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터진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광역화될 우려가 커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 위협’을 공격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란이 핵 개발 능력을 키워왔더라도 핵무기를 보유할 임계 상황이 왔다는 징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 백악관 행사에서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로 무장한 이란 정권은 모든 미국인에게 끔찍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테러 군대를 양성하는 나라가 악의적 의지로 세계를 갈취하도록 허용하는, 그런 무기를 보유하도록 허용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핵·미사일 위협을 공격의 근거로 거듭 내세운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공습 발표 영상 연설에서도 “우리의 목표는 이란 정권의 임박한 위협을 제거해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2035년까지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미사일을 보유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난 1일 비공개로 진행된 의회 브리핑에서 밝힌 바 있다. 이란이 핵무기를 실을 이동수단을 개발하려면 10년 정도 걸린다는 것이다.
핵무기 개발과 확보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1990년대부터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다 국제사회의 견제를 받자 2003년 일단 핵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 때 이란이 국제사회와 맺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로 우라늄 농축 등이 제한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이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이란의 핵 개발은 또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도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까지 나가지는 않았다고 봤다. 지난해 3월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DNI)이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이란 최고지도자는 그가 2003년 중단시킨 핵무기 프로그램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이 지난해 6월 ‘12일 전쟁’ 당시 이란의 핵시설 세곳을 폭격하며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은 크게 위축됐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2025년 공습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사실상 ‘초기화’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핵 협상에서 미국은 이란에 약 300~440㎏ 정도로 추정되는 60%급 농축 우라늄 전량을 국외로 옮기라고 요구했다. 이달 들어 세차례 이란과 핵 협상을 한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특사는 2일 폭스뉴스와 한 회견에서 “이란 협상 대표들은 자신들이 60%의 농축 우라늄 460㎏을 갖고 있고, 그것으로 11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몇달 새 이란 핵 능력에 대한 판단이 극적으로 변한 것이다. 이런 모순 때문에 대이란 공습을 앞두고 미국이 핑계 찾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