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구호는 '반드시 일어서리라'…美 독립 250주년과 같은 날
이스라엘 기습 가능성과 안전사고 대비해 테헤란 경계 최고조
후계자이자 아들 모즈타바의 첫 등장 여부도 관심 집중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이란의 2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이 4일(현지시간)부터 일주일간 수도 테헤란,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 등에서 열린다.
전쟁이 시작된 2월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에 사망한 지 126일 만이다.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시신은 전날 테헤란 시내 대형 예배장소인 이맘호메이니 대(大)모살라로 운구됐고 외교 사절의 조문을 받았다. 이란 국영방송은 단상에 놓인 그와 딸, 사위, 손녀 등 함께 폭사한 가족의 관을 보고 울부짖는 시민들의 모습을 방영했다.
본격적인 장례식은 4일부터 시작된다. 이날부터 이틀간 일반 시민들이 테헤란 모살라에 안치된 그의 관 앞을 지나며 추모하는 방식으로 조문한다. 6일엔 이란 중부 종교도시 곰으로 옮겨 조문 행사를 이어가고, 7일은 이라크의 시아파 성지 카르발라를 비롯해 바그다드, 나자프에서 장례식이 엄수된다.
이란 북동부의 시아파 성지이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고향이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성지에서 9일 열리는 매장 행사로 장례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다.
이란 정부는 4∼5일 테헤란에서 열리는 조문 행사에 이란 인구의 20%가 넘는 최대 2천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1989년 6월에 치러진 초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장례식 당시 테헤란에 1천20만명이 모인 바 있다.
테헤란시는 조문객들을 위해 빵 5천만개를 준비했으며, 수도권 내 모스크 5천여곳과 학교 700곳을 숙소로 개방했다. 이 기간 테헤란 시내 상점은 강제 휴업한다.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약 100개국에서 200명의 고위급 조문단이 이란을 방문한다.
이란과 미국의 종전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파키스탄에서는 국가 정상인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직접 조문하기로 했다. 중국은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의 허웨이 부위원장이 장례식에 참석한다. 이란 정부는 약 600명의 외신 기자도 초청했다.
이란 당국은 이번 장례식의 구호를 '반드시 일어서리라'로 정했다. 장례식을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계기로 삼아 전쟁으로 혼란해진 민심을 결속하겠다는 의도를 강하게 드러낸 셈이다. 테헤란 시내엔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생전 모습에 이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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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이 시작되는 7월4일이 공교롭게 미국 독립 250주년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번 일정에 대해 이란 당국은 지난달 25일 아슈라(이맘 후세인의 순교 추모일)에서 아르바인(아슈라 뒤 40일째)으로 이어지는 성스러운 기간에 장례식 일정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사망을 시아파 무슬림이 가장 숭모하는 이맘 후세인의 비극적 죽음에 투영해 그가 이교도(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서방 기독교 진영)에 맞선 성전의 순교자가 됐다는 종교적 서사를 구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하필 미국의 축제일에 미국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초대형 국장을 치르기로 한 이란의 결정은 미국에 강력히 맞서겠다는 반미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특히 대미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도중이라는 점에서 이런 정치적 의미는 더욱 부각된다.
사망 뒤 늦어도 48시간 안에 매장하는 게 이슬람의 관습이라는 점에서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장례식 일정은 상당히 지연됐다. 장례식을 노린 미국·이스라엘의 공격 우려를 감안한 판단으로 보인다.
이란 당국은 비록 휴전 중이지만 이란의 지도부가 대거 집결하는 이번 장례식을 겨냥해 이스라엘이 기습적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장례식장인 모살라 주변을 사실상 봉쇄했다. 또 곳곳에 군병력과 저격수를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런 봉쇄 조치는 안전사고에 대비하려는 목적도 있다. 1989년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장례식 때는 40도가 넘는 폭염 속에 인파가 밀집하는 바람이 최소 8명이 압사 또는 질식사했다.
장례식의 최대 관심사는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최고지도자 자리를 세습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등장 여부다.
전쟁 초기인 3월8일 3대 최고지도자로 임명된 그는 그간 실물은커녕 육성도 공개하지 않았다. 심각하게 부상했다는 소문이 나돌 만큼 은둔의 통치자였던 그가 부친의 장례식에서조차 이란 국민 앞에 등장하지 않는다면 그의 권위는 타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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