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은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양쪽이 산업·통신 시설 등 상대 쪽 민간 기반 시설을 잇따라 공격하며 중동 전역에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2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보복 차원으로 바레인에 있는 아마존 클라우드 컴퓨팅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히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간첩 기업들을 겨냥한 첫번째 조치”라고 했다. 전날 미국과 이스라엘이 암살 대상을 추적하는 것을 빅테크 기업 등 미국계 기업들이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란 시민) 암살 1건당 미국 기업 1곳을 파괴하겠다”고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테슬라 등 미국 기업의 중동 내 시설이 잠재적 공격 대상으로 지목됐다. 지난달에도 아랍에미리트·바레인 등의 아마존 관련 시설이 공격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이번엔 본격적으로 기업을 표적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중동 전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날 바레인 당국은 바레인 최대 통신사인 바텔코 본사가 공격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다만 바레인 당국은 해당 장소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레인 국가 통신 기간시설이라며, 미국 기업 클라우드 센터를 공격했다는 이란 쪽 주장을 반박했다.
쿠웨이트의 미나 알 아흐마디 정유시설에서도 여러 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쿠웨이트는 이날 새벽 발전소와 해수담수화 시설도 공격을 받아 일부 설비가 손상됐고 노동자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는 미사일 요격 과정에서 발생한 파편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 하브샨 가스 시설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날 “미국의 에프(F)-35 스텔 전투기를 격추시켰다”며 전투기 잔해 사진 등을 공개하기도 했으나, 미 중부사령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시엔엔은 사진 속 꼬리날개 모양으로 볼 때 에프-15전투기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기반 시설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하며 종전을 압박하고 있지만, 합의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앞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날 수도 테헤란과 위성도시 카라지를 잇는 교량을 두 차례 공습하는 등 이란 민간 기반 시설을 겨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교량이 무너져내리는 영상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리고, “다음은 다리, 그 다음은 발전소다”라며 “파괴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란의 양대 제철소도 미국·이스라엘의 반복적인 공습으로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맞서 “더욱 강력하고 광범위하며 파괴적인” 공격이 뒤따를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이후 미군 기지가 주둔한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부다비·요르단 내 교량 여러 곳이 이번 교량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표적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은 “이란 국민을 항복으로 몰아넣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브라힘 졸파가리 이란 방공사령부 대변인은 이란의 적들이 “영구적인 후회와 항복”에 이를 때까지 전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시엔엔은 “미국 정보기관 평가에 따르면 지난 5주간 매일 공습을 받았음에도 이란의 발사대 절반이 여전히 온전한 상태이며, 이란 드론 전력의 50% 가량인 드론 수천대가 무기고에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해협 통항을 위협할 수 있는 연안방어용 순항미사일 상당수도 건재하다고 한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