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고향여자축구단 리유일 감독과 김경영 선수는 기자회견장에만 들어오면 표정이 굳었다. 경기(준결승, 결승) 하루 전 훈련에서는 “까르르” 잘도 웃더니 기자회견장에만 들어서면 표정이 사라졌다. 우승하고도 마찬가지였다. 북한 여자 축구 클럽팀으로 첫 방남한 내고향은 23일 경기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에서 일본의 도쿄 베르디를 1-0으로 꺾고 우승했다. 창단 14년밖에 되지 않은 팀이 일본의 강팀을 꺾고 여자 축구에서 아시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최우수선수(MVP)가 된 김경영을 비롯한 선수단은 환하게 웃으며 인공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았다.
하지만 이후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다시 무표정이 됐다. “북측 여자 축구가 과거부터 굉장히 수준이 높다”라는 마지막 질문은 다 듣기도 전에 자르고 그대로 기자회견을 끝내기도 했다.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북측’이라는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축구업계의 얘기를 들어보면 리유일 감독은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8강전 뒤 기자회견에서도, 2024년 일본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예선 기자회견에서도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고 한다. 당시 그는 “국호를 정확하게 불러 달라. 우린 북한 팀이 아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팀이다. 국호를 정확히 안 부르면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도 했다고 한다.

우승 소감과 이후 각오는 여느 축구팀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내고향 팀은 14년밖에 안됐다. 오늘 이 순간을 위해 감독의 지휘를 따라준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우리가 1등 하도록 성심성의껏 지지해준 가족과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아시아에서 1위가 된 내고향은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챔피언스컵에 출전해 세계 무대를 밟는다. 그는 “창립 14년밖에 안 된 우리가 아시아에서 1등 해서 세계에 진출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그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무표정한 채로 말로 기쁨을 표현했다. 이어 “(우승의 기쁨은) 시상식으로 끝내고, 이번 경기 경험을 살려 세계 무대에 진출해 더 발전하는 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결승에서는 관중 2670명이 경기를 지켜봤다. 준결승(5700명) 때보다 인원은 적었지만 응원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경기 내내 “짝짝~짝짝짝 내~고향” “오~ 필승 내고향” 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기장 외부에는 준결승 때는 보이지 않았던 ‘평양 내고향여자축구단 수원 방문을 환영합니다’ 등의 현수막도 걸렸다. 지난 17일 방남해 한국에서 보낸 약 1주일의 시간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리유일 감독은 “저와 선수들은 오직 오늘의 경기를 위해 일분 일초를 아껴가며 노력했다. 오직 우승에만 신경 썼다”며 선을 그었다.
내고향은 내일(24일) 오후 3시3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출국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