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파서 울타리 밑으로 빠져나가…도로 걷는 AI 사진에 '발칵'
한차례 포획 실패하며 수색당국 애먹이다 17일 새벽 '생포'

(대전=연합뉴스) 대전 오월드 탈출 이후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늑대 '늑구'가 13일 오후 10시 43분께 오월드 인근 야산에서 목격됐다. 사진은 목격한 시민이 찍은 영상 갈무리. 2026.4.14 [독자 강준수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wan@yna.co.kr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대전 오월드 사파리를 탈출했던 늑대 '늑구'가 9일 만에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국민 늑대'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늑구는 한차례 포획망을 빠져나가며 수색당국의 애를 먹이다 17일 새벽 안전하게 생포됐다.
◇ 철조망 찢고, 넘고…오월드 탈출한 '늑구'
늑구가 오월드 사파리에서 탈출한 때는 지난 8일 오전 9시 18분께다.
늑대는 땅을 파는 습성이 있는데, 늑구가 철조망 밑 흙을 파, 울타리를 찢고 밖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울타리에는 늑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전기가 흐르는 장치가 돼 있었지만, 탈출을 막지 못했다.
6분쯤 뒤 사육사와 수의사가 울타리 밖 퇴비사에서 늑구를 발견했으나, 바로 산으로 달아났다는 게 오월드의 설명이다.
늑구는 오월드 전체 경계를 짓는 2m 높이의 철조망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보인다.
이후 오전 9시 30분께 오월드 밖 인근 도로에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에 늑구로 추정되는 개체가 포착됐다.
이때는 오월드 개장 전으로, 오월드는 밖에서 기다리는 입장객들에게 폐장을 안내한 뒤 늑구 탈출 약 1시간 뒤인 오전 10시 10분께 경찰·소방에 늑장 신고를 했다.
오월드는 입장객 안전 조치를 한 뒤 자체적으로 늑구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신고가 늦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대전시도 재난 문자를 통해 늑대 탈출 사실을 시민에게 알렸다.

(대전=연합뉴스) 17일 오전 대전 중구 사정동 대전 오월드에서 수의사 등 오월드 관계자들이 마취총을 맞은 늑대, 늑구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늑구는 지난 8일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뒤 열흘만에 생포됐다. 2026.4.17 [대전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oolee@yna.co.kr
◇ '학교 앞 늑대' AI 사진에 발칵…비에 수색 난항
포획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초유의 늑대 탈출 사건에 대전시, 경찰, 소방당국에 군까지 즉시 대규모 인력이 동원돼 작업을 벌였다.
오월드 내부와 인근 야산을 수색하던 탈출 당일 오후 늑구가 산성초등학교 인근 왕복 6차로를 걷는 사진이 입수되면서 발칵 뒤집혔다.
하교 시간 학생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수색당국은 오월드에 있던 상황실을 산성초로 옮겼다.
그러나 이 사진은 인공지능(AI)으로 만든 허위 사진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첫날 대규모 인원이 투입돼 인근을 샅샅이 뒤졌으나 소득이 없었다.
그러다 늑구의 모습이 탈출 다음 날인 9일 오전 1시 30분께 오월드 인근 야산에서 포착된다.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한 야간 수색에서 늑구가 발견된 것인데, 드론 배터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늑구를 놓치고 말았다.
이후 이틀간 세찬 비가 내리면서 수색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수색당국은 드론을 띄우지 못하고 시야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늑구에게는 식수를 확보할 수 있는 '단비'가 내린 시간이었다.
날이 갠 뒤 드론을 10여대 투입하며 수색에 활기가 붙었으나 늑구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가 닷새 동안 이어졌다.
수색당국은 늑구가 굴을 파고 들어가 있어 드론 등에 식별이 안 됐던 것으로 분석했다.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탈출한 늑대 '늑구' 수색 작업이 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9일 대전 오월드에 119 소방관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6.4.9 soyun@yna.co.kr
◇ 한 차례 포획 실패…17일 '생포' 성공
늑구의 행방이 수일째 묘연하던 지난 13일 오후 9시께부터 결정적인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월드 인근 무수동·구완동 일대에서 "늑대를 봤다"는 신고가 잇달아 들어왔고, 확인 결과 늑구가 맞았다.
늑구가 인근 민가에서 키우는 개에 쫓겨 고속도로 갓길까지 달아난 모습이 차량 블랙박스에 찍혔다.
구완동 일대 마을 도로를 걷는 모습도 시민에 의해 영상으로 촬영됐다.
당국은 이튿날인 지난 14일 0시 6분께 오월드에서 약 1.8㎞ 떨어진 곳에서 늑구를 발견하고, 본격적인 포획작전에 나섰다.
오전 1시부터는 주변에 트랩을 설치하고 경찰 기동대까지 투입했으며 오전 5시 51분께 물가에 있던 늑구와 대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늑구는 오전 6시 35분께 인간띠로 만든 포획망을 뚫고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마취총까지 한차례 쐈으나, 늑구를 맞추지는 못했다.
야생성이 부족한 늑구가 굶어 기력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당시 늑구는 2∼4m 옹벽을 뛰어넘으며 민첩하게 포획망을 벗어났다.
며칠 전 내린 비로 목을 축이고 동물 사체를 먹으며 배를 채웠을 것으로 분석됐다.
늑구의 탈출은 첫 대치 이후 사흘 뒤인 17일 막을 내린다.
늑구는 이날 오전 0시 44분께 중구 안영동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 나들목(IC) 인근에서 포획됐다.
수색당국은 지난 16일 오후 관련 제보를 받고 일대를 수색하던 중 오후 11시 45분께 늑구를 발견했고 17일 0시 44분께 마취총으로 늑구를 생포했다.
늑구는 맥박과 체온 모두 정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대전 중구 사정동 오월드에서 늑대 1마리가 탈출한 지 이틀째인 9일 오전 소방대원들이 오월드에서 드론으로 늑대를 수색하고 있다. 2026.4.9 coolee@yna.co.kr
◇ '국민 늑대' 애칭까지 얻으며 인기몰이
늑구는 10일 동안 전 국민의 애를 태우며 화제를 몰고 다녔다.
'국민 늑대'라는 애칭까지 얻을 정도다.
2018년 오월드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가 4시간 30분 만에 사살되는 안타까운 일을 겪었던 국민은 무엇보다도 늑구가 생포되길 기원했다.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늑구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늑구가 돌아오길 바란다는 응원 댓글이 이어졌다.
탈출한 늑구를 무서워하며 불안해하는 의견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재명 대통령도 탈출 다음 날인 지난 9일 엑스(X·옛 트위터)에 늑구의 수색 상황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며 "부디 어떤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늑구 역시 무사히 안전하게 돌아오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해외 일부 가상화폐 탈중앙거래소에는 늑구의 이름을 딴 코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수색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어디가니 늑구맵' 홈페이지까지 개설됐고, 일부 시민은 직접 늑구를 찾겠다며 수색 현장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다만 늑구는 동물원 동물 탈출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문제 해결을 위한 숙제를 우리에게 남겼다.
늑구는 2008년 러시아 사라토프주에서 '한국늑대'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들여온 늑대의 3세대 후손으로, 2024년 오월드에서 태어났다.

[어디가니 늑구맵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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