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진화하는데, 인간은 퇴화하기 시작한 걸까?

연세대학교에 이어 서울시립대학교 논술시험에서도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거나 소지한 수험생들이 적발됐다는 소식입니다.

이제는 시험장에서조차 자신의 머리보다 인공지능의 도움을 먼저 생각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스마트 안경을 소지했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AI를 이용해 답안을 작성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읽다가 문득 오래전에 접했던 또 다른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인류의 지능이 더 이상 높아지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연구 결과였습니다.

 

인간의 지능지수는 20세기 내내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영양 상태와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평균 IQ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이것을 '플린 효과(Flynn Effect)'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노르웨이 연구진은 약 73만 명의 자료를 분석해 1975년 전후 출생 세대 이후 지능검사 점수가 하락하는 현상을 확인했습니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 사이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연구진은 유전적 퇴화보다는 환경적 요인에 주목했습니다.

 

이른바 '역 플린 효과'입니다.

당시 중앙일보에서도 이 연구를 소개하며 1975년 이후 세대의 IQ가 이전보다 3~5점가량 낮아졌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것이 일부 국가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인지, 앞으로 세계적으로 확산할지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교육 지표를 보면 마냥 흘려듣기도 어렵습니다.

지난 9월 발표된 OECD의 PISA 2025 결과에서 회원국 학생들의 평균 읽기 점수는 2015년보다 28점이나 하락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2022년 515점이었던 읽기 점수가 2025년에는 501점으로 떨어졌습니다.

 

물론 학업성취도나 IQ 점수만으로 인간의 지능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더 똑똑해질 것'이라는 믿음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합니다.

 

여기서 저는 조금 다른 상상을 해봤습니다.

 

혹시 인류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의 정점을 이미 지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인간은 수십만 년 동안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머리를 사용해 왔습니다.

 

불을 발견하고, 도구를 만들고, 언어를 발전시키고, 과학을 통해 자연의 법칙을 이해했습니다.

 

불편함과 결핍은 인간이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과정 자체가 필요 없어지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길을 외울 필요도 없고, 계산을 직접 할 이유도 줄었습니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기억을 더듬기보다 검색부터 합니다.

 

심지어 글을 쓰거나 주장을 펼칠 때조차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전에 AI에게 먼저 물어봅니다.

 

과거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능을 발전시켰다면, 지금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신의 지능을 사용할 필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셈입니다.

 

2025년 마이크로소프트와 카네기멜런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조사도 흥미롭습니다.

 

지식노동자 319명을 조사한 결과, AI의 능력을 더 신뢰하는 사람일수록 업무에서 비판적 사고에 들이는 노력이 적다고 보고했습니다.

 

이것만으로 AI가 인간을 멍청하게 만든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은 남습니다.

 

생각하는 일을 기계에 계속 맡긴다면, 인간의 사고능력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까요?

 

근육은 사용하지 않으면 약해집니다.

 

그렇다면 기억하고, 추론하고, 판단하는 능력도 사용 빈도가 줄어들면 약해질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더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이런 변화를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고, 기억하지 못해도 문제가 없으며, 이해하지 못해도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물론 진화생물학에서 말하는 진화와 개인의 지적 능력 변화는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로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가 멈췄다거나 퇴화가 시작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회 전체가 기술적으로는 발전하면서 개인의 독립적인 사고능력은 약해지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먼 미래의 인류는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인공지능을 소유하면서도, 정작 그 기술이 내놓는 답이 옳은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 존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세상이 온다면 인류는 과연 진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똑똑해지는 것 자체는 크게 두렵지 않습니다.

 

정말 두려운 것은 인간이 더 이상 똑똑해질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세상이 오는 것입니다.

 

인류의 진화가 여기서 멈출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뛰어난 발명품이, 역설적으로 인간에게서 생각할 기회를 빼앗는 도구가 될 가능

성만큼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I가 발전할수록 인간도 함께 똑똑해질까요? 아니면 인간의 능력 중 일부는 서서히 퇴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덜 풀고 덜 외웠더니…1975년 이후 세대에선 IQ 3~5 뚝 (중앙일보, 2018.6.2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2740274

韓 15세 학생 읽기능력 급락…디지털매체·SNS탓…세계적 현상 (연합뉴스, 2026.9.8)

 

https://www.yna.co.kr/view/AKR20260908134800530

 

생성형 AI가 비판적 사고에 미치는 영향 (Microsoft Research·Carnegie Mellon, 2025)

 

https://doi.org/10.1145/3706598.3713778

댓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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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베리
    인공지능의 시대네요
    인간을 뛰어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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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뇽이
    정말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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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인#xtyl
    시험장에 AI 안경을 착용한 수험생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AI 의존이 늘면 사고력은 점점 약해질까 걱정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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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도#Q5cl
    AI가 시험에 까불다니 저도 눈치 챙겨야겠어요.
    우리 사고력도 꾸준히 쓰면 유지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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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쎄니#sHyg
    AI가 일상에 스며들어 생각이 줄어드는 게 안타깝네요.
    우리도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을 키워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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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쿄
    폰이 생기고 나서 전화번호를 안 외운다고 했지만 대신 다른 정보의 처리와 분류하는 능력이 높아졌죠 아무래도 미래는 인간만의 호기심 새로운 엉뚱한 상상해서 오는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과 그걸을 활용하는데 두뇌를 이용해야겠지만 AI의 발전속도는 두렵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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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므므므
    앞으로의 인류는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