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한달] ① 하청노조 985곳, 원청 367곳에 교섭요구…노동위 신청 273건

교섭요구 사실 공고는 31곳…정부부처 포함 공공부문 대한 교섭신청 전체의 41%

노동위, 노란봉투법 시행 24일 만에 첫 사용자성 인정 판정…4건 모두 인정

행진하는 민주노총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 2026.3.10 jjaeck9@yna.co.kr

[※ 편집자 주 = 노동계의 숙원을 담아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한 달을 앞두고 연합뉴스는 급증한 하청노조의 원청교섭 요구에 따른 원청의 대응 상황, 노동계와 경영계의 향후 대응 전략을 3꼭지로 나누어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노동계 숙원이던 노란봉투법이 지난달 10일 마침내 시행되자 하청 노동자들의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은 안전관리·인력배치·임금·복리후생 등 다양한 의제에서 원청에 책임을 요구했고, 원청은 극히 일부만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노란봉투법 시행 24일 만인 이달 2일, 노동위원회가 하도급 노동자 관련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첫 판정을 내놨다. 현재도 지방노동위원회에는 교섭요구 사실 공고 및 교섭단위 분리 신청 사건이 이어지며 시행 초기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

◇ 985개 하청노조가 원청 367곳에 교섭요구…노동위 신청은 273건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 당일부터 하청노동자들은 일제히 원청에 교섭 요구를 했다.

첫날에만 하청 노동조합 407곳(조합원 8만1천600명)이 원청 221곳을 상대로 교섭 요구에 나섰고, 이틀째까지 하청노조 총 453곳(조합원 9만8천480명)이 원청 사업장 248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으로는 하청노조 985곳(조합원 14만3천786명)이 원청 367곳을 상대로 교섭 요구를 했다.

하지만 첫날 하청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사업장 221곳 중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사업장은 2.3%인 5곳에 그쳤다.

사업장은 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으면 이를 받은 날부터 7일간 공고해야 하지만, 사업장들은 제기된 의제가 명확하지 않고, 법리를 검토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공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이 다 된 현시점에서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원청 사업장은 31곳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교섭 관련 심판 사건은 273건(3일 기준)에 달한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에도 65건(지난달 30일 기준)의 질의가 접수됐다.

[표] 하청 노조에 대한 원청 교섭 현황(곳·명)

구분 원청사업장 노조·지부·지회 소속 조합원수
총계 367 985 143,786
민간 부문 215 608 74,048
공공 부문 152 377 69,738

노동위원회는 법 취지에 따라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의 각종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지를 살펴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후 24일 만에 나온 첫 원청의 '사용자성' 판정에서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성을 모두 인정했다.

충남지노위는 "각 공공기관이 하청 근로자들의 안전관리 및 인력배치 등에서 노동조합법상 실질적인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인정했다"며 "원청인 공공기관이 절차적으로 신청인인 공공연대노동조합과 교섭, 즉 대화에 임하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민간에서도 인덕학원(인덕대학교)과 성공회대학교에 대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이 인용되면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노동계는 그동안 사용자성의 주 판단 요소였던 임금·근로시간 등이 아닌 안전관리 및 인력 배치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만큼 향후 다양한 의제에서 사용자성이 폭넓게 인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사용자성이 인정됐어도 노사 간 교섭은 원청 사용자의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이 존재하는 의제에 한해 진행된다.

고용노동부는 실질적 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노란봉투법의 취지에 맞게 법이 이행되도록 강력히 지도한다는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했음에도 고의적·악의적으로 교섭을 거부한다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손팻말 든 김동명 위원장과 양경수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왼쪽)과 양경수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서 열린 '공공부문 노정교섭 실현을 위한 양대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 투쟁결의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6.3.17 ksm7976@yna.co.kr

◇ 공공부문에서는 "진짜 사장, 정부 나와라"…정부는 '신중 모드'

노란봉투법 시행 후에는 정부와 공공기관들을 상대로 한 하청 노조들의 교섭 요구도 빗발쳤다.

이달 6일 기준 공공부문에 대한 하청 노조의 교섭 신청은 152건으로, 전체 원청 교섭 요구 대상 367곳 가운데 약 41%를 차지한다. 이중 중앙부처는 기획예산처, 보건복지부 등 8곳이다. 조합원 수로 보면 49%로, 절반에 달한다.

개별 사례를 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돌봄공동교섭단이 보건복지부·성평등부·교육부·국가보훈부를 비롯해 서울시·경기도·인천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57개 원청에 단체 교섭을 요구했다.

국가기관 공무직 3천여명으로 구성된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는 각 부처가 아닌 기획예산처의 예산지침에 따라 근로조건이 결정된다는 점을 근거로 기획처에 직접 교섭을 촉구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우려한 듯 노란봉투법 해석지침에 "정부가 법률이나 국회에서 의결한 예산에 따라 근로조건을 집행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 정부·공공기관 등이 예산 등에서 포괄적인 재량권을 갖고 외부기관을 통해 정책을 집행하는지 ▲ 정부가 사업 수행 근로자의 구체적 근로조건 결정에 관여하는지와 그 영향의 정도 ▲ 사업운영 주체가 근로조건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개별 사안별로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공공기관 또한 민간만큼 사용자성 인정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자체 중에서는 경기 화성시와 전주시가 하청노조의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했으나, 중앙부처에서는 아직 공고한 사례가 없다.

한편 정부는 돌봄공동교섭단의 교섭 요구 후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정 협의체를 꾸렸다.

다만 협의체 구성이 정부의 사용자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노란봉투법 상 사용자성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면밀한 법적 검토를 병행하며 노동계와 충분한 사전 협의 및 소통을 통해 상생의 물꼬를 틔운다는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위원회와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에서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 부처 등과 관련 사용자성에 대한 판단이 나올 시 이에 따라야 할 것"이라면서도 "돌봄노동자들을 위한 노정 협의체와 같이 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에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선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bookman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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