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월드투어 '아리랑' 3일간 13만2천명 열광…격한 춤 줄이고 라이브 집중
"낯설 수 있지만 너그럽게 변화 지켜봐 달라…오래 같이하고자 내린 결정"
'불타오르네' 등 히트곡에 환호…'버터'엔 "옆집 강아지 철수도 아는 그 노래"
"앞으로도 겸허한 마음으로 해 나가겠다"며 큰절도…"기다려 주셔서 감사"

(고양=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이 11일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월드투어 '아리랑'에서 무대를 꾸미고 있다. 2026.4.11 [빅히트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양=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11일 밤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새 앨범 '아리랑'(ARIRANG)의 1번 트랙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에 삽입된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방탄소년단이 "자, 여러분의 소리를 들려주세요!"라고 외치자 노래를 따라 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뒤이어 흘러나온 히트곡 '아이돌'(IDOL)의 전통 가락에 맞춰 4만4천명의 '아미'(팬덤명)의 떼창이 터져나왔다.
"지화자 좋다!"
방탄소년단이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새 월드투어 '아리랑'(ARIRANG)의 돛을 올렸다. 멤버들은 '아이돌'을 부르며 커다란 스타디움을 한 바퀴 돌았고, 공연장에서는 오래도록 '덩기덕 쿵더러러∼' 하는 후렴구가 반복됐다.
이들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회당 4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스타디움에서 360도 개방형 무대를 선보였다. 이러한 무대 구조는 일반적인 일자형보다 더 많은 관객을 들일 수 있기에 흥행력이 담보된 톱스타들만 시도하곤 했다.
돌출형 무대에서 붉은색 연막탄을 든 댄서가 등장해 중앙으로 뛰어나오더니. 곧바로 첫 곡 '훌리건'(Hooligan)이 시작됐다. 오프닝 영상을 갈음한 색다른 연출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콘서트를 통해 회당 4만4천명, 3회에 걸쳐 13만2천명에 달하는 '아미'를 만난다.
'BTS'를 외치는 함성을 맞으며 등장한 일곱 멤버는 핸드 마이크를 들고 생생한 라이브로 '훌리건', '에일리언스'(Aliens), '달려라 방탄' 세 곡을 내리 들려줬다.
360도로 개방된 무대와 그 위에 설치된 X자 형태의 대형 LED 덕에 공연장 어디에서나 멤버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RM과 슈가는 속사포 같은 랩을 쏟아냈고, 바람에 휘날리는 지민의 금빛 장발이 LED에 클로즈업되자 여기저기서 '꺄' 하는 탄성도 나왔다.

(고양=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이 11일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월드투어 '아리랑'에서 무대를 꾸미고 있다. 2026.4.11 [빅히트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뷔는 "저희가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360도로 개방된 공연을 해 봤다. '아미'분들에게 360도로 둘러싸여 있으니 기분이 정말 좋다"고 말하며 흐뭇해했다.
멤버들은 이번 투어에서 과거 공연과 비교해 안무는 줄이고 라이브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밝고 신나는 노래 대신 진중한 음악을 내세운 신보 '아리랑'으로 선보인 팀의 제2막, 'BTS 2.0'을 공연으로도 구현한 듯했다. 불기둥과 폭죽, LED 깃발, 50인의 댄서 등으로 꾸민 다채로운 볼거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지민은 "앨범도 그렇고 (투어에서도) 저희가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 봤다"며 "열심히 준비한 만큼, 재미있게 즐기고 가 달라"고 당부했다.
슈가도 "이번 '아리랑'은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 준비를 많이 한 투어"라며 "낯설 수는 있겠지만, 끝까지 즐겨달라"고 했다.
리더 RM은 "저희가 '2.0' 노래도 내고, 많은 변화를 부르짖으며 보여드렸다"면서도 "진짜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저희 7명이 이 일을 같이하기로 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저희가 여러분을 생각하는 이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저희가 다 서른 살이 넘었어요. (저희의 변화는) 저희가 이 일을 오래도록 같이하기 위해 내린 결정입니다. 저희를 조금 더 믿어주시고, 너그러이 저희의 변화를 지켜봐 주시고 즐겨 주세요."(RM)
팬들은 지난달 발매된 신곡들도 익숙한 듯 무대마다 떼창으로 멤버들에게 화답했다. 5집 타이틀곡 '스윔'(SWIM)에서는 관객이 입 모아 외치는 '스윔∼ 스윔∼' 후렴구가 울려 퍼졌고, '노멀'(NORAML)에서는 '케로신, 도파민, 케미컬 인듀스드∼'(Kerosene, dopamine, chemical induced∼)라는 떼창으로 공연장이 가득 찼다.
어둠이 깔리고 기온이 한 자릿수로 뚝 떨어졌지만, '낫 투데이'(Not Today·2017년), '마이크 드롭'(MIC Drop·2017년) 등 익숙한 히트곡이 나오자 공연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지금부터 이 밤의 무대가 정말 불타오를 것"이라는 뷔의 말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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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은 '마이크 드롭'에서 옛날 그대로의 군무를 선보였고, 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응원봉 물결로 멤버들에게 힘을 보탰다.
멤버들은 이날 '불타오르네, '버터'(Butter), '다이너마이트'(Dynamite) 등 히트곡 무대도 펼쳐 팬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관객들은 '다이너마이트'의 후렴을 따라부르며 추억에 잠겼고, 멤버들도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고 신나게 춤을 췄다.
RM은 '버터'를 부르기에 앞서 "빌보드 '핫 100'에서 10주 1위 한, 지나가던 옆집 강아지 철수도 아는 바로 그 노래"라고 유쾌한 농담도 던졌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군 공백기에 나온 '테이크 투'(Take Two)도 처음으로 들려줬고, 2017년 히트곡 'DNA'도 군무에 맞춰 즉석에서 불러 팬들을 기쁘게 했다. 두 노래를 부르는 동안 공연장은 팬들이 만든 보랏빛 물결로 일렁였다.
RM은 공연 말미 "여러분이 이곳을 가득 채워주신 것을 단 한 순간도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며 "앞으로도 겸허한 마음으로 해 나가겠다"고 말하며 관객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정국도 "앞으로도 여러분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하겠다"고 약속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방탄소년단이 신보 '아리랑'과 광화문 광장 컴백쇼로 드러낸 한국적 정서는 이번 콘서트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커다란 스타디움 정중앙에는 경복궁 경회루를 모티브로 삼은 정자 모양의 무대가 설치됐다. 이는 모두가 함께 즐기는 연회의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소속사 측은 설명했다. 또한 태극기의 건곤감리(乾坤坎離·태극기의 네 괘)에서 따온 돌출 무대가 네 방향으로 뻗어 나왔다.
일반적인 콘서트에서는 공연 전 해당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송출되는 것과는 달리 스타디움 중앙에 X자 모양으로 마련된 LED에서 수묵화가 연상되는 영상과 국악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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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은 이날 5집 신곡 '플리즈'(Please)와 '인투 더 선'(Into the Sun)을 마지막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앨범 마지막 트랙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 인상적인 '인투 더 선'은 공연의 끝자락과 무척 잘 어울렸다. 스타디움 하늘 위로 불꽃놀이도 펼쳐졌다.
영국에서 온 팬 레베카 앤더슨 씨는 "우리 또한 과거보다 나이가 들었고 변했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이 이번에 선보인 새로운 스타일도 이해가 간다"며 "방탄소년단이 내 인생을 바꿔놨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듣기 시작해 2019∼2022년에는 3년간 아예 한국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며 이들의 콘서트를 보러 다녔다. 새 앨범을 내주고 우리를 다시 만나줘서 멤버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오는 12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국내 공연을 연 뒤 일본 도쿄와 미국 탬파 등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이들은 고양을 포함해 34개 도시의 스타디움급 공연장에서 총 85회에 걸쳐 지구촌 각지의 '아미'들을 만난다.
"저희가 월드투어를 연 지가 6년 반이 됐고, 정규앨범은 4년 만에 나왔어요. 그동안 너무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무대와 음악을 보여드리고자 계속 열심히 할 테니, 늘 저희 곁에 있어 주세요." (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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