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한미군 방공 전력 ‘차출’ 가능성, 안보 영향 최소화해야

3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 상공에서 미사일이 포착되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이란을 상대로 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이 이뤄진 지 사흘 만에 미 전쟁부의 핵심 당국자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분명치 않지만, 급격히 소진되고 있는 미국의 방공 전력을 보충하기 위해 주한미군 포대를 차출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 자신의 전력을 순환 배치하는 것을 막을 순 없겠지만, 북핵 위협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는 우리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이란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만큼, 차출이 이뤄지더라도 안보 공백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국방부는 2일 밤 입장문을 내어 “안 장관이 엘브리지 콜비 미국 전쟁부 정책차관의 요청으로 이날 전화 통화를 갖고 미측의 대이란 군사작전과 관련한 입장을 청취했다”며 “급변하는 국제 안보 환경 속에서도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통화가 묘한 여운을 남기는 것은 중동 전역을 향한 이란의 대대적인 보복 공격으로 미국의 방공 전력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전격 소통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당국자도 이날 “(주한미군의 전력 운용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란이 쉼 없이 쏘아대는 무인기와 미사일을 격추하려면, 미국은 그보다 수십배 더 비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엇 등 첨단 요격미사일을 2~3발 쏘아 올려야 한다. 전쟁이 길어지면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것은 이란이겠지만, 미국 역시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워싱턴포스트는 앞선 1일 “전쟁이 수주 정도로 길어지면 한정된 미국 방공 재고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선임 지휘관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 이미 확인된 것처럼, 미국의 산업 생산력이 크게 위축된 상태라 전쟁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무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한·미는 앞서 지난해 3월 주한미군 제35방공포병여단의 2개 포대를 중동으로 전환 배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포대는 석달 뒤 이란-이스라엘이 강하게 맞붙었던 ‘12일 전쟁’ 때 카타르의 미군기지를 방어한 뒤 지난해 11월 복귀했다. 전례가 있는 만큼 자국 전력을 빼가겠다는 미국의 뜻을 꺾긴 힘들어 보인다. 다만, 미국이 우리 전력 제공도 요청한다면,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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