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성화장실 이용 안돼”…영국, 새 지침 논란

여성과 남성 화장실을 안내하는 표지판. 게티이미지뱅크

영국이 공공화장실과 탈의실, 병원 병동 등에서 트랜스젠더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새 지침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평등인권위원회(EHRC)는 공중화장실과 병원 병동 등 ‘단일 성별 공간’에서 트랜스젠더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행 지침을 공개했다. 지침은 사생활 보호와 존엄성, 안전 보장 등 ‘정당한 목적’이 있을 경우 원칙적으로 여성 전용 화장실·탈의실·병동은 생물학적 성별 기준으로 단일 성별 공간을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출생 당시 남성이었던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해 여성 전용 공간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런 조치는 상황에 비해 과도하지 않아야 한다는 ‘비례성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모든 이용자의 권리와 필요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평등인권위는 트랜스젠더에게 어떠한 서비스나 시설도 제공하지 않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차별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학교, 교도소, 스포츠시설, 의료기관 등에서 제 3의 별도의 중립 공간을 마련하는 등 완화 조치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성중립 화장실이나 1인용 화장실 등을 대안으로 마련하라는 취지다. 이 지침은 쇼핑센터부터 체육관, 병원, 레스토랑 등 기업·공공기관 등에 두루 적용된다.

이런 조처는 스코틀랜드 여성 권익 단체 ‘포 우먼 스코틀랜드’의 소송을 계기로 지난해 4월 영국 대법원이 “법률상 성별은 생물학적 성별을 의미한다”고 판결한 이후, 현장의 법 적용 기준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대법원은 트랜스젠더 여성은 법적으로 남성, 트랜스젠더 남성은 법적으로 여성으로 간주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해당 판결이 성전환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 보호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고, 여성·평등부와 평등인권위 역시 관련 보호는 계속 유지된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화장실·병동·탈의실 등 단일 성별 공간을 어떤 기준으로 운영해야 하는지를 두고 혼선이 이어져 왔다.

브릿지 필립슨 여성·평등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기관들이 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제공해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지침은 이날부터 40일간 의회 검토 절차에 부쳐졌고,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경우 2011년 지침을 대체하게 된다.

평등인권위도 성명을 내어 “사회 전반에 걸쳐 서로 강한 견해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우리의 역할은 평등법상 의무를 이행하면서도 모든 사람의 권리를 존중할 수 있도록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정부의 평등영향 평가에서도 새 지침이 트랜스젠더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들은 평등인권위의 접근 방식이 트랜스젠더를 일상생활과 공공장소에서 사실상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가디언은 비판론자들이 이번 지침이 트랜스젠더들이 공공시설 이용 자체를 피하게 만드는 ‘위축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 트랜스액추얼도 비비시(BBC) 방송에 “이번 지침은 트랜스젠더의 권리와 존엄성을 보호하지 못할 뿐 아니라 성소수자(LGBT) 공동체 전반에 대한 보호를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장애인·포용 정책 단체 인클루전 런던 역시 “사람들이 외모를 기준으로 서로를 감시하도록 부추기는 조처”라고 반발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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