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가 그렇게까지 큰 잘못이었을까요
연세대 치과대학에서 복장 규정을 지키지 않은 학생들이 작성한 손글씨 반성문이 강의실에 게시됐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규정을 지키라는 것 자체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치과대학은 환자를 직접 만나고 실습도 진행하는 곳이라 일정한 복장 기준이 필요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반바지를 입고 등교했다는 이유로 작성한 반성문을 다른 학생들이 볼 수 있는 강의실에 게시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공개된 반성문에는 날씨가 더워서 반바지를 입었다는 내용과 함께 이를 두고 "예비 의료인으로서 큰 결격사유"라는 취지의 표현까지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규정 자체는 있었지만
연세대 치대에는 '치대 생활에 적절한 학생 복장'에 관한 안내가 있었고, 짧은 치마나 반바지, 슬리퍼 등을 착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대면하는 학생뿐 아니라 실습 전 학생들도 복장 지침을 익히자는 취지라고 학교 측은 설명했습니다.
여기까지라면 학교가 정한 규정을 학생에게 안내하고 지키도록 하는 문제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개인의 반성문을 강의실에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교육이라고 하면 괜찮을까요
학교 측은 이번 조치가 예비 의료인으로서 갖춰야 할 자세를 교육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실습 외 복장 규정에 대해서는 학생들과 개선 방향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반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자신이 쓴 반성문이 여러 사람에게 공개된다면 단순히 규정을 배우는 경험으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잘못한 행동을 지적하는 것과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드러내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니까요.
복장보다 더 걱정되는 부분
저는 오히려 반바지 자체보다 이런 방식이 더 걱정됩니다.
의료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태도와 복장을 교육하는 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교육이 학생에게 규정의 의미를 이해시키는 방향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반성문을 공개하는 방식이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도 이미 학생들과 복장 규정을 개선하는 대화를 열어두겠다고 한 만큼 앞으로는 실제 환자 응대나 실습에 필요한 기준과 그렇지 않은 기준을 구분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규정을 지키게 하는 것과 학생을 위축시키는 것은 같은 교육이 아닐 테니까요.
물론 학교마다 교육 환경과 특성이 다르고, 학생들도 정해진 규정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책임은 있습니다.
그래도 반성문을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방식까지 필요한지는 한 번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학교의 복장 규정 자체가 문제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규정을 어긴 학생의 반성문을 공개한 방식이 더 문제라고 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