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제가 뭐길래…공정위 독점권한 46년만에 전면손질되나

李대통령 "범죄는 아무나 체포까지 가능한데 공정거래 사건은 왜" 지적

검찰개혁·수사권 재편과 맞물린 고차방정식…'전면 폐지' 신중론도 제기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3 superdoo82@yna.co.kr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인 '전속고발제 폐지'를 언급하면서 향후 제도 변경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전속고발제가 도입 46년 만에 대대적으로 손질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애먼 중소기업의 피해가 없도록 신중하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전속고발제란…"공정위 고발 없으면 형사처벌 불가"

전속고발제는 불공정행위 위반 행위 고발을 오직 공정위만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공정위의 고발 없이는 형사 처벌을 전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될 수 없다는 의미다.

경쟁 업체 등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고발을 남발할 경우 수사 기관에 불려 다니느라 경영 활동이 위축될 우려를 막기 위한 조치다.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때부터 규정됐다.

하지만 형사제재 여부를 단일 행정기관에 전적으로 맡기다 보니 '불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는 의심을 사면서 '재벌 봐주기' 논란이 잊을 만하면 제기됐다.

퇴직자가 대기업을 주로 대리하는 대형 로펌에 재취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눈총을 받았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공정위에서 퇴직하고 대형 로펌에 재취업한 공무원은 82명으로, 평균 연봉은 재직 당시보다 약 3배 상승했다.

공정위가 공소시효에 임박해 사건을 고발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고 반발한 사례도 있었다.

검찰은 2017년 글로벌 운송업체 담합 사건을 공정위가 공소시효 만료 2주를 남기고 고발해 담합 규모를 온전히 추적하지 못한 채 겨우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원칙적으로 아무나 체포까지 할 수 있는 게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데 왜 공정거래 사건은 누군가(공정위)가 꼭 고발해야 하고 고발 안 하면 수사도 못 하고 기소도 못 하고 처벌도 못 하고 그게 이상하지 않냐"라고 지적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발표하는 김상조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후 설명하고 있다. 2018.8.21 kimsdoo@yna.co.kr

◇ '재벌 봐주기 논란'에 단계적 권한 축소…폐지는 유보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공정위의 전속고발 권한은 조금씩 축소됐다.

1996년 검찰총장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고발요청권'이 처음 도입됐다. 다만 고발이 의무는 아니었다.

2014년이 돼서야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고발하도록 강제성이 부여됐다. 아울러 요청 권한을 조달청장·중소기업청장(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감사원장에게 추가로 부여했다.

이런 흐름 속에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공정위는 가격·입찰 등 '경성담합'에 한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려는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냈다.

하도급법은 기술유용행위에 한해서만, 가맹·유통·대리점 '유통 3법' 및 표시광고법 등 4개 법률에서는 전면 폐지를 추진했다.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낸 전속고발제 폐지 공약을 지키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2020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유지'로 뒤집혔다. 당시 여권 안에서 검찰 개혁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검찰의 무차별적인 수사권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후 제도는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 시절에는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 행사가 급증하면서, 사실상 전속고발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국무회의 답변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2.3 superdoo82@yna.co.kr

◇ "중소기업 피해 우려도…입찰담합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전속고발제 폐지를 언급한 만큼 제도 손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공정위 안팎에서는 2020년 법 개정 시도 당시보다 지금 사정이 더 까다롭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개혁과 수사권 재편과 맞물려서 고차방정식이 된 상태이고, 정확한 해법을 찾지 않으면 자칫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공정위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지난 12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검찰청이 폐지되고 검찰 수사권이 박탈되면 검찰이 관련 사건을 수사할 수 없게 된다. 신설되는 중수청이 할지, 경찰이 할지, 모두가 할 수 있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한 공정위 강제조사권 확보도 변수다. 강제조사권이 부여되려면 공정위에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논의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속고발제가 전면 폐지된다면 새로운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로 고발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전격 폐지까지 언급하지는 않은 이유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4일 "수사 주체는 물론 중복 조사와 중복 수사 방지 방안이 확실히 마련돼야 한다"며 "현재 대부분의 담합 조사 대상은 압도적으로 중소기업이 많은데, 전속고발제가 전면 폐지되면 고소·고발이 급증하며 이들의 경영 활동에 지장이 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폐지로 가닥이 잡힌다면, 일부 분야에 먼저 시행해보자는 제안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재임한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전면 폐지가 아니라 일단 입찰담합에 한해 폐지하는 방식을 제안한다"며 "성과가 있다면 확대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분석이 복잡하게 필요한 분야가 아니고, 수사권이 남용될 여지가 적은 분야"라며 "이 분야는 국가의 세금 낭비를 막는 분야로 공정위 담합 사건 처리 비중의 7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공정위 업무 부담도 확실히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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