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3세대 스타십 첫 시험비행 성공

스페이스엑스의 역대 최대, 최강 우주발사체 스타십이 22일(현지시각) 텍사스 보카치카 해변의 전용 발사장 스타베이스에서 이륙하고 있다. 웹방송 갈무리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가 역대 최대, 최강 우주발사체 스타십의 12차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비행 과정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10차, 11차에 이어 3연속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함으로써 스페이스엑스는 스타십 기술의 안정성에 한층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날 발사는 2028년을 목표로 하는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아르테미스 유인 달 착륙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춘 3세대 스타십의 첫 발사인 데다, 6월 스페이스엑스의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스타십은 아르테미스의 공식 달 착륙선이다.

스페이스엑스는 22일 오후 6시30분(한국시각 23일 오전 7시30분) 텍사스 보카치카 해변의 전용 발사장 스타베이스에서 스타십을 발사했다. 새로 만든 제2발사대에서 이뤄진 이날 발사는 지난해 10월 11차 발사 이후 7개월만이다.

발사 1시간6분여 뒤 오스트레일리아 북서쪽 인도양 해상에 착수하는 스타십. 웹방송 갈무리

지구 반바퀴 이상 돌아 인도양 착수

스타십은 발사 17.5분 후부터 10여분간에 걸쳐 22기의 위성 탑재체를 사출했다. 20기는 스타링크 모의 위성, 나머지 2기는 개조된 스타링크 위성이었다. 스타십이 실제 위성을 사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개조된 위성 2기는 스타십과 같은 궤적을 비행하며 3세대 스타링크에 탑재될 장치를 시험하고, 카메라로 스타십의 열 차폐막을 촬영했다.

이번 비행에서 슈퍼헤비는 발사대로 복귀하지 않고 발사 6분 후 멕시코만(아메리카만) 해상에, 스타십은 지구를 반 바퀴 이상 돌아 1시간6분여만에 오스트레일리아 북서쪽 인도양 해상에 착수했다. 스페이스엑스는 “이번 비행은 설계를 대폭 수정한 로켓의 첫 시험 비행이어서 발사대로 복귀시키는 젓가락 회수 기술은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행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1단 슈퍼헤비 부스터의 33개 엔진 중 하나가 상승 도중 고장난 데 이어 연착륙을 위한 엔진 분사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슈퍼헤비는 하강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 채 바다에 추락했다. 상단 스타십 엔진 6개 중 하나도 작동하지 않아, 다른 엔진을 더 오래 작동시키는 방식으로 우주에 진입했다. 상단 스타십은 착수 후 화염에 휩싸여 폭발했다. 이번 비행의 최고 고도는 195km, 최대 속도는 궤도비행 속도에 약간 못미치는 시속 2만6500km였다.

우주 비행 중인 스타십. 스타십에서 사출된 스타링크 위성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웹방송 갈무리

높이 124.4m…40층 넘는 아파트 크기

이날 발사는 추진제 탱크의 용량을 늘린 3세대 스타십(블록3)의 첫 발사였다. 3세대 스타십의 총 길이는 1단 슈퍼헤비와 2단 스타십을 합쳐 124.4m로, 2세대에 비해 1.4m가 더 커졌다. 일반 아파트 기준으로 40층이 넘는 높이다. 엔진 수는 1단 슈퍼헤비에 33개, 2단 스타십에 6개를 합쳐 모두 39개로 변동이 없었다.

대신 3세대 스타십에선 엔진이 더 가볍고 더 강해진 랩터3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1단 슈퍼헤비의 추력이 약 8200톤으로 더 강력해졌고,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탑재물 용량이 35톤에서 100톤으로 늘어났다. 이는 1960년대 아폴로 우주선을 달에 보낸 새턴5 로켓은 물론 새로운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에 쓰이는 에스엘에스(SLS) 로켓보다 2배 이상 강력한 힘이다.

3세대 스타십의 추력은 현재 스페이스엑스의 주력 로켓인 팰컨9과 비교하면 무려 11배 더 강하다. 다만 기체를 무거운 스테인리스강으로 제작하고 100% 재사용을 위해 복귀용 연료를 대량 탑재하는 특성상, 저궤도(LEO) 탑재 용량은 팰컨9(22.8톤)의 4.5배 수준이다. 한 번에 탑재할 수 있는 용량이 늘어나면 달 기지 건설에 필요한 발사 횟수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메탄을 연료로 쓰는 랩터 엔진은 힘은 세지고 크기는 작아지는 쪽으로 개량돼 왔다. 왼쪽부터 랩터 엔진 1세대, 2세대, 3세대. 스페이스엑스 제공

아르테미스 달 착륙선 모태 완성

3세대 스타십에는 이것 말고도 다양한 성능 개선 작업이 이뤄졌다. 우선 슈퍼헤비 부스터에선 그리드 핀(격자형 날개)을 4개서 3개로 줄이고, 크기는 50% 키웠다. 이는 발사체 회수 때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리드 핀은 슈퍼헤비가 임무를 마친 후 지상으로 돌아올 때 방향과 자세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또 연료이송관을 다시 설계해 33개 엔진이 동시에 점화할 수 있게 됐다. 1단 엔진이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2단 엔진을 점화해 엔진 효율을 높이는 핫스테이징 시스템도 슈퍼헤비에 통합시켜 안정성을 높였다.

상단 스타십에는 아르테미스의 달 착륙 임무 때 연료 공급을 위한 도킹 시스템이 추가됐다. 우주에서 도킹할 때 사용하는 깔때기 모양의 ‘도킹 드로그’ 4개가 추가됐고, 추진제 이송용 연결부가 설치됐다.

스페이스엑스는 이날 발사한 3세대 스타십을 기반으로 달 유인 착륙선 HLS를 제작할 예정이다. HLS 버전에선 대기권 재진입에 필요한 날개와 방열판을 없애고 대신 달 표면 착륙용 다리와 추력기를 추가한다.

크기가 50% 커진 슈퍼헤비 부스터의 그리드 핀(격자형 날개). 그리드 핀은 슈퍼헤비가 임무를 마친 후 지상으로 돌아올 때 방향과 자세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4세대 스타십은 추력 1만톤 예정

스타십의 연료는 케로신(등유)을 쓰는 팰컨9과 달리 메탄을 쓴다. 메탄은 케로신에 비해 에너지밀도는 떨어지지만 그을음이 없어 재사용에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로켓은 가벼운 알루미늄이나 탄소섬유를 소재로 사용하지만 스타십은 스테인리스강을 쓴다. 스테인리스강은 두 소재에 비해 무겁다는 단점은 있지만 극고온과 극저온에도 잘 견디고 다루기도 쉬워 재사용에 유리하다.

스타십 개발은 2019년 4월 소형 시제기 스타호퍼 시험비행을 시작으로 구체화돼, 2023년 4월 1단 슈퍼헤비와 2단 스타십이 결합된 완전체 스타십의 첫번째 시험비행이 이뤄졌다. 2024년 10월 5차 시험발사에선 발사한 슈퍼헤비를 다시 발사대로 복귀시켜 로봇팔(메카질라)를 이용해 포획하는 이른바 ‘젓가락 회수’ 기술에 성공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 화제를 모았다. 12차례 시험발사 중 7번은 성공했고, 5번은 실패했다.

스페이스엑스는 2027년에는 높이 142m, 추력 1만톤의 4세대 스타십을 최종 제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4세대에선 2단 스타십의 엔진 수를 9개로 늘린다.

금융시장에서는 스페이스엑스 기업 공개 후 일론 머스크가 사상 최초의 조만장자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브리태니커백과

머스크, 사상 첫 조만장자 등극 눈앞

6월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스페이스엑스는 지난 20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 신청서를 제출했다. 스페이스엑스는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750억~800억달러(100조~113조원)의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인공지능 개발과 우주데이터센터 구축에 최우선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스페이스엑스는 2026년 초 인공지능 개발 기업 엑스에이아이(xAI)를 인수·합병할 당시 1조2500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스페이스엑스 주식의 51%를 보유하고 있는 머스크의 지분 가치는 기업 공개 후 6000억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기업공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머스크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조만장자(Trillionaire, 자산 1조달러 자산가)'가 될 것으로 본다. 포브스의 실시간 억만장자 순위(Forbes Real-Time Billionaires) 1위인 머스크의 자산은 21일 현재 8077억달러(약 1100조원)의 가치로 평가됐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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