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오이시디(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20년 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을 언급했다. “이렇게 많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망신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5년 내내 자살사망 주원인 1위를 차지한 정신건강 문제(보건복지부의 2016~2020 전국 자살사망 분석 결과보고서)의 치료 기관인 정신병원에서 학대행위가 공공연히 자행된다는 이야기, 대부분은 아직 수면 아래 있다.
한겨레는 2024년 7월 춘천예현병원을 시작으로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한 울산 반구대병원까지 전국 각지의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사망사건 등을 집중보도해왔다. 환자가 252시간이나 격리·강박 되었다가 사망하거나 5년간 중증 지적장애인 4명을 포함한 5명이 사망한 두 병원 사건은 정신병원의 현주소를 다시 돌아보는 단초가 되었으나, 사회적 관심은 미미하기만 하다. 정신병원과 관련한 몇 가지 쟁점들을 되짚는다.
“어어어.”
환자복을 입은 이들이 말 대신 소리를 내며 의료진을 맞는다. 눈을 맞추고 상대방 얼굴을 살핀다. 가까이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어달라고 손을 잡기도 한다.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
여기는 또 분위기가 다르다. 또렷한 인사말이 이어진다. 의료진이 밖으로 나가자 “가요?”라고 묻기도 한다.
이곳은 발달장애인들이 입원한 정신병원 폐쇄병동이다. 같은 음절만 반복하는 이들은 ‘심각한 행동장애를 동반한 최중증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다. 한두 마디라도 의사소통할 수 있는 이들은 ‘최중증’보다 한 단계 아래 ‘중증’ 판정을 받은 이들이라고 했다.
입원 병상을 갖춘 전국 388개 정신의료기관(2024년 12월31일 기준 국립정신건강센터 보고서) 가운데 언론 취재에 응할 수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정신병원은 병동을 외부에 공개하기 꺼린다. 환자들의 바깥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폐쇄병동은 더욱 그렇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벌어진 병원이라면 언론의 접근을 아예 차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병원을 직접 방문했다간 원무과 직원이나 보안요원에게 끌려 나오기 십상이다. 이는 정신병원 폐쇄병동의 이미지를 비밀의 요새, 인권침해 의혹의 현장으로 고착시킬 뿐이었다.

한겨레가 정신병원 폐쇄병동을 찾았다. 전북 김제시 금산면에 위치한 신세계병원과 신세계효병원이다. 각각 개인병원 또는 의료법인지석의료재단 소속인 두 기관은 협력관계인 ‘형제병원’이다. 정신의료계에서는 심한 행동장애로 인해 장애인거주시설이나 일반 정신병원에 머물지 못하는 중증 발달장애인들을 받아준다 하여 이른바 ‘끝병원’으로 불리는 곳이다. 또 다른 대표적 ‘끝병원’으로 현재 울산경찰청 수사를 받는 울산 반구대병원이 꼽힌다. 반구대병원은 최근 5년간 4명의 지적장애인을 비롯해 환자 5명이 다른 환자의 폭행 등으로 인해 사망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신세계병원과 신세계효병원은 과연 반구대병원과 다른가? 이곳에 입원한 중증 지적장애인들은 위험에 노출돼 있지 않을까? 궁금증을 안고 취재를 요청했다. 일찌감치 취재거부 입장을 표명한 반구대병원과 달리 신세계병원은 흔쾌히 문을 열었다. 19일 오후 김제평야를 굽어보며 김제 구성산 기슭에 자리 잡은 이 병원 폐쇄병동을 방문해 의료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신세계병원과 신세계효병원은 각각 2005년과 2010년 개원했다. 노인·요양병동과 정신병동 등을 포함해 도합 669병상(정신병동만 513병상)을 운영해온 두 병원이 지적장애·자폐장애 등 발달장애인들만을 위한 병동을 세운 건 2022년이다. ‘국내 최초 맞춤형 중증발달장애인 전문 병동’을 표방한 신세계효병원 산하 나누리발달센터다. 이곳에서 200여명의 발달장애인(지적장애와 자폐장애 비율 7대3)을 따로 관리해왔다. 이후 4년간의 전용병동 운영 경험은 올해 2월 또 다른 ‘병동 업그레이드’로 이어졌다. 나누리발달센터의 발달장애인 중 상대적으로 행동장애가 더 심한 81명을 신세계병원 산하 ‘집중병동’으로 옮겨 관리하게 된 것이다.

발달장애인법상 지적장애인이란 “지적 능력의 발달이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하여 일 처리와 사회생활 적응이 상당히 곤란한 사람”이다. 통상 지능지수 70 이하를 기준으로 삼는데, 70 이하 50 이상을 경증 지적 장애로 본다. 나누리발달센터에 입원한 이들은 대부분 50 이하의 중증 지적장애인이다. 그중에서도 지능지수 30 이하인 이들을 집중병동으로 옮겼다. 이 병원에선 이들을 ‘최중증 지적장애인’이라고 부른다. 자타해 사고 발생 우려가 큰 자폐장애인도 함께 집중병동으로 왔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약 1만명으로 추산되는 이른바 ‘고위험군 발달장애인’에 포함된다.
환자 보호자들 입장에선 ‘발달장애인 전문병동’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감을 느낄 만하다. 지능이 낮아 방어능력이 취약한 이들이 최소한 힘의 우위에 밀려 비발달장애인 환자에게 해코지를 당할 걱정은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 반구대병원의 경우엔 발달장애인과 조현병, 양극성 정동장애 환자 등이 뒤섞여 생활했다. 2022년 1월과 2024년 7월 반구대병원에선 지적장애인이 조현병 등 진단을 받은 다른 환자에게 폭행당해 사망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신세계·신세계효병원에서 이런 식으로 사망한 환자는 없다.

발달장애인들은 끊임없이 행동한다. ‘행동장애’ 또는 ‘도전적 행동’으로 불린다. 장판과 침대 매트리스를 뜯고, 변기를 부수고, 이불을 찢기도 한다. 창문 밖으로 쓰레기를 투척하거나 화재발신기와 콘센트, 비상구 안내판, 병동 의자 등 시설물을 파손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정신병원은 문제 행동을 한 이들을 격리·강박한다. 징벌을 가한다며 병실 창틀에 환자의 두 손을 묶어놓은 충북의 한 병원도 있었다.
신세계 병원은 좀 다른 질문을 했다고 한다. 환자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이 무엇인가. 신세계병원에서 대외협력과 소통을 총괄하는 이경현 사회사업과장은 “처음 나누리발달센터를 조성할 당시에는 최중증 발달장애 환자분들의 특성과 치료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여 시설을 마련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운영해보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쾌적하고 좋은 시설이 아니라, 행동 특성과 안전, 감각과 자극, 치료 지속성을 세심하게 반영하는 좀 더 전문적인 치료 공간이었다”고 말했다. 집중병동이 그 결과다.
직접 들어가 본 집중병동에선 미세한 지린내가 풍겼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환자가 많은 탓이다. 다행히 소독약 냄새 덕분에 참을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환자들은 집중병동 1·2·3층에 각각 25명 안팎씩 생활하고 있었다. 나누리발달센터에 있을 때는 80여명이 한 층에서 생활했다. 이경현 과장은 “80여명을 3개 층으로 분산해 혼잡도를 줄이고 인격권을 더 보장해 집중 케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병원이 어떻게 환자의 안전과 위생을 살피고 배려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각층 12개, 총 36개 방은 1인실이고, 나머지는 4인실이다. 자·타해 위험성이 큰 최중증 지적·자폐 장애 환자들은 1인실에서 생활한다. 타인과 관계에서 자극을 줄이고 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1인실은 개방형이지만 ‘액팅아웃’(문제 행동)이 있을 경우 전문의 지시 아래 보호실로 사용된다. 모든 방 창문의 안전 방충망은 6~7명이 달려들어도 뜯어낼 수 없는 특수재질로 했다. 장판도 마찬가지다. 벽면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나무합판을 댔다. 낙상 위험 환자들이 있는 방에는 침대 대신 소변이 스며들지 않는 나일론 재질 자충 매트를 깔았다. 화장실 바닥은 경사를 지게 해 물이 안 넘치고 쉽게 청소가 가능하도록 했다. 대소변을 바닥이나 벽면에 묻힐 경우 바로 씻어낼 수 있도록 복도 중간중간 천장 매립형 고압 세척기를 설치했다.

병원 곳곳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행복이! 여기에!” 등의 큰 글씨가 적혀 있다. 누리집엔 “가장 아픈 손가락을 가장 잘 돌보는 병원”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신세계병원과 신세계효병원이 지난 4월17일 인권위 주최로 열린 ‘2026 정신의료기관 시설·환경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에서 모범 시설 우수사례로 자주 언급된 점을 떠올리면, 마냥 과장된 수사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해 10월 이 병원을 방문한 인권위 실태조사팀에게 큰 인상을 준 시설 중 하나는 나누리발달센터의 660㎡(200여평) 남짓한 중앙정원이었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삼각형 형태로 지어진 건물 한가운데 병동 환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맨발로 산책과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바닥은 안전하고 단단하며 물이 잘 빠지는 폴리프로필렌 소재로 해놨다. 신세계병원 김한주 원장(65)은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반 고흐가 입원한 병원에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실제 고흐가 생전 입원했던 생 레미 정신병원은 정원으로 유명하다. 집중병동 환자들은 신세계병원 본관 뒤 산책로를 이용하고 있다. 다만 이동에 어려움이 있어 오는 6월에 집중병동 앞 330㎡(100여평)에 따로 잔디를 깔 예정이라고 했다. 발달장애인들의 회복을 위해서는 땅을 밟는 게 중요하다는 게 김 원장의 지론이다. 이 대목에서 그는 과거 ‘빚진 마음’ 이야기를 꺼냈다.

김 원장은 1990년대 초반 원광대의대부속제2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과정을 수련했다. 원광대 의대에서 독립채산제로 운영한 230병상 규모의 정신병원이었다. 당시 그곳엔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병동 환자들이 산책하러 가려고 해도 갈 곳이 없었다. 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좁은 방안에만 갇혀있게 하는 것 같아 늘 마음에 걸렸다. 언젠가 정신병동 환자들에게 꼭 땅을 원 없이 밟게 해주고 싶었다. 병원을 개원한 뒤 그 꿈을 이룬 셈이다.
집중병동 환자들은 외부 방문객을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어수선하게 복도들 돌아다녔고, 휴게실 바닥에 엎드려 있기도 했다. 환자복은 깨끗해 보였다. 옷을 자꾸만 벗고 알몸으로 돌아다니려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주로 1인실에 들어가 있었다. 집중병동 81명의 평균 나이는 30.2세다. 보호사들은 한 층에 3.5명씩 상주한다. 김 원장은 “전국에서 알음알음 환경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신다. 환우 가족분들이 많이 홍보해준다”고 말했다. 약물조절과 행동치료, 재활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증세가 호전돼도 다시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은 이들을 집에 데려가 돌보기 곤혹스러워한다.
김 원장은 “인격적 케어를 하려면 인력이 ‘곱하기 2’여야 한다”고 했다. 환자가 81명인 집중병동에는 간호사가 16명, 보호사·간병사가 17명이다. 정신과 전문의는 다른 병동까지 포함해 5명이다. 그만큼의 인력이 신세계효병원에도 별도로 있다. 간호사의 경우 의료법상 환자 13명당 1명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가 넘는다. 김 원장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덤빈다. 피눈물 나게 경영해서 수익 올리고 투자한다”고 했다. “목욕과 식사 도와줘야 하고 똥오줌도 받아낸다. 환자분들이 사람답게 살게 하려면 돌볼 사람이 하나라도 더 필요하다. 투자 없이는 안 된다.” 가령 의료재단 산하 신세계효병원의 발달장애인 환자들을 개인병원인 신세계병원 산하 집중병동으로 옮긴 것도 비용 지출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김 원장의 아버지도 의사였다. 신세계효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지석의료재단의 ‘지석’은 아버지 김기영(1926~2020)의 호다. 김 원장에겐 의료사업이 선대를 잇는 ‘소명’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가르침을 준 이는 원광대 의대 재학 시절부터 은사였던 박민철(76) 교수다. 박민철 교수는 현재 신세계효병원 학술·윤리원장과 나누리학교장을 맡아 김 원장을 곁에서 돕고 있다. 매일 환자도 본다. 학술·윤리원장은 병원 내에서 진료환경 향상을 위해 교육과 자문을 하는 자리다. 나누리학교는 발달장애인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 중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30명 규모 특수교육 모델이다.
신세계병원 본관 홀에서 만난 박민철 원장은 “1980년대 중반엔 요양원에 쇠사슬로 묶여있는 중증 발달장애인들을 정신병원에 데려와 돌보기도 했다. 가족들은 함께 데리고 살기 너무 힘들어한다. 발달장애인들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도 모르고 있지 않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엔 최중증 발달장애인 대상 통합돌봄 지원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가 들어가 있다. 지역사회에 있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다. 정신병원에 있는 발달장애인은 고려되지 않았다. 박민철 원장은 “보건복지부에서 정신장애는 2차관 소속이고, 발달장애는 1차관이 맡고 있다”며 이러한 모순점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 책임제’와 관련해선 중증 발달장애인 환자가 내야 하는 건강보험 진료비를 대폭 깎아주는 산정특례제도 도입, 환경 개선과 외부 인력 지원, 국가 지정 거점병원 확충, 정신병원 수가 개선 등의 대안도 제시된다. 김 원장은 이들 대안에 대해 ‘국격에 맞는 솔루션’이라면서도 “수가 문제가 장땡은 아니다. 정신병원들이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정신병원 의료인증기관 획득을 의무사항으로 두고, 그 기준을 못 맞추는 병원은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 예로 간호사가 스테이션(간호사실)만 들어가고 병실엔 보호사만 들어가는 병원이 있다. 의사도 한번 회진하고 끝이다. 빡세게 해야 한다. 우리도 대접을 잘 받으려면 환자들을 먼저 잘 대접해야 한다.”


물론 아무리 환경이 좋다고 해도 정신질환자가 아닌 장애인을 병원에 오래도록 있게 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신세계병원은 지난 3월 응급환자의 기저귀 착용과 관련해 인권위로부터 직원 대상 재발방지 직무교육을 권고받은 뼈아픈 경험도 있다. 김 원장은 이 부분을 언급할 땐 다소 서운하고 억울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만 지역사회에 정착하기 어렵고 시설에서 안 받아주는 발달장애인의 선택지가 병원인 현실에서, 이들이 치료환경 변화를 위해 분투하는 모습만은 분명해 보였다. 김 원장이 말했다. “보호자들이 가족을 입원시키고 돌아갈 때 많이 우신다. 그러면서도 ‘죽지는 않겠구나’라고 마음을 놓고 간다. 그분들에게 자주 와서 데리고 가 함께 자고, 밥도 먹고 가라고 권한다. 그래야 우리도 힘을 낸다.”
취재를 마친 다음 날인 20일 김성완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의견을 구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정신병원의 물리적 환경 관련 인권위 용역조사차 이 병원을 방문한 실태조사팀의 책임자였다. 병원의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근본 문제를 짚는 쿨한 답변이 돌아왔다. “환자에 대한 신세계병원 의료진의 애정과 존중이 좋은 환경으로 구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처럼 좋은 치료 환경이 지속 가능하고 더 많은 의료기관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인권과 안전이 보장되는 정신의료기관의 치료 환경은 개인이 아닌 국가의 책무이자 공공 투자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글·사진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