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K)배터리 셀·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을 넘어설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유럽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탈중국 수요’를 지렛대 삼아 다가오는 배터리 산업의 ‘슈퍼사이클’을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3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어워즈 2026’ 시상식에서 배터리 시장 경쟁국인 중국을 의식한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국내 주요 배터리 셀 제조사인 엘지(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기차에서 에너지저장장치로 시장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흐름을 언급하며 “제품을 고도화해 중국 배터리를 이길 기회를 잡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차전지 양극재 전문기업인 에코프로비엠도 “유럽, 미국에서 정책 규제들이 나오면서 ‘탈중국 리튬인산철’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연구소, 기업, 학교와 함께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고 이른 시일 내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국내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그동안 케이 배터리가 중국 배터리 산업의 성장과 트럼프 미 정부의 통상 정책으로 여러 가지 도전을 많이 받아왔지만, 기회 요인도 많다”며 “한국 기업은 미국과 유럽연합에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어 이들 국가 입장에서는 믿을 수 있는 협력 파트너이고, 또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를 희망하는 여러 나라에서 협력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이런 기회 요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 개막을 앞두고 열린 이날 시상식에서는 전시회 참가 기업 중 25개사가 42개의 혁신 제품·기술을 출품했다. 이 가운데 기술성과 혁신성, 산업기여도 면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받은 12개사의 제품·기술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배터리 부문에서는 엘지에너지솔루션, 에스케이(SK)온, 삼성에스디아이(SDI)가 모두 수상했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의 ‘제이에프투 디시 링크(JF2 DC LINK) 5.0 전력망용 에너지저장장치’는 고성능 단열 설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에스케이온의 ‘각형 온 벤트 셀’은 향후 전기차 배터리 안전기술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점이 인정됐다. 삼성에스디아이는 각형 셀 최초로 700와트시퍼리터(Wh/L)의 초고에너지밀도와 최고출력, 긴 수명을 구현한 차세대 배터리로 기술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수상 기업 중에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도 눈에 띄었다. 각형 배터리 개발·생산 스타트업인 럼플리어는 ‘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배터리 부문에서 수상했다. 대기업 위주의 시장에서 국내 기술 기반의 리튬인산철 각형 배터리를 개발, 국내 최초 케이시(KC) 인증을 획득하면서 양산 가능성을 제시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소기업 에프디씨는 설비 손상을 최소화해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의 구조적 안전성을 강화한 ‘에너지저장장치용 폭연방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이밖에 자비스는 배터리 품질 신뢰성 확보에 기여하는 ‘배터리 고속 시티(CT) 인라인 검사기’로, 티더블유는 대량 양산 시 생산성과 공정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초고속 복합 설비’로 장비 부문에서 수상했다.
오는 11~13일까지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6 전시회에서는 이날 수상 기업을 비롯해 14개국 667개사의 제품과 기술이 공개될 전망이다. 올해 전시회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특별관이 처음으로 마련됐다. 또한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시에이티엘(CATL)과 중국 5대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인 광저우자동차그룹이 처음으로 인터배터리를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 캐나다, 독일 등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어 100여명도 전시회를 찾는다.
유하영 기자 y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