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돔 뚫은 '집속탄' 본 北…이란 따라 '악마의 무기' 실험

北, 수백개 자탄 터지는 집속탄 탄도미사일 장착…"축구장 10개 초토화"

'전력망 무력화' 정전탄·전자기무기도…이란전 전훈 반영 현대전 무기 속도

집속탄 내부에 든 수백개의 자탄(子彈)
[위키미디어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에 실어 위력을 실험한 '집속탄'(확산탄)은 최근 중동전쟁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을 뚫은 대량살상무기다.

하나의 탄두 안에 수십에서 수백 개의 자탄(새끼 폭탄)이 들어 있다가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자탄이 사방으로 확산하는 방식으로,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살상력 때문에 '악마의 무기'로도 불린다.

이스라엘이 자랑해온 세계 최강의 방공망도 이란의 집속탄 공격에 무력화되는 모습을 본 북한이 그동안 갈고 닦아온 탄도미사일 기술에 집속탄을 접목해 미사일 실험에 나선 것이다.

북한은 9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지난 6∼8일 국방과학원과 미사일 총국이 '중요무기체계들에 대한 시험'을 했다며 집속탄 시험 발사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탄도미사일 화성-11가(KN-23)에 집속탄 탄두를 장착해 발사한 것으로, "6.5∼7㏊(축구장 10개 면적 규모)의 표적지역을 초강력 밀도로 초토화할 수 있다는 것을 확증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합참은 전날 오전 8시 50분께 북한이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수 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 미사일은 동북 방향으로 약 240km를 날아 시험발사 표적지로 사용되는 함북 길주군 앞바다 알섬 인근에 낙탄했는데, 사거리나 탄착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발표한 집속탄 시험으로 추정된다.

최근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전쟁에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들은 대부분 이스라엘의 방공망에 요격됐지만, 공중에서 수십 개의 자탄이 쏟아지는 이란의 집속탄 공격엔 민간인을 포함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최근 텔아비브 인근 도시 한복판에서 이란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집속탄이 떨어져 폭발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공개하면서 국제사회에 이란의 집속탄 사용을 규탄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12일 전쟁' 당시에도 이란이 이스라엘에 집속탄 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이스라엘군이 발표하기도 했다.

집속탄은 요격이 까다로운 데다 다수의 민간 피해를 낼 수 있어 군 당국은 북한의 집속탄 개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해 정밀 분석 중"이라면서도 "집속탄을 장착한 탄도미사일도 현행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로 충분히 방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집속탄은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직전 단계에서 공중에서 터지며 자탄을 흩뿌리는데, 공중에서 터지기 전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사회에선 집속탄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2008년 5월 집속탄의 생산·이전·사용·비축을 금지한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돼 110여개국이 가입하고 있으나, 남북 모두 분단 상황의 특수성을 이유로 가입하지 않았다.

북한은 집속탄과 함께 탄소섬유탄(정전탄), 전자기무기 등 최근 전장에 부각되고 있는 현대전 무기들도 시험했다고 밝혔다.

정전탄은 전도가 높은 니켈과 탄소섬유를 결합해 만든 자탄으로 상대방의 전력망을 파괴할 수 있는 폭탄으로, 발전소나 송전소 등을 무력화하는 데 사용된다.

우리 군도 정전탄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8년까지 전력화할 계획이다.

북한이 시험 사실을 밝힌 전자기무기는 EMP(전자기 펄스)탄의 일종으로 추정된다. 강력한 전자기파를 방출해 전자 기기나 통신망, 레이더 등 적 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현대식 무기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북한이 이란 전쟁에서 보여 준 비대칭전의 위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무기시험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전 전훈을 바탕으로 전술적 가치가 높은 새 무기체계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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