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심사’ 기다리는 작가노조
오빛나리 위원장

“법에 따르면 3일 만에 신고를 승인해야 하는데, 심사가 길어지고 있어요. 배달기사 노동조합이 설립됐듯이, 작가노조도 신고증이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
작가의 노동권을 보호하고 출판사 등 사용자 쪽과 실질적 교섭을 하기 위한 작가노조가 지난 2월28일 창립총회를 연 뒤 노동조합 지위를 부여받기 위한 마지막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작가노조는 시, 소설, 에세이를 종이 지면에 쓰는 ‘전통적’ 의미의 작가는 물론 웹소설·웹툰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까지 읽고 보는 예술을 창작하는 모든 형태의 작가들을 망라한다. 조합원은 100명을 넘어섰다. 2023년 ‘작가노조 준비위원회’가 꾸려진 지 3년 만이다.
지난 3월12일 노동부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하고 법 테두리 안에서 노동조합 지위를 부여받기를 기다리고 있는 오빛나리 작가노조 위원장을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야기를 쓰고 만드는 일은 노동일까. 2017년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 등을 함께 썼고, 지금도 작가로 일하고 있는 오빛나리 노조위원장은 “계약을 통해서 일하고, 노동의 결과로 산출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당연히 노동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작가로서의 노동자성을 매일 뼈저리게 느낀다. “작가마다 다양한 노동 현장이 있겠지만 저는 컴퓨터 앞이 노동 현장입니다. 글 하나에 매달릴 때 10시간 이상 앉아 있기도 합니다. 그렇게 글을 쓰고 나면 허리가 아픈데 그런 나를 비롯해서 작가들마다 갖고 있는 각종 ‘직업병’이 노동자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100여명의 조합원이 작가노조의 문을 두드린 계기는 저마다 달랐다. 2011년 생활고를 겪던 최고은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 불공정 계약으로 ‘구름빵’ 저작권을 빼앗긴 백희나 작가의 사례, 검정 고무신 저작권 논란 속에 세상을 떠난 이우영 작가 등 사건이 있을 때마다 작가들은 개인의 선의나 예술가라는 자부심만으로는 견고한 불공정의 벽을 넘을 수 없단 걸 깨달았다.
오 위원장 개인으로서는 ‘문단 내 성폭력’을 마주한 일이 작가노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큰 계기였다. “저는 문단 내 성폭력이 일종의 산업재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작가 지망생과 기성 문인 사이에 있었던 권력 관계에서 비롯한 폭력이지만 이걸 해결해야 할 당사자들은 ‘문단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다 발뺌을 했죠. 이 문제는 작가를 노동자로서 보고 조직 문화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바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의 노동조건이나 노동 실태를 확인하고,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계약을 맺는 사용자 쪽과 교섭을 통해 계약 조건을 개선하고, 노동 조건을 향상시키는 일은 작가 개개인이 해서는 쉽게 이뤄질 수 없다. 일부 유명 작가가 개별적으로 ‘인세’를 올리는 수준이 아니라 창작 노동을 하는 모든 창작 노동자들이 창작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작가노조의 목표다.
실제로 작가들이 받는 ‘임금’인 원고료·인세 등은 20년째 제자리일 뿐 아니라 생활임금으로서 기능하지 못한다. 지난해 3월부터 두달 동안 작가노조 준비위원회가 205명을 상대로 실시한 작가노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은 집필 노동 임금으로 생계가 불가능하다고 답했으며, 60% 이상은 집필 노동으로 버는 연평균 소득이 1000만원 이하라고 응답했다. 집필 노동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했다고 응답한 작가도 응답자의 77% 수준이었다. 오 위원장은 “노동 실태를 직접 나서서 개선하고, 노동권의 관점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낼 수 있는 조직적 힘이 필요했다”라고 노조 설립 이유를 강조했다.
20년째 원고료·인세는 동결됐지만, 중간 착취의 구조는 더 정교해졌다. 플랫폼의 등장 때문이다. 오 위원장은 플랫폼과 계약을 하게 되면, 연재 시스템상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과로를 하게 되고 적은 ‘원고료’에서 플랫폼 수수료를 떼게 된다. 중간 편집자들의 작업 지시를 끊임없이 받으며, 플랫폼 스케줄에 따라 연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프다고 쉴 수도 없다.
오 위원장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한 방법으로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작가 노동조건의 결정 방식, 상당한 지휘 감독이 있는지 △복무 규정, 인사 규정, 취업 규칙 등이 있는지 등에 대해 보완을 해달라고 요청하며 두달 가까이 심사하고 있다. 작가노조는 작가들이 체결하는 계약서, 작가 노동 실태조사 결과, 플랫폼 업체 등과 주고받은 ‘상당한 지휘·감독의 내용’ 등을 보낸 상태다. 오 위원장은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출판사들과 공통된 인세 비율 등으로 계약을 하는 만큼 출판사 협회 등을 사용자 단체로 지정해서 교섭 테이블을 열고 낮은 원고료 및 표준 인세 상향 등을 교섭 의제로 내걸고 개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했단 이유로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게 작가들의 공통된 어려움”이라며 “만성적인 불안 속에서 어떻게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겠냐”라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