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선거 이후로 재판 미뤄달라” 법정 요구…재판장 “그걸 배려하면 직권남용”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2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여론조사 비용을 후원자에게 대납하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로 재판을 미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재판장이 ‘피고인 사정에 맞춰 일정을 임의로 조정하면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며 일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3일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기일을 열었다.

오 시장은 재판이 마무리될 무렵 오는 6월 지방선거 뒤로 재판을 미뤄달라고 제출한 서면 내용에 관해 직접 의견을 밝혔다. 오 시장은 “사실 최대한 재판 진행에 협조하고 재판부 심증이 형성되면 웬만한 증거를 인정해 증인신문을 최소화하고 선거 전에 선고받기를 간절히 바랐다”며 “차라리 재판 진행을 선거 이후로 미뤄주든지 최대한 서둘러서 선고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부탁의 서면을 제출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장이) 선고 전에 판결을 선고해주진 않을 거 같고 속행기일에 끊임없는 증언의 행진이 계속될 거 같다”면서 “그렇게 되면 선거에서 저에겐 엄청난 악재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이 법정에서 현출되는 증언들이 앞으로 결정될 민주당 후보 측에 의해 SNS 재료로 활용되면 선거엔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명태균씨 등 주요 증인 신문을 선거일과 거리가 있는 앞순위에 배치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며, 피고인의 부적절한 재판권 개입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재판장은 “선거가 임박해서 명태균이나 강혜경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지 않는 건 (피고인을) 배려한 거로 주요 증인 먼저 신문하고 다소 시비가 적은 걸 그 다음에 해서 선거에 영향을 줄이려고 했다”며 “더 이상은 배려할 수 없고 저는 판사로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보도 문제는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고 재판이 진행되면서 파생되는 결과”라며 “피고인이 재판을 어떻게 해달라고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에 오 시장이 재차 법정 증언이 선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언급하자 재판장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그 부분을 배려해서 절차를 지정하게 되면 제 직권을 남용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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