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는 이란에 체류하던 우리 교민 23명이 3일(현지시각)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무사히 대피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들은 주이란한국대사관이 임차한 버스 2대에 나눠타고 전날 오전 5시(현지시각) 테헤란에서 동쪽으로 출발했다. 교민들이 출발한 직후에도 테헤란에 대한 공습이 벌어진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테헤란에서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향하는 길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버스가 속도를 내지 못해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김준표 주이란대사와 대사관 관계자들은 며칠 일찍 집결지에 도착한 교민들이 대사관에서 머물 수 있게 하고 식사를 제공했다. 마침 이란이 라마단 기간이어서 해가 떠 있는 동안은 식당이 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대사관에서 미리 음식을 준비해 버스에 실었다. 길이 멀고 험해 중간 기착지에서 1박을 한 뒤 3일 오후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에 도착해 미리 기다리고 있던 정부 신속대응팀, 주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 관계자들과 함께 입국 수속을 마쳤다.
이번 대피 인원 중에는 이란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이도희 감독과 이란 프로축구 리그에서 활동해온 국가대표 출신 이기제 선수 등이 포함돼 있다. 국가대표 출신의 이기제 선수는 올해 1월부터 이란 프로축구리그 소속 메스 라프산잔에 입단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된 뒤 한국대사관으로 대피한 뒤 버스를 타고 투르크메니스탄에 도착했다. 대피 인원에는 교민뿐 아니라 일부 공관원과 공관원 가족 10여명이 포함됐다. 타국 국적의 동포와 탈출 인원의 가족인 이란 국적자 일부도 함께 대피했다.
이란 내 인터넷이 마비된 상황에서 주이란대사관은 별도의 통신망을 통해 철수 인원, 외교부 본부와 소통을 유지하면서 대피를 진행했다. 외교부 역시 안전한 대피 경로 확보를 위해 미국 및 이란 당국 등과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피 인원은 주투르크메니스탄에서 임차한 버스를 이용해 수도인 아시가바트로 이동 중이며 4일 중 한국이나 제3국으로 개별 출국할 예정이다.
이란에는 교민 약 60여명이 체류하고 있었으나, 이번 대피로 대사관 직원과 교민 40여명이 남았다. 이스라엘이 폭격한 이란 국영방송사는 한국대사관에서 불과 2㎞ 정도 떨어진 곳일 정도로 테헤란의 상황은 위험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이란대사관 철수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사태 장기화 여부를 지켜보면서 한국인 대피를 끝까지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도 대사관이 마련한 버스편으로 교민 일부와 관광객들이 인근 국가로 대피중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이란의 반격으로 중동 전역으로 전선이 확대된 가운데, 중동지역 13개국에 있는 우리 국민 약 2만1천여명의 안전과 대피 문제도 주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외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이란사태 당정 간담회를 연 뒤 “현재 중동 지역 13개국에 우리 국민 약 2만1천여명 정도가 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2만1천여명 가운데 4천명 정도는 여행객 등 단기 체류객으로 추산된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를 중심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많은 여행객들이 항공편이 끊기면서 발이 묶인 상태다. 영공이 폐쇄된 국가는 이란, 이스라엘, 바레인, UAE, 카타르,쿠웨이트 등이다. 오만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에서는 아직 항공편이 운항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항공편이 끊긴 지역에 머물고 있는 여행객들을 영공이 개방된 인근 국가로 이동시켜 귀국하게 하는 방안 등도 검토중이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는 않은 상태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