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명태균 여론조사' 尹재판 증인출석…배우자 확인 질문에 "네 맞습니다"
尹, 부축받고 입정하는 金 빤히 응시…작년 7월 재구속 후 9개월 만에 재회
金 마스크 제지 이진관 재판장 "표정도 신빙성 판단 자료"…내달 12일 결심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2025.9.26 2025.9.24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다시 만났다. 둘 다 범죄 혐의로 재판받는 피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약 9개월 만에 대면한 것이다.
이날 재회는 윤 전 대통령의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사건' 재판에 김 여사가 증인으로 출석하게 되면서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김 여사는 그 대각선에 있는 증인석에 각각 자리했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를 향해 간간이 미소를 보냈고 김 여사가 증인신문을 마치고 퇴정할 땐 환하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다만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과 시선을 맞추지 않고 대체로 정면만 응시했다.
김 여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피고인석에 앉아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개정을 선언하고 증인신문을 시작하겠다고 밝히자 증인 출입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후 교도관의 부축을 받고 증인석으로 걸어오는 김 여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김 여사는 여느 때와 같이 검은색 정장과 흰 와이셔츠 차림에 머리를 하나로 묶은 모습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가 증인 선서를 읽고 자리에 앉자 입술을 다문 채 옅은 눈웃음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에도 한동안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를 빤히 응시했다.
이날 김 여사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40여개 질문에 모두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지 묻는 첫 번째 질문에만 잠시 뜸 들이다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여사는 이따금 제시된 자료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기도 했으나, 김 여사는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히고 앉은 채 주로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윤 전 대통령도 방청객석으로 시선을 돌리거나 아예 눈을 감아버리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으나, 답변하는 김 여사에게 시선이 가장 많이 머물렀다.
김 여사의 증언 거부로 증인신문은 30여분 만에 종료됐다. 김 여사가 퇴정을 위해 일어나자 윤 전 대통령은 환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눈짓으로 인사를 보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날과 달리 김 여사는 이날 증인선서에 앞서 스스로 마스크를 벗었다.
앞서 재판부는 개정 선언 직후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 말한다"며 "관련 대법원 판례상 진술자의 태도, 표정 등도 신빙성 판단 자료로 삼는다. 진술 신빙성을 판단해야 할 대상자에 대해서는 마스크 착용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검, 변호인, 법정 경위 등 나머지의 경우 제한되지 않는다"며 "방청객의 경우에도 신원확인을 위해 (마스크 착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는 전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석했다가 재판부의 지적을 받고 벗은 것이 주목받자, 그 배경을 설명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서울=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2026.4.13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날 김 여사에 대한 증인 신문은 특검팀의 신청으로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이 김 여사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 관련 증거에 동의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17일 첫 공판에서 김 여사가 법정에 나오더라도 진술을 거부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질문 기회는 줘야 한다"며 증인으로 채택했다.
다만 이날 오전 재판부는 언론사의 법정 촬영 신청에 대해서는 "내부 기준에 비춰 허가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불허했다.
특검팀이 녹화 중계를 신청하지 않은 데에 따라 이날 부부의 법정 재회는 영상으로도 기록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직접 얼굴을 마주한 것은 지난해 7월 10일 윤 전 대통령이 재구속된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두 사람은 같은 날 다른 사건으로 중앙지법에 출석한 적이 있지만 구치소 측이 법원 내 이동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사전에 협의하면서 두 사람이 법원에서 마주칠 일은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와 공모해 2021년 4월∼2022년 3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총 2억7천만여원 상당의 여론조사 총 58회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를 받는다. 명씨에겐 불법 여론조사를 제공한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대가로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서면증거 조사를 진행한 뒤 내달 12일 심리를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선고는 6월 중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김 여사는 같은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명씨가 이들의 지시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들 부부에게만 독점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한 것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winkit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