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화장실 유료화 논란…"공감" vs "지나쳐"
"화장실 아무나 사용할 경우 카페 이용객 불편"
"오죽하면 찾겠냐"…"사용시 감사표시 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지난 3일 서울 한 카페의 문 앞에 설치된 팻말. 2026.4.8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주문없이 화장실만 이용(1인 1회)할 경우 2천원.'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군 이미지에 적힌 내용이다.
한 카페 키오스크를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이미지가 한국 사회에서 유료 화장실 논란을 점화했다.
유럽 등 해외 문화였던 유료 화장실이 등장한 것을 두고 '오죽하면 그랬겠냐'는 공감과 '정 없고 비싸다'는 비판이 부딪치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스레드 계정 'yang.ilseok' 게시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카페에서 제일 싼 쿠키 하나라도 사야 해"
화장실 이용료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미 화장실을 잠가두고 손님에게 열쇠를 주거나 구매 영수증에 화장실 도어락 비밀번호를 기재하는 카페나 식당이 적지 않다. 돈을 낸 손님에게만 화장실을 내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찾은 광화문 A 카페의 화장실은 도어락으로 잠겨 있었다. 주문 후 받은 영수증에 화장실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A 카페의 직원은 "매장 손님을 위해 외부인은 될 수 있으면 사용을 못하게 하고 있다"며 "화장실을 아무나 사용할 경우 카페 이용객 중 불편을 느끼는 분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찾은 동작구 B 카페는 화장실 도어락 아래에 '매장 이용 고객용'이라는 안내 메시지를 붙여뒀다. 역시 주문 후 영수증을 받아야 화장실 비밀번호를 알 수 있었다.
구매 영수증에 적어두지 않아도 화장실을 기본적으로 잠가둔 채 매장 내에서 비밀번호를 확인하도록 유도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두는 곳도 많다.
목동 C 카페 직원은 "최근까지만 해도 영수증에 화장실 도어락 비밀번호를 적어뒀고 지금은 매장 안에 비밀번호를 붙여뒀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온다.
지난 1월 자영업자 네이버 카페에는 "매장 사용한 것도 아니고 그냥 쓱 들어와 말도 없이 화장실만 쓰고 가는 사람 커피라도 결제하라고 할까요? 인사하면서 화장실 좀 쓰겠다고 하면 이해하겠는데 말도 없이 쓰는 건 기분 나빠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비번 있어야 해요 화장실만 쓰고 그냥 가는 사람 많아요", "무인카페 운영 중인 사람으로서 공감입니다. 무인이라 사람은 없지만 벽에 붙여놓은 화장실 비번 슥싹하는 얌체들 골칫거리 중 하나입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또 "그냥 지나가면서 화장실 쓰는 진상들 쓰고나서 잘 썼다는 말도 안 하고(중략)…점점 사람이 싫어지네요"라는 글에는 "가게 와서 화장실만 쓰고 가는 분들 보면 참 속상해요. 최소한 음료 한 잔이라도 부탁드리고 싶네요", "카페에서 제일 싼 쿠키 하나라도 사야한다고 봐요", "안 빌려주는 게 마음 편해요. 빌려주면 고마운지 모르고 더럽게 쓰니까요" 등 공감이 모였다.
동작구 D 카페 김모(34) 사장은 "화장실을 유료로 전환한 카페 사장님들에게 충분히 공감한다"며 "잘 썼다고 감사하다고 말씀해 주는 분도 있지만 그냥 쌩 나가거나 더럽게 사용하는 분도 더러 있어 그럴 땐 속이 많이 쓰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만약 위치상 외부인이 자주 오는데 휴지를 지나치게 많이 쓰거나 지저분하게 쓰는 등 가게 사정상 어쩔 수 없으면 유료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촬영 이진주]
◇ "화장실 막는 건 지나쳐"…"나중에 손님 될 수 있어"
그러나 대놓고 화장실 사용료를 별도로 받는 것은 아직 한국 정서상 거부감이 커 보인다.
목동 E 카페 박모 사장은 "외부인 대상으로 화장실을 유료로 바꾸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유료화해도 잠깐만 쓰게 해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 그런 것 때문에 매장이 시끄러워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손님'들은 대체로 '화장실 인심'을 지적했다.
임모(59) 씨는 7일 "다들 밖에서 화장실이 급한 적 있었을 텐데 오죽하면 외부 화장실을 찾겠냐"며 "사장님들이 손해를 보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래도 자영업을 하려면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모(72) 씨도 "다들 사는 게 팍팍하니까 화장실도 돈 받고 그러는 거다"며 "그렇다고 화장실은 참는다 해도 참을 수가 없는데 메뉴 안 시켰다고 막는 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또 김현태(42) 씨는 "화장실을 사용한 사람이 알아서 제품을 사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휴지·비누 등을 구비해둬야 하는 업주분들의 심정도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카페가 나서서 화장실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적어두면 그렇지 않은 카페와 비교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무료로 제공되던 것을 유료로 전환할 경우에는 반발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무료 화장실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유료 전환을 새로운 비용의 발생이 아니라 기존에 누리던 것을 빼앗기는 손실로 인식할 수 있고, 이러한 손실을 회피하려는 효과는 반발심을 강하게 만드는 핵심적 이유"라고 짚었다.
이어 "무료 서비스를 오랫동안 이용하다 보면, 법적 소유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이라는 심리적 소유 의식이 형성된다"며 "유료 전환은 이 심리적 소유감을 침해하는 행위로 여겨져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친절이 선순환을 이끈다는 믿음도 있다.
구로구 카페 '수피르' 사장은 "지금 오실 땐 외부인이라 하더라도 나중에는 손님이 될 수 있는 분들이니 외부인을 대상으로 화장실을 유료로 전환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윤모(35) 씨도 "진짜 급할 때 쓰게 해주면 거의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다"며 "감사 인사를 드리고, 나중에 그 동네에서 카페에 방문할 일이 생길 때 거기로 가는 편"이라고 밝혔다.
또 대학생 권현지(24) 씨는 "음료를 주문하거나 소액의 돈을 내는 건 화장실 쓰게 해줘 고맙다는 일종의 감사 표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촬영 이진주]
◇ 88올림픽 기점 수세식 화장실 보편화…'아름다운 화장실' 경쟁도
한편, 우리나라에서 청결한 무료 수세식 화장실은 하루아침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
바닥에 큰 구덩이를 파둔 재래식 화장실이 수세식 화장실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60~70년대다. 이후 1988년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수세식 화장실 전환 움직임에 박차가 가해졌다. 그러나 이때도 의자처럼 앉지 않고 쪼그려 앉아서 사용하는 변기인 '화변기'가 대세였다.
그러다 뚜껑이 달린 의자 모양 구조물 안에 물이 고인 형태인 서양의 '양변기'(좌변기)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양변기는 2000년대 들어 화변기를 밀어내고 대부분의 공공장소까지 대세가 됐다.
이어 비데 또는 자동 물내림 센서 기능이 갖춰진 여러 '첨단' 양변기가 속속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화장실이 단순 배설 공간에서 '미적 가치를 지닌 휴게 공간'의 의미로 진화했다. 한때 피하고만 싶었던 공공 화장실도 청결함은 물론이고 아름다움까지 장착하는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화장실문화협회가 주관하는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전' 대상 자리를 지난해에는 서울역 서부 화장실이, 2024년에는 '고향길'을 주제로 한 경부고속도로 망향휴게소 화장실이 꿰찼다.
채 교수는 "화장실이 단순히 용변을 해결하는 곳에서 새로운 인식 전환을 맞이했다"며 "사람들은 화장실이 프라이빗(사적) 공간이라고 인식하는데, 이곳에서 안정감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에 맞춰 점차 인테리어도 발전했다"고 짚었다.
이어 "요즘에는 화장실에 책과 같은 인테리어적 요소를 두기도 한다"며 "화캉스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처럼 화장실이 스마트폰을 하거나 책을 읽는 일종의 '쉼' 공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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