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화성시의 한 제조업체에서 사업주가 에어건(공기 분사기)으로 이주노동자의 신체에 고압 공기를 주입해 장기가 손상되는 등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업주는 크게 다친 이주노동자를 치료받게 하는 대신, 본국으로 강제 귀국을 시키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월20일 경기 화성시에 있는 도금업체에서 타이 출신 이주노동자 ㄱ씨가 이 회사 대표로부터 어이없는 상해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ㄱ씨가 작업대에서 몸을 숙인 채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 회사 대표인 ㄴ씨가 다가와 ㄱ씨의 항문 부위에 에어건을 밀착해 고압 상태의 공기를 분사한 것이다. 이 사고로 ㄱ씨는 복부가 급격히 부풀어 오르며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다.
상태가 심각해진 ㄱ씨는 사고 직후 화성중앙병원을 거쳐 수원에 있는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바로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ㄴ대표가 ㄱ씨를 입원시키는 대신 “오늘 밤 비행기표를 구해줄 테니 즉시 (본국인) 타이로 돌아가라”고 요구하며 ㄱ씨가 소속된 인력사무소 숙소로 옮겼다는 것이다.
ㄱ씨는 2011년께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입국해 9년가량 한국에서 일하다가 2020년 비자가 만료된 뒤 코로나19 여파로 제때 귀국하지 못했다. 이듬해인 2021년부터 미등록 신분으로 인력사무소를 통해 해당 사업장에 파견돼 근무해왔다.
숙소에서 방치된 ㄱ씨는 사고 다음날인 2월21일 몸 상태가 더욱 악화하면서 ‘119’를 통해 오산한국병원으로 이송돼 1차 응급 수술을 받았다. ㄱ씨 쪽은 “수술 이후인 지난달 2일에도 인력사무소 소장이 병원을 찾아와 퇴원을 강요하면서 강제 귀국을 시도했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병원을 빠져나왔다. 현재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외래 진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대표가 고의로 이런 행위를 했는지, 단순 실수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ㄱ씨와 그를 지원하는 조영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쪽은 “가혹행위 수준까진 아니어도 장난처럼 놀리거나 때리는 등의 괴롭힘이 일상적으로 있던 사업장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ㄱ씨는 직장과 복부, 항문 등 장기 손상으로 2차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고액의 병원비와 불안정한 체류 자격 탓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조 변호사는 “사업주가 ㄱ씨의 치료를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자 본국으로 돌려보내려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ㄱ씨가 신속하게 산업재해 승인을 받아 산재 지정 의료기관에서 하루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이번 사안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장에선 불법파견과 임금체불 위반 의혹도 있다. 고용노동부의 엄정한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이날 관할 근로복지공단에 ㄱ씨의 산재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한겨레는 ㄴ대표의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해당 사업장 관계자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