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중공업 하청노동 현실 외면”…대법 판결 강력 반발

전국금속노조가 지난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제공

지난 21일 개정 전 노동조합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적용해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전국금속노동조합이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는데도 법원이 형식적인 계약관계만 고려하는 등 시대에 역행하는 판결을 내렸다는 취지다.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에 하청 노동자 차별과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23일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에서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하청노조의 패소 판결을 확정한 것과 관련해 “기업의 책임 회피를 우선하며 노동 3권을 짓밟은 것”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금속노조는 특히 대법원이 원청에 강하게 종속돼있는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쪽 설명을 종합하면, 현대중공업 전체 노동자 약 4만 명 가운데 2만 5천명이 하청 노동자로 하청 비율이 과반이 넘는다.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 원청은 오랫동안 하청업체의 출·퇴근, 휴식시간, 인원 활용, 잔업과 특근, 작업배치와 안전 문제까지 생산 전반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해왔다”며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생산체계에 편입돼 일하지만 임금과 복지, 고용안정 부문에서는 끊임없이 차별받아 왔다”고 밝혔다. 원청이 책임져야 할 때는 뒤로 숨고, 통제할 때만 전면에 나서는 구조가 지속돼왔다는 설명이다.

이번 판결은 과거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하청노조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단과도 차이를 보였다. 앞서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이 하청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사내하청업체를 의도적으로 폐업한 사건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현대중공업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원청을 하청노동자의 ‘노조법상 사용자’로 본 것이다. 실제로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은 이 판결의 법리를 바탕으로 개정된 법이기도 하다.

금속노조는 “해당 판결 이후에도 원청은 부당노동행위 주체에 대한 판결이지 단체교섭 지위를 인정한 판결은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해왔다”며 “그동안 ‘유령’ 취급을 받아온 하청 노동자의 처우는 나아지지 못했고 조선소의 불안정한 노동 구조 역시 점점 더 악화됐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이번 소송이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전인 2017년에 제기된 만큼 개정 전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개정 전 법률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종전 법리를 변경해 개정 노동조합법과 유사한 내용의 법리를 창설·적용하려는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좁게 해석한 것이다.

금속노조는 이에 대해 “이미 사회는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가 사용자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대법원은 시대적 요구와 노동 현장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투쟁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며 현대중공업에 △하청·이주 노동자 차별을 중단하고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보장할 것 △고용 보장에 책임있게 나설 것 △위험의 외주화와 불법적인 다단계 하청 구조를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서는 대법관 4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이흥구·오경미·신숙희·마용주 대법관은 “노무 제공 관계의 실질에 비춰 노동 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실현할 수 있는 지위와 권한을 가진 자를 사용자로 봐야 한다”며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개정 노조법은 노동위원회와 하급심 법원의 법 해석 흐름을 명확히 규정한 것일 뿐 완전히 새로운 입법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유를 밝혔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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