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는 위험도 분류서 '위험그룹'…매뉴얼상 포획시 사살 대상
성장 환경 등 고려할 때 위험성 낮다고 판단…동물 복지 인식 변화도 영향
"처음부터 사살 고려 안 해…생포하려다 보니 포획까지 시간 걸려"

(대전=연합뉴스) 17일 오전 대전 중구 사정동 대전 오월드에서 수의사 등 오월드 관계자들이 마취총을 맞은 늑대, 늑구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늑구는 지난 8일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뒤 열흘 만에 생포됐다. 2026.4.17 [대전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oo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가 17일 무사히 포획되면서 탈출 동물에 대한 대응 매뉴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칙적으로 늑대는 동물 중 '위험그룹'에 해당해 사살 대상에 속한다. 또 과거 탈출했던 동물 중 사살된 사례가 적지 않았지만 이와 달리 늑구는 무사히 돌아왔기 때문이다.
'위험그룹'이기는 하지만 사람을 해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문가 판단과 과거와 달라진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예상보다 길어진 추격전에도 생포 계획을 포기하지 않은 배경으로 지목된다.
늑구의 귀환을 계기로 동물원 동물 이탈 시의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과 늑구가 장기 추격전 속 생포된 배경을 알아봤다.

(대전=연합뉴스) 대전 오월드를 탈출한 늑대 '늑구'가 탈출 9일 만인 17일 0시 44분께 대전 중구 안영동 안영IC 인근에서 포획됐다. 2026.4.17 [대전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wan@yna.co.kr
◇ 탈출 동물 대응은…위험 정도·상황에 따라 사살 여부 결정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19년 발표한 '동물 탈출 시 표준 대응 매뉴얼'에는 탈출 시 행동 요령에 대해 '탈출 동물이 안전하게 원래의 동물사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임을 고려하지만 위험 정도, 주변 상황에 따라 마취 또는 사살을 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필요에 따라 지역 수렵 단체 등을 통한 외부 인력을 요청한다'는 내용도 있다.
동물원 동물은 위험 수준에 따라 '위험그룹', '주의그룹', '안전그룹' 등 3가지로 나뉜다.
'위험그룹'은 관람객이나 근로자에게 치명적인 부상이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인명 살상이 가능한 종이다. 사자, 호랑이, 재규어. 표범, 퓨마, 곰, 늑대, 하이에나 등 중대형 식육 동물과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등 대형 유인원, 코끼리, 기린, 하마, 낙타, 코뿔소 등 부피가 큰 대형 포유류, 큰뿔소, 아프리카·아시아물소, 아메리카·유럽 들소 등 모든 야생소와 독사, 독거미류 등 독성을 지닌 동물 등이 해당한다. 3m 이상 길이의 대형 도마뱀이나 대형 뱀 등도 위험그룹에 속한다.
'주의그룹'은 관람객 및 근로자에게 상해나 질병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인명 위협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종이다.
악어, 큰도마뱀, 큰뱀 등 독성을 지니지 않은 파충류와 여우, 담비, 스라소니 등 소형 식육 동물, 망토원숭이, 개코원숭이 등 영장류, 붉은 캥거루, 회색 캥거루, 얼룩말 등 중대형 포유류, 타조, 독수리, 콘도르 등 대형 조류 및 맹금류 등이 대표적인 '주의그룹' 동물이다.
사육사 스스로 외부 도움 없이 안전 확보가 가능하거나 비교적 안전하게 다를 수 있고 위험 요소가 크지 않은 소형 포유동물과 조류 등은 '안전그룹'에 속한다.
거위, 앵무, 닭 등 가금류와 도마뱀, 개구리 등 독성이 없는 소형 파충류와 양서류, 토끼류 등의 공격성이 적은 소형 포유류 등이다.
매뉴얼은 탈출 시 사살 대상을 위험그룹에 해당하는 종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이번에 탈출한 늑구는 사살 대상에 포함된다.
주의그룹에 해당하는 종이라도 동물이 극도로 놀라는 등 상황 발생 시 인명살상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면 현장 상황에 따라 사살할 수 있게 돼 있다.
소방청의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도 동물의 위험성 등에 따라 포획 방식에 차이를 두고 있다.
표준작전절차에 따르면 '포획 장비는 동물의 안정성 등을 고려해 올무, 뜰채, 포획 망 등을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또 '공격성이 높거나 다른 방법으로 포획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마취제를 사용하고 동물종별, 무게 등을 고려해 적응성 있는 마취제를 적정량 사용한다'라고 규정했다. '부득이하게 죽은 경우 폐기물관리법에 의거해 처리한다'고 명시했다.

['동물 탈출 시 표준 대응 매뉴얼'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과거 탈출 위험그룹 대개는 사살…2009년 암컷 늑대도 사살 결정
실제로 과거 탈출했다가 포획된 동물을 보면 위험그룹에 속한 동물 다수가 포획 과정에서 사살됐다.
2009년 8월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 내 산림동물원에서 사육사가 먹이를 주고 우리를 청소하는 새 잠기지 않은 문으로 달아났던 암컷 늑대 '아리'는 탈출 28시간 만에 동물원 부근 숲에서 사살됐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생포를 위한 마취총도 준비됐지만 유효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기 전 달아나고, 우리 바깥에서 계속 있을 경우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해 민간인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어 사살이 결정됐다.
2018년 9월에는 늑구와 마찬가지로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했던 퓨마 '뽀롱이'가 탈출 신고 접수 4시간여만에 인근 야산에서 사살됐다. 마취총을 맞았지만 마취가 풀린 데다 시민 피해를 우려한 조치였다.
2022년 12월 울산시 울주군 곰 사육농장에서 탈출한 곰 3마리도 모두 사살됐다. 이 사육농장에선 곰을 기르던 60대 부부가 곰의 습격을 받아 사망했다.
2023년 12월에는 충남 당진의 곰 사육농장에서 곰이 탈출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수색에 나선 지 1시간 50여분 만에 곰을 발견하고 사살했다.
2023년 8월 경북 고령의 한 사설 농장에서 탈출한 암사자 '사순이'도 탈출 1시간여만에 농장에서 20~30m가량 떨어진 숲속에서 발견돼 사살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위험 그룹에 속한다고 모두 사살된 것은 아니다.
2005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공연 중이던 코끼리 6마리가 탈출해 도심을 활보하고 인근 식당을 부수고 들어가는 소동이 있었으나 해당 코끼리들은 모두 생포돼 대공원으로 넘겨졌다.
2010년 12월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우리에서 탈출했던 말레이곰 '꼬마'도 9일 만에 산 채로 잡혔다.
2023년 1월 강릉의 한 동물농장에서 탈출했던 사자 2마리도 당일에 모두 생포됐다.
다만 말레이곰 꼬마는 몸무게 30~40㎏, 몸집 크기 60~70㎏의 작은 크기였으며, 강릉 동물농장의 사자도 생후 6개월 된 새끼였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늑구 무사귀환 배경은…동물복지 인식 변화도 영향
늑구는 위험그룹인 늑대이기는 하나 애초부터 사살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 등 관계 당국은 설명했다.
대전도시공사 관계자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환경부의 대응 매뉴얼은 기본 방침일 뿐 이를 토대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상황에 맞게 전략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매뉴얼에도 '본 지침은 하나의 기준으로 제시되는 것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와 동물원별로 처한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관계기관 연락망과 세부 지침을 수립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대전도시공사 관계자는 "늑구 탈출 직후 대전시 환경국장을 필두로 상황실을 꾸렸으며 동물 관련학과 교수진과 수의사, 각종 관련 기관 관계자 등이 늑구의 성장 과정 등을 살펴본 결과, 사람에 대한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려 애초부터 생포를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대전시 관계자도 "사살은 전혀 고려 하지 않았으며, 무조건 생포한다는 계획하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과거 탈출한 다른 동물과 달리 포획에 긴 시간이 소요된 것도 생포를 고집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측 설명이다.
사살할 계획이었다면 탈출 6일째인 지난 14일 오월드 인근 산에서 발견됐을 때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여러 차례 늑구가 목격되고 대치 상황도 한동안 이어졌으나 포위 과정에서 놓쳐 수색이 길어졌다.
과거와 달리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바뀐 영향도 크다고 이들 관계자는 밝혔다.
대전시 관계자는 "동물원에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소중한 생명체를 사살한다는 것은 끔찍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대전도시공사 관계자도 "과거에는 사람 위주로만 생각하다 보니 위험성이 조금만 있어도 사살했지만 이제는 시대도 바뀌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도 사람을 위협한다거나 하면 사살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ucid@yna.co.kr

(대전=연합뉴스) 17일 오전 대전 중구 사정동 대전 오월드에서 수의사 등 오월드 관계자들이 마취총을 맞은 늑대, 늑구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늑구는 지난 8일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뒤 열흘만에 생포됐다. 2026.4.17 [대전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oo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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