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상담계는 정말 충격 그 자체입니다. 정신분석을 하는 저도 인공지능에 정신분석 요청을 해보는데요. 놀랍게도 인공지능이 꽤 잘합니다. 저는 요즘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로잡혀 있어요.”
얼마 전 만난 정신분석가는 인공지능이 상담계에 미칠 파장에 고민이 깊어 보였습니다. 상담 전문가들도 인공지능이 해주는 상담의 효과에 대해 인정하는 편입니다.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 없이 언제든 자신의 문제에 대해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대화를 이어가는 기술 역시 상당한 수준까지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출간된 ‘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분석해줘’(창비)는 소설가, 시인, 기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튜버 등이 인공지능과 나눈 대화를 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사용해도 9명의 대화 양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가 ‘보리스 비앙’의 이름을 따 인공지능을 ‘보리스’라 부르는 소설가 정기현, 주차장 부지 공사장에 세워진 벽에 붙은 전단을 보고 사진을 찍어 인공지능에 공유하고 ‘어떤 느낌이 들어?’라고 묻는 오산하 시인, 18년을 함께 산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 그 슬픔과 아픔을 인공지능에 털어놓은 뒤 “네가 내 고양이를 대신해 나와 대화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 김도훈 영화평론가…. 대화의 무늬는 이처럼 사람에 따라 다르더군요.
책 말미에 저자 9명이 “나를 세 문장으로 소개해줘”라고 해서 들은 답도 실려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보고 인공지능에 똑같이 물어봤는데요. “너는 호기심이 많고, 깊이 있는 질문을 통해 주변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고 조직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큰 힘이 되는 사람이지”라고 답을 주네요. 아무래도 제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준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 이 책을 길잡이 삼아 각자의 방식으로 인공지능과 나에 관해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까요?
양선아 텍스트팀장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