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울산 반구대병원장 등 ‘업무상 과실치사’로 검찰 고발

이숙진 인권위 상임위원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브리핑실에서 ‘울산 반구대병원 입원환자 폭행 사망’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자물쇠로 잠긴 병실, 파손된 천장과 대변이 굳어있는 매트리스, 화장실을 비추는 시시티브이, 일상화된 병동 내 폭행과 끊이지 않는 사망사건, 무려 96일 동안의 감금(격리)과 수시 강박, 면회 등 외부 접촉 차단….

과거 악명 높던 부랑인집단수용시설의 풍경이 아니다. 인권유린의 백화점처럼 묘사된 이곳은 2026년 대한민국 정신병원이다. 보호입원과 행정입원 등 비자의 입원율이 전국 평균에 견줘 두 배가량 높고 의사 표현이 어려운 발달장애환자가 63.8%에 이르며, 이러한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갈 수 있는 곳이라 하여 이른바 ‘끝 병원’으로 불리는 울산 반구대병원에서 벌어져 온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청사 10층 브리핑실에서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간 폭행으로 인한 사망 등 직권조사’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월3~5일 보건복지부와 합동으로 벌인 울산 반구대병원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 사건 주심을 맡은 이숙진 상임위원(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 위원장)은 “검찰총장에게 이 병원 원장과 행정원장을 사망 피해자들에 대한 형법 제268조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반구대병원장 김재민(67)씨와 행정원장 김아무개(65)씨는 형제 관계로, 둘 다 비의료인이다.

2022년 1월18일 밤 8시28분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5병동 복도에서 한 환자가 누워있는 또 다른 환자의 머리를 발로 짓밟고 있다. 상황을 파악하고 피해자를 구조해야 할 의료진은 나타나지 않았다. CCTV 갈무리

 

2022년 1월18일 밤 9시44분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5병동 503호실에서 지적 장애인 김도진(가명, 32)씨가 옷을 벗은 채 밖으로 나가려다가 살해범들에 가로막혀 목이 졸린 채 안으로 밀려들어가고 있다. 시시티브이를 모니터링해야 할 의료진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CCTV 갈무리

이 상임위원은 최근 5년 동안 이 병원에서 변사로 신고된 5명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입원환자 안전 확보를 위한 관리·감독이 현저히 미흡한 상태에서 발생했다”며 병원 쪽이 주의·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분명히 했다. 한겨레는 앞서 2022년 김도진(가명, 32)씨와 2024년 강아무개(49)씨가 다른 환자에 의해 폭행당해 사망한 사건을 보도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그 밖에도 3명의 사망자가 더 있었음을 확인했다.

특히 이 상임위원은 김도진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약 6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서 환자 간 폭행이 11건이나 발생하였음에도 의료종사자의 적극적인 제지나 개입이 단 한 차례도 이어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반구대병원은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등에서 해당 사망사건에 대한 관리 책임을 전면 부정해왔다. 당시 사건 가해 환자 2명은 재판에 넘겨져 각각 징역 22년과 15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교도소와 치료감호소인 국립법무병원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강아무개씨 사건 가해자는 병동만 바꾼 채 아직도 반구대병원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로 밝혀진 3건의 변사사건 중 2023년 1월과 2025년 2월 지적장애인 환자 2명(1977년생 여성, 1996년생 남성)이 외부 병원으로 응급이송된 후 각각 ‘외상성 뇌출혈’, ‘상세불명의 심장정지’로 사망했는데도, 이를 다른 사인으로 처리(각각 ‘뇌출혈’과 ‘갑상샘질환’으로 기록)하거나 환자안전사고 보고를 누락하는 등 사고 보고 및 관리체계 역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이숙진 상임위원은 설명했다. 나머지 1명(1968년생 남성)은 2022년 6월 교사 상태로 발견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심각한 격리·강박 실태도 드러났다. 이 상임위원은 “2024년 지적 장애를 가진 환자가 6.79㎡ 규모의 보호실에서 2282시간 55분 동안 연속 격리되고 8회가량 강박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2024년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1인당 평균 격리 시간 14시간 36분의 160배에 달하는 기간”이라고 했다. 이어 “병원 측은 의사가 격리를 지시했고 다학제 평가를 하였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인권위는 이에 따라 반구대병원장에게 격리·강박 최소화 방안 마련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관련 지침 개정 및 실효성 있는 지도 감독 체계 마련을 권고했다”고 했다.

후속 조처와 관련해 노정환 장애인차별조사2과장은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들 의견을 들어보면 이런 병원들이 계속 영업을 하게 할 것이냐는 문제들이 많이 제기되지만, 법적 조치들이 아직 좀 부족한 점이 있다”고 했다. 이숙진 상임위원은 “이런 병원이 폐업할 경우 사후 대책을 세우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정신의료기관의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도록 정부에 지속해서 요청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숙진 인권위 상임위원(가운데)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10층 브리핑실에서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폭행 사망’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노정환 장애차별조사2과장, 오른쪽은 권미진 조사관.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265개 병상을 갖춘 반구대병원은 올해 2월3일 기준 환자 202명이 입원해 있다. 환자들의 입원유형은 자의 입원 52명(25.7%), 동의입원 3명(1.5%), 보호입원 102명(50.5%), 행정입원 45명(22.3%)으로, 보호·행정입원 비율이 전체 입원환자의 72.8%에 이른다는 게 인권위 설명이다. 2024년 전국 정신의료기관의 비자의 입원율이 36.4%인 점에 비춰 두배 높은 수준이다. 또 올해 2월 기준 입원환자 202명 중 129명(63.8%)은 발달장애를 동반하고 있으며, 의사소통이 가능한 환자는 98명(48.5%)으로 입원환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인권위는 이번 직권조사 결정문에서 정신의료시설에서의 자유 박탈은 단순 수용이나 격리가 아닌, 정신질환에 대한 적절하고 실질적인 치료가 실제로 제공되는 경우에 한하여 정당화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유럽 인권재판소의 2019년 루만 대 벨기에 사건 판결을 인용해 “‘치료가 없는 수용’은 그 자체로 자유권 침해에 해당하고, 시설은 반드시 치료적 개입이 가능한 구조적 환경을 갖추어야 하며, 단순 구금 시설과 같은 설계는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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