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채무 상환 비중이 큰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로 소액주주 반발을 부른 한화솔루션이 3일 “2030년까지 추가 유상증자 계획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 계획을 사전에 금융감독원과 논의했다’는 발언이 나왔다. 현재 금감원은 한화솔루션이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바탕으로 주주권익 훼손 우려 등에 대한 중점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금감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직접 행동에 나선 상태다.
한화솔루션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개인 주주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2조4천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내용과 앞으로 사업전략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새 주식 발행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자본 조달 방식이다. 상환 의무가 없으니 기업 재무구조는 좋아지지만, 주식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 발표에 소액주주들은 즉각 반발했다. 기존 발행주식 수의 42%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인 데다,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의 60% 이상(1조4899억원)을 회사 채무 상환에 쓰겠다는 계획이 주주가치 훼손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특히 유상증자 발표 이틀 전 열린 정기 주총 때는 일언반구 없다가 기습적으로 계획을 알리면서 파장이 컸다. 한화솔루션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직후 이틀 동안 23% 폭락했다. 한화솔루션 대표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유상증자 결정에 참여한 사외이사 등이 회사 주식 매입에 나서는 등 주주 달래기에 나섰지만 주가 회복은 더디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화솔루션 쪽은 “유상증자 계획 발표 이후 주가 조정으로 주주들께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주식 수 증가로 인한 주가 조정이 있겠지만, 재무구조 개선과 태양광 사업 투자를 통해 회사뿐 아니라 주주들께도 중장기적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를 통한 조달 자본의 60%를 채무 상환에 쓰는 이유로 “회사 순차입금이 12조원을 넘어서며 연간 이자비용만 6천억원을 부담하고 있다”며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상반기 기업평가에서 신용등급이 더 떨어질 경우 미래 투자용 차입금 마련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에 앞서 자산 매각 등 지난 2년간 2조3천억원 규모의 자구 노력을 해왔다”며, △최소한 2030년까지 추가 유상증자 계획은 없으며 △사업 성장에 맞춰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소액주주가 요구하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외부 투자자를 적기에 유치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화 계열사에 대한 신주 배정 역시 “한화솔루션과 사업 연관성이 없고,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소지가 있어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한화솔루션은 정기 주총에서 유상증자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이유를 해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사회 의결 전 유상증자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어려웠던 것은 공정공시 의무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우려 등 관련 제도상 제약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유상증자를 비롯한 주요 정보는 증권신고서 공시를 통해 모든 투자자에게 동일하게 제공돼야 하는 만큼 사전 제공이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이날 소액주주 등과의 질의응답에서 금융감독원에 유상증자 계획을 사전에 알렸다는 한화솔루션 쪽 설명이 나왔다. 정원영 한화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금감원하고 사전에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다 말씀드렸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전부터 소통을 한다”고 말했다. 금융 감독당국과 유상증자에 관한 ‘사전 교감’이 있었다며 주주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였다.
금감원은 기업의 유상증자에 대해 주주권익 훼손 우려는 없는지 △유상증자의 당위성 △의사결정 과정 △이사회 논의 내용 △주주 소통 계획 등을 면밀히 살피는 중점심사를 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한화솔루션으로부터 유상증자 계획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중점심사 대상으로 분류해 심사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에 반발하는 일부 소액주주는 금감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금감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두 차례 정정을 요청했고, 결국 유상증자 규모가 축소된 바 있다. 이에 한화솔루션 쪽은 “유상증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아니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사실을 금감원에 알렸다’는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주주 간담회는 전체 70석 중 일반 주주와 언론사 기자 등을 중심으로 4분의 3 남짓이 참석했다. 간담회 참석을 위해 지방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주주도 있었다. 그러나 한화솔루션 쪽에선 대표이사가 아닌 임원들만 참석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