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첫 주총…이사 인원 줄이고 정관 손질 '선제 대응'

이사 규모 전년 대비 2.6% 감소…집중투표제 앞두고 구조조정 움직임

삼성전자 주주총회, 주주 확인하는 주주들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8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주주 확인을 하고 있다. 2026.3.18 [공동취재] xanadu@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상법 개정 이후 처음 열린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사회 규모를 축소하고 정관을 변경하는 등 지배구조 대응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담은 2차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외부 세력의 진입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 대응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7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50대 그룹 상장사 가운데 전년과 비교 가능한 269개사의 올해 주총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이사 수는 1천73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천780명) 대비 47명(2.6%) 감소한 수준이다.

사내이사 인원이 843명에서 807명으로 4.3% 줄어들어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사외이사는 937명에서 926명으로 1.2% 감소했다.

그룹별로는 카카오가 10개 계열사에서 총 14명의 이사를 줄이며 감소 폭이 가장 컸고, 롯데(-13명), 삼성(-9명), LS(-7명), 한화(-6명), 영풍(-4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일부 그룹은 사외이사 수를 유지한 채 사내이사만 줄이는 방식도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미래에셋, 효성, LX, 이랜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사내이사를 줄여 전체 이사 수를 낮추고, 결과적으로 사외이사 최소 선임 기준도 함께 낮추는 방식으로 외부 인사의 이사회 진입 여지를 축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차 상법 개정안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통과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25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3차 상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통과되고 있다. 2026.2.25 scoop@yna.co.kr

정관 변경을 통한 대응 움직임도 확인됐다.

올해 주총 안건 가운데 이사회 관련 정관 변경을 상정한 기업은 184곳이었으며, 이 가운데 15곳은 실제 이사 수 상한을 축소했다.

롯데케미칼, GS글로벌, 한진칼, LS 계열사, 셀트리온, 한국앤컴퍼니 계열 등이 포함됐다.

특히 효성은 주요 5개 계열사(효성·효성티앤씨·효성화학·효성중공업·효성첨단소재)에서 이사 수 축소를 추진하며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효성중공업은 해당 안건이 부결됐다.

이사 임기를 조정한 기업도 14곳으로 집계됐다.

한화가 7개 계열사에서 관련 정관 변경을 추진해 가장 많았고, 효성(4개), 롯데·카카오(각 1개) 등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 기존 2년 수준이던 이사 임기를 3년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변경됐다.

이처럼 이사회 축소와 임기 조정이 동시에 나타난 것은 상법 개정에 따른 지배구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상법 1차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됐고, 오는 9월 시행되는 2차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담고 있다.

여기에 2027년부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3차 개정안까지 예정돼 있어 기업들의 지배구조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리더스인덱스는 "2차 개정안으로 소수 주주가 선호하는 인사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존 대주주 중심의 이사회 운영에 일정 부분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불편한 동거'를 사전에 완화하기 위해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관리하려는 필요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writer@yna.co.kr

조회 145 스크랩 0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