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갈등' 중일, 이번엔 군사긴장 고조…전선 넓히며 '강대강'

日, 대만해협 통과해 美·필리핀 군사훈련 동참…中, 서태평양서 전투훈련 맞불

동중국해 자원 개발 문제서도 충돌…中 구조물 설치 놓고 신경전

다카이치 '대만 개입' 발언 후 관계 악화일로…갈등 장기화 전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P·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베이징·도쿄=연합뉴스) 김현정 조성미 특파원 = 중국과 일본의 정치·외교 갈등이 군사·자원 문제로 확산하며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 직후 서태평양에 군함을 보내 전투 대비 훈련에 나선 데 이어, 일본은 동중국해 자원 개발을 두고 중국 측에 항의하는 등 양국이 전선을 넓히며 강하게 대치하는 모습이다.

최근 군사적 긴장은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군사 훈련을 위해 대만해협을 가로지르며 촉발됐다.

일본 함정은 20일부터 약 3주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과 대만해협에 접한 필리핀 지역 등에서 진행되는 미국·필리핀의 연례 합동 군사훈련 '발리카탄' 참여를 위해 지난 17일 대만해협을 지났다.

자위대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는 2024년 9월, 2025년 2월과 6월에 이어 네 번째이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이후로는 처음 이뤄진 것이다.

◇ 日, 1천400명 병력 파견해 발리카탄 전면 참여…中 "언행 신중히" 경고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은 이번 발리카탄 훈련에 병력 1천400명을 파견하고, 함정 3척과 항공기 2대를 배치한다.

소수의 장교나 전문가를 파견해 훈련 상황을 지켜보고, 구호 훈련 등에만 나섰던 과거와 달리 일본이 발리카탄에 전면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중국군은 지난 19일 최신예 구축함인 133함 편대를 서태평양에 진입하는 주요 통로 요코아테 수로로 보내 전투 훈련을 실시하며 맞불을 놨다.

중국 외교부는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의 과거 동남아 식민 통치를 언급, "일본은 침략 역사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군사·안보 영역에서 언행을 신중히 해야 한다"며 "무력을 과시하고 지역 안정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일본 군함의 항행 시점이 1895년 청나라가 시모노세키 조약으로 일본에 대만을 할양한 날짜와 같다는 점을 거론하며 '의도적 도발'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함선의 해협 통과를 공식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교도통신은 정부 관계자가 "국제 수역의 항해는 문제없다"는 인식을 밝혔다고 전했다.

우파 성향 산케이 신문은 중국군의 군함이 편대를 이뤄 가고시마현 아마미오섬 북쪽 해역을 통과하고 서태평양 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하면서, 이는 해상자위대 호위함 대만해협 통과와 관련한 항의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일본 발리카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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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동중국해 구조물 설치에…日 "일방적 자원개발" 항의

양국의 군사적 긴장은 동중국해 자원 개발 문제로까지 번지며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이 중일 간 지리적 중간선 서측 해역에 새로운 구조물 설치를 시작했다며 "동중국해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대륙붕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외무성은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측에 항의했다며 2008년 양국이 합의한 공동 개발 관련 협정 이행을 위한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이는 중국의 서태평양 훈련 실시 직후 나온 입장문이라는 점에서 중국 측의 지속적인 대(對)일본 공세에 날을 세우는 동시에 해상 안보 문제로 맞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동중국해 개발이 자국의 주권과 권리에 속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온 만큼, 양국 간 입장차도 여전히 큰 상황이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오랜 영유권 분쟁에 이어 자원 개발 문제까지 겹치며 양국 긴장은 한층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군사와 자원 문제가 결합된 '이중 갈등 구조'로 보는 한편, 중국과 일본의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대만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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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 보수' 日총리 대만 발언 후 중일 관계 급속 악화

냉랭한 편이었던 중일 관계는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지난해 11월 '유사시 대만 개입' 시사 발언을 계기로 악화일로를 걸었다.

일본은 해당 발언이 안보 환경 변화에 따른 일반적 논의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중국은 이를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발언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자국민들에게 일본 여행·유학 자제를 권고하고 수산물 수입을 중단했으며, 이중용도 물자(군사용과 민간용으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물자)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등 경제 보복에 나섰다.

보수·우파 지지층을 기반으로 안보 강경 노선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권 기반을 다져온 다카이치 총리는 방위력 증강과 동맹 협력 확대에 속도를 냈고, 중국은 군사 훈련과 해양 활동을 강화하며 날을 세웠다.

특히 지난달 자위대원이 칼을 들고 일본 내 중국대사관에 침입하고, 중국인과 중국 공관에 테러 위협이 다수 있었던 사실이 공개되면서 중국은 일본을 향해 연일 비판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일 간 갈등은 미중 전략 경쟁 구도와도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일본이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기반으로 서태평양에서 역할을 확대하는 가운데, 중국은 이를 자국 견제 움직임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코스카 아시아태평양연구협의회의 존 브래드포드 대표이사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일본의 발리카탄 참여는 일본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을 지원해 중국의 대만공격을 저지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봤다.

한편, 동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양국 군과 해경의 활동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위기 관리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군사적 신호가 양국에서 과도하게 해석될 경우 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수 있는 만큼, 긴장 국면에서도 양국 간 소통 채널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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