 12·3 내란 이후 이른바 ‘윤어게인’ 세력이 극우 기독교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데, 혹시 배재고도 이와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수요일(1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배재고 야구부를 중징계했죠. 앞으로 6개월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없고, 광주일고와의 경기는 몰수패로 기록됩니다. 공정한 경쟁 속에서 상호 존중의 스포츠맨십을 배우는 학생 스포츠 경기를 차별과 혐오의 현장으로 전락시킨 행위에 대한 합당한 징계입니다. 그런데 국민의힘 계열 정치인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벌이 너무 과합니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 7월 2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저는 교육청이 만약에 이걸 조사를 해서 만약에 학생들을 징계한다 이러면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이게 공산주의 국가입니다. 이게 스포츠를 할 때 통상적 야유를 합니다. 야구나 축구할 때 상대방을 야유하죠. (홍석준 전 국민의힘 의원, 6월 30일 광주방송(KBC) 라디오 ‘박영환의 시사1번지’)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탱크데이’ 이벤트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불매운동이 벌어졌죠. 그런데 전두환 신군부의 군홧발에 짓밟혔던 광주의 후예들에게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고 놀리는 게 “통상적 야유”입니까? 배재고 선수들은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가 왜 논란이 됐는지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그 논란을 이용해 피해자를 조롱했습니다. 비극의 역사를 조롱의 수단으로 사용한 고의적이고 노골적인 도발입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라거나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고 두둔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원래 이렇게 너그러운 집단이었나요? 중학생도 아니고 고등학생입니다. 국민의힘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 청소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오지 않았나요?

 

선진국들은 스포츠 경기장에서의 차별이나 혐오 행위를 강력히 처벌합니다. 스포츠 정신을 위배해서이기도 하지만, 다중이 모이고 시청하는 행사에서 잘못된 행동을 방치할 경우, ‘이래도 되는구나’라는 선례가 쌓이면서 오랜 시간 구축한 인권의 마지노선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전설 대런 플레처(42)의 아들인 잭 플레처(19)가 경기 중 상대 선수에게 “너 게이야?”라고 말했다가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부터 징계당한 사실 알고 계셨나요? 먼 얘기도 아닙니다. 바로 지난 3월입니다. 잭 플레처는 21세 이하(U-21) 맨유 소속인데요. 심판은 잭 플레처의 동성애 혐오 발언을 듣자마자 즉각 퇴장을 명령했고, 나중에 열린 징계위에서 6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1500파운드(약 294만 원)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나이가 어리다고 봐주지 않습니다.

 

영국 토트넘의 벤탄쿠르가 동료였던 손흥민 선수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7경기 출전 정지와 1억8천만원의 벌금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던 사례도 기억하실 겁니다. 관중도 마찬가지입니다. 2024년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향해 인종차별적 모욕을 한 관중 3명에게 스페인 법원이 징역 8개월과 2년간 경기장 출입 금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단순한 야유라고 봐주지 않고 ‘범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유럽축구연맹(UEFA)과 국제축구연맹(FIFA)도 차별적 응원이 반복될 경우, 해당 구단이나 국가의 홈 경기장을 폐쇄하거나 경기 몰수패와 대회 퇴출까지도 결정합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인종 차별이나 혐오 발언과 행위를 적발하면 즉각 처벌합니다. 행위자가 팬이든 선수나 구단 관계자든 가리지 않습니다. 팬이라면 시즌 출입권 박탈 및 영구 출입 금지, 선수나 구단 관계자라면 경기 출장 정지나 벌금 등으로 처벌합니다. 심하면 형사고발까지 합니다. 행위 장소가 경기장이든 소셜네트워크든 상관없이 처벌합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야구협회의 징계를 비판하고 혐오와 조롱에 온정적인 이유는 명백합니다. 배재고 선수들의 ‘스벅 옹호’ 주장에 내용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보여드린 나경원 의원 페북에 ‘스벅 갈 자유도 빼앗더니’라는 표현이 있었죠. 누가 언제 스벅 갈 자유를 빼앗았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 다수가 잘못된 행위를 비판했을 뿐입니다. 불매운동은 개인의 선택이고요. 나 의원의 이런 주장에는 스타벅스가 대체 뭘 잘못했느냐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더 들어가면, 전두환 신군부의 5·18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을 긍정하고 싶어하는 열망이 숨어 있습니다. 이런 열망이 한때 밖으로 표출된 것이 군사평론가 지만원씨로 대표되는 ‘5·18 북한군 침투설’입니다. 지만원씨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는 등 법적 평가가 완료되자 이제는 좀 잠잠해졌는데요. 여전히 5·18을 부정하고 헐뜯으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 헌법에 5·18 정신을 담는 원포인트 개헌 시도가 좌절된 것도 국민의힘의 반대 때문입니다. 배재고 선수들의 스벅 응원은 잠깐의 일탈이나 실수가 아니라 전두환의 계엄을 옹호하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역사의 맥락 위에 서 있습니다.

 

광주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일반적인 차별과 혐오와는 또 다른 성격을 지닙니다. 자국의 군대가 국민을 향해 총을 난사한 동족 학살의 비극을 미화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더 위험하고 그래서 더 엄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호남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희생양 같은 존재입니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시작된 영남 편중 발전 전략과 호남지역 차별은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 학살로 정점을 찍습니다.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우리가 가진 자원과 기회를 한쪽에 몰아 가지고 올인했죠. 수도권 영남에 올인했습니다. 그 결과 수도권 집중이 발생했고 지방 소외가 발생했고 지방 소외 중에서도 영남과 호남을 차별하면서 약간의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략) 그러나 어쨌든 그 결과로 동서 간에 엄청난 차별이 발생했죠. 격차가 발생했습니다. 얼마나 서럽고 외롭고 슬펐겠습니까? 그 긴 시간을. (이재명 대통령, 6월 30일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이재명 대통령이 밝혔듯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역사적으로 누적된 만성적인 저개발 상태를 바로잡는 교정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최대 국정 목표 중 하나인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이기도 합니다. 물론 재생에너지가 풍부해서 RE100 기준을 맞추는데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땅값이 싸다는 점이 기업에 매력적인 요인이 됐을 겁니다.

 

그런데 비판론자들은 물이 부족하다느니 전기가 부족하다느니 온갖 트집을 잡아 반대하고 있습니다. 용인은 물이 풍부하고 전기가 남아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입니까? 대만의 TSMC가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애리조나 피닉스 북부 지역은 아예 사막입니다. 부족한 인프라는 만들어서 채워 넣으면 됩니다. 수도권에 배치할 땐 아무 소리 하지 않다가 호남에 추진하겠다고 하니까 이렇게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냥 호남이라서 반대하는 것 아닌가요? 이게 지역주의가 아니면 무엇입니까?

 

국민의힘은 양심을 되찾길 바랍니다. 박정희의 공화당 이래 전두환의 민주정의당(민정당)과 노태우의 민주자유당(민자당), 김영삼의 신한국당과 이회창의 한나라당, 박근혜의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을 거쳐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호남을 내부 식민지화했던 자신들의 역사를 기억한다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반대하면 안 됩니다.

 

이명박 정부는 국정원이 알바까지 고용하며 일베 문화를 퍼뜨렸죠. 5·18 희생자들의 주검이 담긴 관이 즐비한 사진을 올려놓고 멸칭을 사용하며 낄낄 거리던 그들의 만행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바로 그 일베 문화가 혐오 놀이로 진화해 지금 10대와 20대 사이에 만연합니다. 나라를 동서로 갈라놓은 것도 모자라, 세대를 갈라쳤습니다. 혐오와 차별의 끝은 분열과 폭력입니다. 지금 당장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두둔하다간 국가와 사회가 공멸합니다. 국민의힘은 명심하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논썰이었습니다.


기획·출연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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