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속 간편결제나 신용카드 등 다양한 결제수단이 대세로 떠오른 지 오래지만 여전히 저소득가구와 고령층을 중심으로 현금을 사용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달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이들은 절반 이상을 현금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현금 없는 사회'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특정 계층을 위한 현금사용선택권 보장 필요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5년 지급결제보고서(경제주체별 화폐사용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한 달 현금 사용액은 평균 32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개인별 전체 지출액 중 17.4% 수준으로, 4년 전인 2021년(50만6000원)보다 36%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저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현금 지출 비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가구 소득 별로 살펴보면 월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 개인 현금 지출 비중이 59.4%에 이르렀다. 한 달 소득의 절반 이상을 현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월 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이들의 현금 지출 비중 역시 24.9%로 평균치(17.4%)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월 900만원 이상 벌어들이는 고소득층의 현금 지출 비중은 15.1%로 평균치를 하회했다. 월 소득이 500~700만원, 700~900만원대인 소득계층의 현금 지출 비중 역시 각각 16.6%, 14.4%를 기록하며 현금 사용이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대해 한은 측은 "저소득층의 경우 주로 현금을 통해 급여나 지원금을 지급받는 방식이 많아 이를 소진할 시에도 현금 위주 생활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 거래가 많은 자영업자들도 현금 사용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연령대 별로는 스마트폰 등에 능숙한 20대와 30세대의 현금 지출 비중이 각각 14.7%, 14.3%에 머물렀다. 반면 70대 이상 고연령층의 현금 지출 비중은 32.4%로 집계됐다. 60대의 현금 지출 비중 역시 20%(20.8%)를 웃돌아 연령이 높을수록 현금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한은 시각이다.
개인별 현금보유액(국내 평균 64만4000원) 또한 현금 지출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연령대로 보면 70대 이상의 현금보유액이 평균 70만8000원으로 20대(48만2000원)보다 1.5배 가량 많았다. 소득 별로 보면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가 평균 51만원대를 보유했고 나머지 소득군이 보유한 현금 역시 70만원을 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은은 "저소득층의 소득 대비 현금 보유 규모가 고소득층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비현금지급수단 확산 속 사회 곳곳에 현금 없는 매장(Cashless Store)이나 현금 없는 버스 등 도입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간편결제나 카드 등을 통해 신속한 결제가 가능하지만 이 경우 △금융약자의 거래 불편 뿐 아니라 △비상 시 경제활동 곤란 △소상공인 비용 부담 △거래 익명성 제한 △해킹 이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이 여전했다.
이러한 이유로 미래에 현금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 비중은 15.9%에 그쳤다. 한은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84.1%)은 "결제지급시장에서 현금이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고 답변했다. 현금 없는 사회 도입에 대해서도 2명 중 1명(45.8%)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현금 없는 사회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중은 17.7%였고 나머지 59%는 현금사용선택권의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현금사용선택권이란 지급결제수단을 선택할 때 소비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현금을 배제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현금사용선택권의 보장 범위에 대해서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제한적 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31.9%로 높았다. 그 뒤를 이어 모든 소매점이 현금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전면적 보장'이 27.2%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