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교착 속에 대이란 군사옵션을 다시 검토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핵심 민간공항에 미군 공중급유기 50여대가 집결한 정황이 포착됐다. 휴전 붕괴를 막기 위한 막판 중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 재개에 대비해 군사적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현지시각)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이달 최소 50대 이상의 미군 공중급유기가 배치돼 있다고 보도했다. 벤구리온 공항은 이스라엘의 대표적 민간 항공 관문이다.
벤구리온 공항 계류장 채운 회색 군용기
이 공항에 배치된 미군 급유기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직전인 2월 말부터 늘기 시작했다. 3월 초 30여대 수준이던 급유기는 4월 초 휴전 발효 시점 40여대로 증가했고, 이번 주에는 50대를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 공군 소속 회색 군용기들이 공항 계류장을 채우면서 민간 승객과 인근 도로에서도 쉽게 눈에 띌 정도가 됐다고 전했다.
공중급유기는 장거리 공습 작전의 핵심 전력이다. 전투기가 공중에서 연료를 보충받으면 작전 반경과 체공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미국이 앞서 대이란 군사작전 ‘장대한 분노’를 벌일 때도 중동 지역에 배치한 KC-135, KC-46 계열 공중급유기를 동원해 미군과 이스라엘 전투기의 장거리 침투를 지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급유기 확대 배치도 이란 공습 재개 가능성에 대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군사옵션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액시오스는 이날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제이디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 국장 등 고위 국가안보 참모들과 이란 전쟁 관련 회의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새로운 공습을 명령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로 재공습 결정을 내렸다는 징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중재국들은 휴전 붕괴를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파키스탄 군 최고 지휘관인 아심 무니르 야전원수와 카타르 대표단은 테헤란에 도착해 이란 쪽과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논의되는 문서는 정식 종전협정보다는 전쟁 종식과 향후 추가 협상 원칙을 담은 의향서나 양해각서 성격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재는 이어지지만 핵심 쟁점은 그대로
그러나 핵심 쟁점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입장차가 여전히 크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아야 한다며 고농축 우라늄 재고와 우라늄 농축 문제를 합의에 포함해야 한다는 태도다. 반면 이란은 현 단계의 협상은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해협 문제, 제재 완화에 집중해야 하며 핵 문제를 상세히 다룰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군 군용기가 민간공항에 대규모로 주기되면서 이스라엘 안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 항공사들은 주기 공간 부족을 겪고 있으며, 일부 항공기는 해외 공항에 세워두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민간공항의 군사적 활용이 확대될수록 해당 시설이 군사적 공격 목표가 될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레딩대 마르코 밀라노비치 국제공법 교수는 “이스라엘이 제네바협약상 군사 목표물을 인구 밀집 지역 안이나 인근에 배치하지 않기 위해 가능한 조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