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1000명 설문 여기서 다 나왔어요
서울에 물폭탄이 떨어지던 날에도 지하철이 끊기고 도로가 잠겨도 여전히 출근길에 나서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누군가는 재택근무를 하고 누군가는 우산도 없이 무릎까지 차오른 빗물을 헤치며 회사로 향했어요
이 격차가 단순히 운이 좋고 나쁨의 문제일까요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이건 운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게 명확하게 드러나요
태풍 와도 출근 폭염 와도 출근 이게 K직장인의 현실
연합뉴스가 전한 소식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4명 이상이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 상황에서도 정시 출근과 작업을 요구받는다는 시민단체 조사가 나왔어요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서 이번 조사를 진행했어요
조사 기간은 지난달 1일부터 9일까지였고 대상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이었어요
질문은 단순했어요
자연재해 상황에서 출퇴근 시간 조정이 보장되느냐는 질문이었어요
그런데 돌아온 답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어요
응답자 중 43.8%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답했어요
숫자로만 보면 그저 40%대 통계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 43.8%라는 숫자 안에는 수백만 명의 실제 얼굴이 들어있어요
빗물에 잠긴 도로를 뚫고 출근하는 배달노동자
폭염 속에서 에어컨도 없이 작업하는 건설 현장 인부
태풍이 몰아치는 날에도 지하철역까지 걸어가야 했던 계약직 사원
이 사람들 모두가 저 통계 속 숫자 하나하나예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 사이 벌어진 10%포인트의 간극
머니투데이 보도를 보면 이 격차가 더 세밀하게 드러나요 보장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은 비정규직이 49.8%로 정규직 39.8%보다 높았어요
얼핏 10%포인트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비정규직 내부를 한번 더 쪼개서 들여다보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져요 비정규직 가운데서는 일용직이 58.5% 파견 용역 사내하청이 58.3% 프리랜서와 특수고용이 55.3%로 절반을 훌쩍 넘겼어요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건 뭘까요
쉽게 말하면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비바람을 그대로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는 뜻이에요
직장갑질119 측도 이 부분을 짚었어요 비정규직 내부를 다시 보면 일용직 사내하청 등 고용이 불안정하거나 저임금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재해 상황에서 근무 조정에서 소외되는 정도가 심했다고 설명했어요
저는 이 대목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이에요
같은 태풍이 불어도 누군가는 집에서 노트북을 켜고 누군가는 그 태풍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가야 해요
그 차이를 결정하는 게 실력이나 노력이 아니라 고용 형태라는 사실이 참 씁쓸하게 느껴져요
여성 비사무직 일반사원 유독 몰린 근무조정 사각지대
머니투데이와 경기신문 보도를 종합해보면 성별과 직급에 따른 격차도 뚜렷하게 나타나요 여성 53.4%와 비사무직 50.6% 일반사원급 52.4%에서도 근무조정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어요
업종별로 보면 더욱 눈에 띄는 지점이 있어요 숙박 음식점업이 56.7%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어요
왜 하필 숙박과 음식점업일까요
저는 이 업종이 손님을 직접 상대하는 대면 서비스 업종이라는 점에 주목했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문을 열어야 매출이 나오는 구조에서는 직원의 안전보다 영업 지속이 우선순위에 놓이기 쉬워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폭우 속에서도 출근해야 했던 사례
식당 홀서빙 직원이 태풍 특보 속에서도 배달 오토바이를 몰아야 했던 사례
이런 이야기들이 뉴스 댓글창마다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저임금 노동자와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됐다는 조사 결과 역시 이 구조를 뒷받침해주고 있어요
정부는 권고만 회사는 무시만 이 반복되는 딜레마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 중 하나는 정부와 기업 사이의 온도차예요 응답자의 38.4%는 정부가 재택근무나 출퇴근 시간 조정을 권고한 상황에서도 회사 지시에 따라 평소처럼 출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어요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좀 어이가 없었어요
정부가 나서서 재택근무를 하라고 권고하는 상황이면 최소한의 안전판이 마련된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현실에서는 그 권고가 회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 나가는 경우가 열 명 중 네 명 꼴로 존재한다는 뜻이에요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답은 간단해요
권고에는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에요
직장갑질119도 정확히 이 지점을 지적했어요 현재 고용노동부는 폭염 호우특보가 발효되면 재택근무나 시차 출퇴근 등을 권고하고 있지만 권고일 뿐이라 이를 따르지 않는 사업주를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어요
법이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무력하다는 이야기예요
권고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선택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고 그 선택은 대부분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주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지각 한 번에 낙인 찍히는 억울한 노동자들
더 마음이 무거워지는 대목은 따로 있었어요 응답자의 15.3%는 자연재해 상황에서 지각했다는 이유로 괴롭힘이나 불이익을 경험했거나 동료가 이를 겪는 것을 봤다고 답했어요
비율로 환산하면 직장인 7명 중 1명꼴이에요
생각해보세요
태풍으로 대중교통이 통제되고 도로가 침수돼서 도저히 정시 출근이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닌 지각을 두고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주거나 은근한 눈치를 주는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이에요
저는 이 부분에서 옛날 회사 생활을 떠올렸어요
폭설로 온 도시가 마비됐던 어느 겨울날 지하철이 몇 시간씩 지연됐는데도 몇몇 관리자들은 그저 좀 더 일찍 나왔어야지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곤 했어요
이런 문화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게 이번 조사로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에요
불가항력적인 재난 상황에서조차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문화
이게 바로 이번 조사가 짚어낸 가장 아픈 지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작업을 멈출 권리 있다지만 현실은 있으나마나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어떤 변화를 바라고 있을까요
이번 조사에서 아주 인상적인 숫자가 하나 있어요 자연재해 상황에서 직원들이 스스로 근무 형태를 선택하거나 작업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65.4%를 차지했어요
10명 중 6명 이상이 스스로 위험을 판단하고 멈출 권리를 원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이 권리는 이미 법에 존재해요
바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이에요
문제는 이 권리가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라는 점이에요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이 존재하나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 등은 사각에 있고 법령상 작업을 중지할 요건을 구성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라는 표현이 불명확하다고도 짚었어요
급박한 위험이라는 표현 자체가 참 모호해요
누가 봐도 위험한 상황인데도 사업주가 아직 괜찮다고 우기면 노동자는 결국 위험을 감수하고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게다가 이 권리를 행사했다가 불이익을 당해도 이를 처벌할 규정마저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어요
있는데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권리
저는 이게 가장 큰 아이러니라고 생각해요
국가공무원과 일반노동자 그 사이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벽
여기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어요
국가공무원에게는 천재지변으로 출근이 어려운 경우를 대비한 공가 규정이 마련돼 있어요
그런데 일반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에는 자연재해로 인한 지각이나 결근 처리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요
아시아투데이 보도에서도 이 지점을 정확하게 짚었어요 국가공무원은 천재지변으로 출근이 어려울 경우 공가 규정이 있지만 일반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에는 자연재해에 따른 지각 결근 처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에요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댓글창에서 봤던 어떤 반응이 떠올랐어요
공무원은 호우주의보만 떠도 보호받는데 일반 회사원은 그런 보호막이 전혀 없다는 볼멘소리였어요
누군가는 이걸 두고 그저 부러움 섞인 불만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게 단순한 부러움이 아니라 제도의 공백을 지적하는 아주 정당한 문제 제기라고 생각해요
같은 나라에서 같은 태풍을 맞는데 누구는 법으로 보호받고 누구는 그저 회사 방침에 목숨을 맡겨야 하는 상황
이 격차를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크다고 느껴져요
세계는 이미 달라지고 있는데 우리만 제자리걸음
시야를 조금 넓혀볼게요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폭염과 폭우 폭설 같은 극한 기상 현상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되어가고 있어요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폭염 특보가 발령되면 옥외 노동을 아예 중단시키는 강제 규정을 두고 있는 곳도 있어요
일본에서도 재해 시 통근 곤란자에 대한 배려 의무를 기업에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지침이 존재해요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이 차이가 그냥 문화 차이라고 넘기기엔 우리나라의 여름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려요
매년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집중호우 뉴스가 반복되는데
정작 그 상황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는 몇 년째 그대로예요
저는 이 부분이 가장 답답하게 느껴지는 지점이에요
기후는 매년 새로운 기록을 세우면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데 법과 제도는 몇십 년 전 틀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느낌이에요
직장갑질119가 던진 해법 그리고 남은 숙제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직장갑질119 소속 노무사가 국민일보를 통해 밝힌 제언이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어요 자연재해 시 지각 결근 공가 등 복무 처리 기준을 명문화하고 작업중지권의 실효성을 높여 노동자가 기후위기에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어요
이 말을 조금 풀어보면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첫째는 자연재해로 인한 지각과 결근을 일반적인 근태 불량과 다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법적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일이에요
둘째는 작업중지권의 적용 범위를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까지 넓히고 급박한 위험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구체화하는 일이에요
셋째는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업주를 실질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는 일이에요
사실 이 세 가지는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에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노동계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내용이거든요
그런데도 계속 제자리걸음인 이유는 결국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의지의 부족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법을 바꾸는 일은 언제나 누군가의 비용 부담과 맞물리기 때문에 쉽게 진전되지 않는 구조예요
댓글의 온도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이번 기사 댓글창을 보면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요
어떤 분들은 무슨 소리냐 거의 다 출근할 텐데라며 조사 결과 자체에 의문을 던졌어요
또 다른 분들은 이제는 좀 선진화된 직장문화가 필요하다며 오너들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어요
중소기업은 어쩔 수 없이 다 출근해야 하고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무원만 여유가 있는 거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어요
저는 이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이 논쟁의 핵심은 회사의 규모나 업종을 떠나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어디까지 우선순위에 둘 것이냐는 질문이라는 거예요
매출이 줄어드는 것과 사람의 생명이 위협받는 것
이 둘을 저울질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는 셈이에요
당연히 사람의 안전이 먼저여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 순서가 종종 뒤바뀌곤 해요
매년 폭우나 폭염 속에서 출근하다 사고를 당하는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반복되는 이유도 바로 이 순서가 잘못 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이 문제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예요
이 뉴스를 접하고 나서 저는 계속 한 가지 질문을 떠올렸어요
과연 나라면 그 상황에서 당당하게 오늘은 출근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요
솔직히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재난 상황에서도 일단 눈치를 보고 회사 눈치 상사 눈치 동료 눈치를 살피며 결국 우산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서요
이 심리 자체가 이미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안전보다 성실함이라는 이름의 순응을 더 중요하게 여겨왔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해요
기후위기는 앞으로 더 심해질 일만 남았어요
폭우는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비를 퍼부을 거고 폭염은 매년 최고 기록을 갱신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 미래 앞에서 지금 이 43.8%라는 숫자를 그냥 흘려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 숫자는 결국 몇 년 뒤에는 나 혹은 내 가족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결국 매년 여름마다 같은 뉴스가 반복될 거예요
누군가는 빗물에 잠긴 도로를 뚫고 출근하고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뉴스 말이에요
이제는 정말 바뀔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