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분화된 복지 기준에도 사각지대…'부모 단절·다중 취약' 지원 한계
민간 맞춤 지원은 예산 제약…"공공이 통합 지원체계 꾸려야"

[연합뉴스 DB.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서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해당없음 청년'.
정책 지원이 절실하지만 자립준비청년, 가족돌봄청년, 장기미취업청년 등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정책 소외계층 청년들을 현장에서는 이렇게 부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지원 기준을 잇달아 쪼개고 있지만, 복합적인 위기에 놓인 청년들의 현실을 몇 줄의 행정 이름표로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촘촘해진 기준·더 깊어진 사각지대…제도와 현실 사이 '간극'
1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지자체는 취약 청년을 자립준비청년(아동복지시설 보호 종료 청년), 가족돌봄청년(가족을 돌보며 생계를 책임지는 청년), 고립·은둔청년(사회적 교류 없이 단절된 청년) 등으로 유형화해 맞춤형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유형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아 최소한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는 청년들이 여전히 부지기수다.
특히 가정폭력이나 학대 등으로 부모와 사실상 연을 끊고 살아가지만, 서류상 가족관계 때문에 복지 혜택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청년재단 관계자는 "서류상 부모와 가구소득이 확인되지만 실제로는 부모와 단절돼 홀로 생계를 책임지는 청년이 대표적"이라며 "학대를 피해 독립했지만 보호 이력이 없어 자립준비청년으로 분류되지 않는 사례도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쉼터 퇴소청년 단체인 브릿지유스 정윤서(22) 대표 역시 "쉼터 생활로 실질적 단절 상태임에도 서류상 부모 소득 때문에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건강 악화와 경제난 등 여러 위기가 겹친 '다중 취약' 청년들은 한쪽 지원을 받으려다 다른 복지 수급권을 잃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만성 천식과 피부질환을 앓으며 의료·주거 지원을 받는 김모(30) 씨는 직업 훈련을 받으려다 신청을 포기했다. 김씨는 "훈련수당 같은 지원금이 소득으로 잡히면 기존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참여를 포기한 적 있다"며 "취업하기 전까지는 병원비와 생활비가 필요해 어느 하나를 포기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시각장애를 겪으며 투병 중인 어머니를 돌보는 기초생활수급자 임모(24) 씨도 청년 자산형성 사업 지원을 받지 못했다. 임씨는 "일을 조금이라도 하면 가구 단위 수급 자격을 잃어 어머니 병원비가 막막해지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각종 청년 취업·도약 지원 사업의 기본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매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 한계 부딪힌 민간 구호…"공공이 중심 잡고 통합 연계해야"
청년 개개인의 복합적인 상황을 들여다보는 민간 맞춤형 사업도 운영되고 있지만, 제한된 예산과 인력 탓에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청년재단이 운영하는 '청년다다름사업'은 제도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해당없음 청년'에게도 식비·건강검진비·교육비 등을 지원한다.
기본 지원 대상은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이면서 대학에 재학 중이지 않은 미취업 청년이지만, 가족과 단절돼 소득 증빙이 어렵거나 빚 상환·생계를 위해 단기 일자리를 하는 경우 등은 거점 공간인 지역제작소들이 인터뷰를 통해 개별 상황을 확인해 '해당없음' 유형으로 선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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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 전국 200명 모집에 무려 1천400명이 몰려 조기 마감됐다. 심층 상담과 사후 관리가 필요한 사업 특성상 민간 차원에서 지원 규모를 무작정 늘리기는 어렵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민간 영역의 노력만으로는 제도적 공백을 메울 수 없는 만큼, 공공이 주도하는 통합 발굴·연계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2022년 보고서를 통해 정해진 지원 대상만으로는 도움이 필요한 청년을 모두 찾아내기 어렵다며 지역 청년센터 등이 이들을 발굴하는 게이트웨이(관문)가 돼 필요한 서비스로 연결하는 통합지원체계를 제안했다.
김선숙 한국교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을 계속 세분화해 새로운 유형을 만들기보다 이들이 가진 다양한 문제를 함께 판단하고 도움을 주는 협업체계가 필요하다"며 "지역에 흩어진 자원과 전문가를 모아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는 리더십은 정부·지자체 등 공공이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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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n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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