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조사 비용을 후원자에게 대납하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로 재판을 미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재판장이 ‘피고인 사정에 맞춰 일정을 임의로 조정하면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며 일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3일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기일을 열었다.
오 시장은 재판이 마무리될 무렵 오는 6월 지방선거 뒤로 재판을 미뤄달라고 제출한 서면 내용에 관해 직접 의견을 밝혔다. 오 시장은 “사실 최대한 재판 진행에 협조하고 재판부 심증이 형성되면 웬만한 증거를 인정해 증인신문을 최소화하고 선거 전에 선고받기를 간절히 바랐다”며 “차라리 재판 진행을 선거 이후로 미뤄주든지 최대한 서둘러서 선고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부탁의 서면을 제출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장이) 선고 전에 판결을 선고해주진 않을 거 같고 속행기일에 끊임없는 증언의 행진이 계속될 거 같다”면서 “그렇게 되면 선거에서 저에겐 엄청난 악재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이 법정에서 현출되는 증언들이 앞으로 결정될 민주당 후보 측에 의해 SNS 재료로 활용되면 선거엔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명태균씨 등 주요 증인 신문을 선거일과 거리가 있는 앞순위에 배치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며, 피고인의 부적절한 재판권 개입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재판장은 “선거가 임박해서 명태균이나 강혜경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지 않는 건 (피고인을) 배려한 거로 주요 증인 먼저 신문하고 다소 시비가 적은 걸 그 다음에 해서 선거에 영향을 줄이려고 했다”며 “더 이상은 배려할 수 없고 저는 판사로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보도 문제는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고 재판이 진행되면서 파생되는 결과”라며 “피고인이 재판을 어떻게 해달라고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에 오 시장이 재차 법정 증언이 선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언급하자 재판장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그 부분을 배려해서 절차를 지정하게 되면 제 직권을 남용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