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에서 트럼프까지 여섯 행정부 다뤄…신간 '폴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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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워싱턴은 반복적으로 다른 국가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했다. 동시에, 그런 국가들의 행동을 형성하는 내부 메커니즘과 전략적 계산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정책을 추진했다."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조엘 S. 위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원은 신간 '폴아웃'에서 북한 핵프로그램의 진전을 막지 못한 미국의 외교적·전략적 실패의 원인은 상당 부분 미국 행정부의 오만과 정책결정자들의 무지에 책임이 있다고 진단한다.
책은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 약 30년간 여섯명의 미국 대통령이 북핵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한 과정을 추적한다.
저자는 특히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인물로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8년간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증강을 제어할 수 있었던 기회들을 흘려보냈고, 트럼프 대통령의 성급한 성향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이어져 또 한 번의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바마 행정부 초기만 해도 단 하나의 핵무기와 일본에 도달할 수 있는 몇 기의 미사일을 보유하는 데 그쳤던 북한은 오늘날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고를 갖추게 됐으며,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협상대표단에 직접 참여했던 저자는 30년에 걸쳐 북한 인사들, 미국과 다른 국가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눈 경험, 워싱턴·베이징·서울에서 한 300건 이상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미국이 수십년간 반복해온 북핵 외교 정책 실패의 이면을 미국의 시각에서 다룬다.
미국의 역대 행정부가 북핵 위협을 막기 위해 벌인 외교적 노력과 오판, 내부 분열 등을 재구성하고 미국이 북한을 어떻게 인식해 왔고, 동맹국인 한국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봤는지도 보여준다.
책의 제목인 '폴아웃(fallout)'은 핵무기 사용 시 발생하는 방사능 낙진을 뜻하는 동시에 어떤 사건이 초래하는 파괴적 후폭풍을 의미한다.
저자는 과거의 실패로 오늘날 동북아시아는 위험한 군비 경쟁에 빠져 있다면서 평화롭고 안정적인 지역 질서를 구축할 기회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제는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경고한다.
당장 북한은 러시아,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 핵무장 미사일 전력을 증강하는 데 착수하며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모색해온 과거의 노선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적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그는 진단한다.
"미국이 가고 있는 방향은 평양과의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실패를 이해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또 한번의 한국전쟁은 핵무기의 교환을 수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평화군비통제비서관과 평화기획비서관,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한석표 전략사령부 전략기획과장이 한국어판을 공동 번역했다.
메디치미디어. 720쪽.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