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비혼 출산 늘었지만…여전히 OECD 최하위권

비혼 출생률 4년만에 2.5→5.8%로…OECD 회원국 평균은 40%대

1980∼90년대 대비 결혼 줄고 동거·사실혼·비혼 출산↑

대형병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최근 수년간 유명인들의 비혼(非婚) 출산 사례가 여러 차례 소개됐다.

비혼 출산은 법적으로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것을 뜻한다.

방송인 사유리는 2020년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고, 2024년 모델 문가비는 배우 정우성과 결혼하지 않은 채 아들을 낳았다. 또 배우 이시영은 지난해 이혼한 전 남편과의 냉동 배아로 둘째 딸을 출산했다.

유명인들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비혼 출산이 급증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도 인구소멸 대책 중 하나로 비혼 출산 때 차별이 없도록 하는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비혼 출산이 늘었는지, 그렇다면 그 배경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봤다.

사유리 2020년 출산
[사유리 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비혼 출생률 2020년 2.5%→2024년 5.8%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0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전환했고 가족 형태가 바뀌고 있다. 결혼은 줄고 동거·사실혼과 함께 비혼 출산이 늘었다.

연간 총혼인건수는 1981년 40만7천건에서 1996년 43만5천건으로 정점을 찍고 2022년 19만2천건까지 줄었다. 이후 다시 3년 연속 증가하면서 지난해 24만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들어 혼인 건수가 반등하기는 했으나 1980∼90년대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반면 8촌 이내 친족이 아닌 남남끼리 5인 이하로 구성된 '비친족가구'는 늘고 있다. 연인 간 동거나 사실혼, 동성 부부, 룸메이트, 노인이 돌봄 인력과 함께 사는 경우 등이다. 여기엔 시설 등에 집단으로 거주하는 가구는 제외된다.

비친족가구는 2015년 21만4천가구에서 2024년 58만가구가 됐다. 전체 가구 중 비중은 1.1%에서 2.6%로 늘었다.

연간 총혼인건수 비친족 가구(비중) 혼인 외 출생아(비중)
1981년 40만7천건 통계 없음 9천844명(1.1%)
2015년 30만3천건 21만4천가구(1.1%) 8천152명(1.9%)
2024년 22만2천건 58만가구(2.6%) 1만3천827명(5.8%)

이런 가족 형태 변화와 함께 비혼 출산도 늘어났다.

비혼 출산은 '혼인 외 출생아' 수로 확인된다.

'혼인 외 출생아' 수치는 동거·사실혼 출산과 여성이 혼자 정자 기증·인공수정 등을 통해 출산하는 비혼 단독 출산을 모두 포함한다.

우리나라는 출생 신고를 할 때 '혼인 중'과 '혼인 외'만 구분하기 때문에 비혼 단독 출산 수치만 따로 파악할 수는 없다.

1981년부터 2011년까지 연간 혼인 외 출생아 수는 1만명을 넘은 적이 없다. 그러다 2012년(1만141명) 처음 연간 1만명을 넘었다. 이후에도 1만명 미만을 유지하다 2023년(1만857명)과 2024년(1만3천827명) 크게 늘었다.

연간 출생아 가운데 혼인 외 출생아 비중을 뜻하는 비혼 출생률도 1981년부터 2009년까지 1%대 이하였다.

이후에도 1∼2%대를 오가다 2020년 2.5%, 2021년 3.0%, 2022년 3.9%, 2023년 4.7%, 2024년 5.8%로 4년 간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2024년에는 2023년보다 출생아 수가 8천300명 증가했는데 이 중 혼인 외 출생아가 36%(3천명)를 차지했다.

임신부 자료 사진
[서울대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비혼 출산 증가 이유는…"인식 변화가 주요"

비혼 출산 증가에는 가족 형태 및 사회적 인식 변화, 인공 수정과 체외 수정, 배아 냉동 저장 같은 보조생식술 발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비혼가구 출산·육아지원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는 "결혼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라는 가치관, 비혼 동거 및 비혼 출산의 수용은 국제적 추세이며 우리 사회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비혼 출산 증가와 관련해 "가족 다양성에 대한 수용성 증가, 즉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가 주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실제 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2024년 기준 비혼 출산 동의율이 20대 남성은 43.1%, 20대 여성은 42.4%였다. 비혼 동거 동의율도 각각 81.1%와 81.0%였다.

집 문제 때문에 혼인신고를 미루거나 비혼 출산을 선택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결혼하고 1년 이상 혼인신고를 미뤘다 나중에 한 비중은 19.0%였다.

혼인신고를 미루는 이유 중 하나로 부동산이 꼽혔다. 부부 소득 합산에 따른 대출한도 축소, 1가구 다주택 적용에 따른 세금 문제 등 경제적 이익을 따져 혼인신고 여부와 시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2023년 OECD 회원국 비혼출산 비중
[OECD Family Database]

◇ OECD 비혼 출생률 평균 43%…한국 최하위권

비혼 출산이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해외 주요국들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족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회원국의 비혼 출생률은 평균 43%다.

최상위국은 콜롬비아(87%), 칠레(78%), 코스타리카(74%), 멕시코(73%) 순이다.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포르투갈, 프랑스, 스웨덴, 슬로베니아, 덴마크, 에스토니아, 벨기에, 스페인의 비중도 각각 50%를 넘는다.

그러나 한국의 비혼 출생률은 2023년 기준 4.8%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뒤로는 튀르키예와 일본밖에 없다.

1970년 대부분 OECD 국가의 비혼 출생률은 10% 미만이었으나 1995년 평균 23%, 2023년 평균 40% 이상으로 증가했다.

해외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커플에게 법률혼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등록동반자 제도가 속속 도입됐다.

프랑스가 1999년 시행한 시민연대협약(PACS·팍스)은 성별이 같거나 다른 두 명의 성인이 공동생활을 위해 체결하는 계약으로 공동 거주지 시청에 신고한다.

계약 당사자는 공동생활의 의무를 지며 결혼한 부부처럼 세제 혜택·건강보험 혜택·자녀 교육 지원 등을 받는다. 반면 혼인과는 달리 별산제를 기본으로 하고 유언으로 정하지 않는 한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네덜란드의 등록파트너십은 혼인과 가장 유사한 제도로 꼽힌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판 없이 합의로 헤어질 수 있다.

스웨덴은 육아휴직 권리를 부모의 동거인에게도 준다. 스웨덴의 유전적 통합성 등에 관한 법률은 동거커플 및 비혼여성에게도 보조생식술 시술이 가능하도록 규정한다.

44회 마지막 졸업식 연 괘법초등학교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로 부산 사상구 괘법초등학교가 통폐합을 앞둔 1월 20일 마지막 졸업식을 개최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 비혼 출산 늘려면…"생활동반자법 등 법적 제도 도입 필요"

정부도 저출생으로 국가 소멸까지 거론될 만큼 위중한 상황을 감안해 비혼 출산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지원 방안' 중 하나로 2024년 3월부터 신생아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한 공공분양주택 특별공급을 신설했다.

신생아 특공 대상에는 비혼 출산도 포함해 혼인과 상관없이 아이를 낳았다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비혼 출산 지원을 위한 종합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위원회는 지난해 8월 주거·세제·의료·가족법 등 각 분야 전문가를 모아 비혼 동거·출산가구의 어려움과 차별적 요소에 대해 논의한 뒤 생애단계별 실태를 전면적으로 조사해 개선안을 찾기로 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해 9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비혼 출산이 늘어나는 등) 현실이 바뀌고 있다"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전제로 비혼 출산에 대한 지원 제도 개선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비혼 출산이 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적 제도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육아정책연구소는 '비혼가구 출산·육아지원 개선방안 연구'에서 "등록동반자 관계를 규정하는 별도의 제도가 도입되지 않는 한 비혼 가구에 대한 출산 및 육아 지원이 한부모 가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지원과 자녀 돌봄 시간 지원, 주거지원 등 혼인 가구에 이뤄지는 출산 및 육아 지원이 비혼 가구에도 실효적으로 이뤄지려면 등록동반자 관계에 대한 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비혼 출산에 대한 법적 보장 및 제도적 과제 검토' 보고서도 "비혼 동거를 제도적 보호 안에 둔다면 청년세대의 가정 구성이 활성화되고 출산율의 급속한 저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동성 커플에 대한 수용성이 낮은 우리 사회의 특수한 실정에 맞는 이성 커플에 한정한 제도를 우선으로 마련하는 게 바람직한 접근법"이라고 제안했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는 20년 전인 2005년 건강가정기본법이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단위'라고 한정한 가족의 정의를 수정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법적인 가족의 정의를 비혼 동거·위탁가정 등으로 확대하려는 논의가 진행됐으나 '동성혼 합법화'를 우려하는 개신교 단체의 반발 등으로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가족구성권 3법 발의 기자회견
2023년 5월 31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가족구성권 3법(혼인평등법·비혼출산지원법·생활동반자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형 등록동반자 제도를 규정한 '생활 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안이 2023년 발의됐지만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지됐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은 지난해 9월 이 법안을 재발의했다.

아울러 국내에서 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현재 모자보건법의 난임 지원 대상과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 지침의 시술 대상은 부부(사실혼 포함)로 한정된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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