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습 전 사이버공격…이란 눈·귀부터 가렸다

3일 이란 테헤란에서 자동차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통신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기습 공격을 하기 전 통신망을 교란하고 교통 카메라를 해킹하는 등 광범위한 ‘사이버 공격’으로 이란의 ‘눈과 귀’를 가렸다.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2일(현지시각) 미 국방부 청사에서 ‘장엄한 분노’ 작전 과정을 보고하며 “공격 선봉에 선 미 사이버사령부와 우주사령부가 이란이 정찰하고, 소통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교란하고, 약화하고 사실상 마비”시키며 작전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정보전·사이버전의 우위를 바탕으로 기습 공격 초기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해 수뇌부들을 제거했다는 설명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몇해 전부터 테헤란 시내 교통 카메라를 해킹해 고위 인사의 출퇴근 동선 등 이동 패턴을 파악해 왔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지난달 28일 하메네이가 이란 고위 관리들과 회의를 위해 파스퇴르 거리의 집무실로 출근한다는 첩보를 입수하자, 이스라엘은 이동통신망을 해킹해 회의가 예정대로 열리고 고위 인사들이 집무실로 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공격 개시 직전인 28일 오전 9시45분(이란 현지시각), 이스라엘은 하메네이 등이 머무르고 있던 파스퇴르 거리 일대의 이동통신기지국 10여기를 부분 마비시켰다. 전화를 걸면 마치 상대가 통화 중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경호팀이 연락을 취할 수 없게 했다. 이후 표적 살해를 주도한 이스라엘의 전투기 200대가 500여곳에 정밀 유도탄을 쏟아부었고, 100여대의 전투기와 폭격기가 출격해 이란 전역의 목표물을 폭격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6월 ‘12일 전쟁’ 때도 개전 초기 몇분 사이에 이란 핵과학자와 고위 군 지휘관 10여명을 암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시 “우리는 이란 상공을 완전히 장악했다”며 “소위 ‘최고지도자’가 어디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과시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감시 도구와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되면서 표적의 동선에 대한 감시의 차원이 달라졌고, 지도자 은신이 어려워졌다”고 짚었다.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했듯, 지상군을 대거 투입하지 않고도 특정 국가의 지도자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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