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고급 과일의 대명사로 불리며 높은 가격에도 인기를 끌었던 샤인머스캣이 이제는 예전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았고 일반 포도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됐는데, 최근에는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농가에서도 재배 면적을 줄이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샤인머스캣 2kg의 소비자 평균 가격은 11,79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 하락했습니다. 특히 5년 전 같은 기간에는 2kg에 38,000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약 70%나 떨어졌다고 합니다.
한때 비싸서 쉽게 구매하기 어려웠던 과일이 이제는 캠벨얼리보다 저렴해진 상황입니다. 실제로 거봉은 2kg에 20,045원, 캠벨얼리는 1kg에 7,818원으로 같은 무게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샤인머스캣이 더 저렴합니다.
이렇게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재배 면적 증가에 따른 공급 과잉과 품질 저하가 꼽히고 있습니다.
샤인머스캣이 높은 가격에 판매되던 시기에는 많은 포도 농가가 기존 품종 대신 샤인머스캣 재배에 뛰어들었습니다. 수익성이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재배 면적이 빠르게 늘어난 것입니다.
실제로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은 2020년 2,913ha에서 2024년 6,307ha까지 증가했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 두 배 이상 확대된 셈입니다.
하지만 공급이 늘어나는 속도만큼 소비자 수요가 계속 증가하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에 일부 농가에서 충분히 익지 않은 샤인머스캣을 조기에 출하하면서 품질에 대한 불만까지 커졌다고 합니다.
샤인머스캣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당도와 특유의 향, 아삭한 식감입니다. 그런데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했는데도 단맛이 부족하거나 품질이 일정하지 않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시 구매할 이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농촌진흥청 조사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샤인머스캣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 가운데 품질이 나빠졌다고 평가한 비중은 37.5%로, 품질이 좋아졌다는 응답 24.4%보다 높았습니다.
결국 높은 가격을 유지하던 시기에 재배 면적이 지나치게 빠르게 늘었고, 품질 관리까지 흔들리면서 소비자들의 신뢰가 약해진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최근 농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재배 면적을 줄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재배 면적이 5,877ha로 감소했고 올해는 5,228ha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전체 포도 재배 면적에서 샤인머스캣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4년 43.1%에서 올해 38.1%로 낮아질 전망입니다. 일부 농가에서는 다른 포도 품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품질 관리 기준을 강화하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포도협회는 일정 무게와 당도 기준을 충족한 샤인머스캣을 출하하는 농가에 스티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품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려면 단순히 가격을 낮추거나 재배 면적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숙성을 거쳐 일정한 당도와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이번 샤인머스캣 사례를 보면 농산물 시장에서도 특정 품종에 수요와 생산이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재배를 확대하지만, 공급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지고 결국 농가 전체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구조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전보다 저렴하게 샤인머스캣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반가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 농가에는 가격 하락이 곧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샤인머스캣이 다시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생산량보다 품질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가격 폭락이 일시적인 공급 조절에 그치지 않고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과 소비자의 신뢰를 함께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