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짝짝~짝짝짝 내~고향” “오~ 필승 내고향”
월드컵 축구로 대표되는 응원 구호가 23일에도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북한 선수로는 8년 만이자, 북한 축구 클럽팀으로는 처음 방남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을 응원하는 목소리다.
내고향은 23일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에서 일본의 도쿄 베르디와 맞붙었다. 준결승(20일)에 이어 이번에도 공동응원단의 열띤 응원을 받았다.
민간단체가 결성한 공동응원단은 준결승에서 남북(수원FC 위민과 내고향)을 함께 응원했지만, 내고향이 수원FC 위민을 꺾고 결승에 진출하면서 이날은 ‘내고향 응원단’이 됐다. 경기장 외부에는 준결승 때는 보이지 않았던 ‘평양 내고향여자축구단 수원 방문을 환영합니다’ 등의 현수막이 걸렸다. 결승에서는 준결승(5700명) 때보다 적은 관중 2670명이 경기를 지켜봤다.
응원이 힘이 됐을까. 내고향은 도쿄 베르디를 1-0으로 꺾고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전반 43분 김경영이 골망을 흔들었다. 완벽한 역습 상황에서 나온 결승 골이었다. 이날 리유일 내고향 감독은 정금과 김경영을 투톱으로 내세웠는데, 전략이 통했다. 김경영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도 뽑혔다. 내고향 선수단은 기뻐하며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기도 했다.
김경영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훈련을 많이 했기에 오늘 같은 결정적인 득점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결승 골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멋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살짝 웃으며 “네. 강팀 일본을 꺾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내고향의 우승은 북한 축구 선수가 남한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내고향이 챔피언스리그 때문에 방남했다고는 해도 2023년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는 등 남북관계가 식은 이후 스포츠 교류도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소속 김보미 북한연구실장은 22일 발행한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방한 평가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팀이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 4강전과 결승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단절됐던 남북접촉이 제한적으로나마 재개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남북 화해의 신호탄이라기보다 국제 스포츠 무대를 매개로 남과 북이 국가 대 국가 방식으로 제한적 접촉을 가진 현실적 단면을 보여준다”며 “구조적 조건이 변하지 않는 한, 스포츠 교류 하나만으로 실질적 외교 관계의 변화나 협력 국면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북한이 우승하면서 ‘상금 지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은 100만 달러(약 15억2000만원)다. 그러나 유엔(UN)과 미국 등의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내고향이 상금을 수령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제재 결의를 통해 국외에서 북한 국적자의 노동과 외화벌이 등을 제한했다. 북한이 국외노동과 외화벌이를 통해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스포츠 상금이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되는지다. 일본 축구협회는 2017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여자선수권대회 때 결승전을 앞두고 북한이 우승하더라고 상금 7만달러(약 1억원)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선수단은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과 지난해 파리여름올림픽 때도 삼성전자가 참가 선수 전원에게 제공한 휴대전화를 받지 못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