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신 6주 차 초기 임산부인 A씨가 심한 입덧과 울렁거림을 참아가며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을 찾아 이동하던 중, 한 승객으로부터 "거 더럽게 왔다갔다거리네"라는 폭언을 듣고 큰 상처를 받은 사연이 소셜미디어(스레드)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현실은
임산부 배려석이 분홍색 등으로 지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원 지하철에서는 일반 승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실제 임산부가 양보를 받거나 앉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평소에 비워두어야 한다"는 의견과 "임산부가 없을 때는 비효율적이니 비워둘 필요 없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르신이나 스마트폰을 보느라 임산부를 보지 못하는 승객들이 많아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중학생의 아이디어
2022년 중학생이 제안한 '임산부 인증 시에만 좌석이 펼쳐지는 접이식 임산부석' 아이디어가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강제적인 방식이 세대 및 성별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며, 지속적인 인식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마치며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은 출산율 제고와 사회적 약자 배려라는 숭고한 취지로 도입되었지만, 현실은 안타깝게도 갈등의 온도가 가장 뜨거운 공간 중 하나임을 이 기사는 잘 보여준다. 초기 임산부의 고통스러운 몸짓을 이해하기는커녕 타인의 이동을 불쾌하게 여기며 뱉은 "거 더럽게 왔다갔다하네"라는 한마디는, 우리 사회의 각박해진 여유와 바닥난 공감 능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입덧으로 속이 울렁거려 땅바닥에 주저앉고 싶을 만큼 힘든 상황임에도, 정작 앉아야 할 자리는 다른 이들로 채워져 있고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은 비극적이다. '비워두어야 한다'와 '비워둘 필요 없다'는 찬반 논쟁은 어쩌면 제도의 본질을 흐리는 지엽적 문제일지도 모른다.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불신하고 날 선 감정을 드러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간다.
중학생이 제안한 '인증형 접이식 좌석' 같은 기술적·구조적 대안에 서울시가 갈등 우려를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은 아쉽다. 물론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겠으나, '인식 개선'이라는 모호한 구호 뒤에 숨어 방치하기에는 임산부들이 겪는 현실의 고통이 너무 크다.
배려는 강요할 수 없기에 제도가 필요한 것인데, 제도가 힘을 잃으니 배려는 사라지고 혐오와 갈등만 남은 셈이다. 이번 기사를 통해 우리가 돌아봐야 할 것은 단순히 지하철 좌석의 구조적 문제를 넘어, 타인의 고통 앞에 무감각해진 우리의 차가운 시선이 아닐까 싶다. 기술적 대안 도입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와 더불어,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