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도왔는데 그게 오히려 돈으로 돌아온다면 과연 다음번에도 선뜻 나설 수 있을까요
넘어진 할머니를 도왔더니 돌아온 건 합의금 요구
사건은 이래요
수영장에서 A 할머니가 넘어졌어요
옆에 있던 B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곧바로 다가가 부축했어요
누가 봐도 자연스러운 선의였죠
그런데 일으켜 세우던 중 A 할머니가 다시 넘어졌고 그 과정에서 팔이 부러졌어요
A 할머니는 이 부상이 자신을 붙잡아준 B 할머니 때문이라고 주장했어요
그러면서 합의금으로 1000만원을 요구했다고 해요
이 대목에서 저는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도와주려던 손길이 오히려 가해자 취급을 받게 된 상황이니까요
양쪽 자녀들까지 나선 500만원 합의극
갈등이 커지자 양쪽 할머니의 자녀들까지 모였어요
B 할머니 측에서는 사정을 봐달라고 부탁했고 결국 500만원으로 합의를 봤다고 해요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줄었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애초에 선의로 도와준 사람이 왜 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까지 갔는지가 문제예요
심지어 두 할머니는 같은 수영장에서 함께 어울리던 사이였다고 해요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끼리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걸 보면 남을 돕는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조심스러운 일이 돼버린 것 같아요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나게 두라는 뼈아픈 교훈
이 글을 올린 사람은 어머니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밝혔어요
그러면서 모친이 신신당부했다는 말도 함께 적었어요
어른이 넘어지면 절대 붙잡지 말고 스스로 일어나게 두라고요
이 말을 보고 마음이 씁쓸했어요
분명 좋은 뜻으로 한 조언이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실제로 이 사연에 달린 반응들 대부분이 남의 일은 무시하거나 모른 척해야 한다는 쪽이었대요
괜히 나섰다가 피해를 본 거라는 댓글이 많았다고 해요
저도 이 반응들을 보면서 씁쓸함과 공감이 동시에 들었어요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 응급 상황엔 확실히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응급 상황이라면 법이 우리를 보호해줘요
바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조항이에요
쉽게 풀어보면 이래요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를 도우려다 그 사람이 다치면 민사와 형사 책임이 완전히 면제돼요
숨지는 경우에는 형사책임이 줄어들거나 아예 면제될 수 있어요
다만 조건이 있어요
고의에 가까운 무리한 행동으로 피해를 준 게 아니어야 해요
그리고 의사나 응급구조사 소방관처럼 원래 구조 의무가 있는 사람은 이 보호를 받기 어려워요
다만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도 업무 중이 아니라 일상에서 순수한 선의로 구조했다면 보호받을 수 있어요
실제로 지난 3월 24일 가정의학과 의사 7명이 마닐라행 비행기에서 쓰러진 외국인 여성을 살린 사례가 있었는데 이 경우도 환자가 잘못되더라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심폐소생술 도중 성추행 고소당한다는 소문의 진실
온라인에서 자주 떠도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심폐소생술 하다가 성추행으로 고소당했다는 내용이에요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을 살리려는 목적의 신체 접촉이 강제추행으로 인정된 판례는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없어요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추행의 고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유튜브 채널 하나뿐인 변호사에서도 심폐소생술 관련 유죄 사례들은 애초에 다른 범행을 하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어요
심폐소생술을 핑계로 삼았을 뿐이라는 거죠
실제로 2013년 9월 한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 도중 준강제추행으로 고소당한 적이 있었어요
구급차 안에서 피해자의 유두 부위를 여러 차례 만진 게 문제가 됐는데 구급대원은 의식 상태 확인을 위한 자극 방식이었다고 항변했어요
2014년 9월 수원지방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어요
판결문에는 이 행위가 응급구조사 행위로서 허용된 정당방위라고 적혀 있었어요
응급 상황에서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한 방법이라면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어요
사망하면 면제 아닌 경감이라는 여전한 한계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한계가 있어요
다친 경우에는 책임이 완전히 면제되지만 사망한 경우에는 형사책임이 줄어들 뿐이지 완전히 없어지진 않아요
이 차이가 실제로 사람들이 돕는 걸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 돼요
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 임주원 교수의 2016년 논문을 보면 비행기 안에서 응급 상황을 겪은 96명 중 76%가 응급진료에 참여했다고 해요
그런데 다음에도 참여하겠냐는 질문에는 그 비율이 62%로 떨어졌어요
특히 현행 응급의료법을 잘 아는 의사 집단에서는 다음에 참여하겠다는 비율이 겨우 36%에 불과했어요
임 교수는 이 주저함의 이유가 소송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이런 문제의식으로 신현영 전 국회의원이 2022년 개정안을 발의했었어요
고의나 중대 과실 없이 응급처치를 했다면 환자가 사망해도 형사책임을 면제하자는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이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는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혔고 결국 2024년 5월 임기 만료로 폐기되고 말았어요
무죄여도 고소당하면 그 자체가 고통이라는 현실
법적으로 무죄가 나와도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아요
대표적인 사례가 봉침 환자 구호 사건이에요
2018년 한 한의원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봉침 시술을 받았어요
그런데 급성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와서 뇌사 상태에 빠진 뒤 결국 사망했어요
당시 한의원 한의사는 같은 건물 다른 층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런데 유족들은 한의사뿐 아니라 도움을 주러 온 그 의사에게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어요
협진 요청을 받았으니 더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한다는 논리였어요
법원은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했어요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인 응급의료법 제5조의2를 근거로 들었고 고의나 중대 과실이 없었고 응급의료종사자도 아니었기 때문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단했어요
문제는 이 판결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에요
사건 발생은 2018년이었는데 최종 판결은 2023년이었어요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거예요
결과적으로 무죄였다고 해도 그 5년 동안 겪었을 심리적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워요
하나뿐인 변호사 채널에서도 피해자가 고소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순 없다고 짚었어요
그러면서 억울하게 고소된 사건은 수사기관이 더 신속하게 종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그런데도 살렸다는 사람들 이야기가 주는 울림
이런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뛰어든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어요
2022년 한강에 뛰어든 여학생을 구한 김시영씨 사연이에요
걷기 모임 중이었던 그는 물 위에 떴다 가라앉았다 하는 하얀 교복을 보고 미친 듯이 뛰어갔어요
학생은 물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고 직접 뛰어들면 둘 다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김씨는 크로스백에 허리띠를 묶어 물에 던졌고 학생이 그 줄을 잡자 힘껏 당겨서 구해냈어요
그 와중에도 학생 얼굴이 긁힐까 신경 썼다고 하니 정말 순간적인 판단력과 침착함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에게 왜 그렇게 행동했냐고 묻자 사회는 유기체이고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다고 대답했다고 해요
같은 해 9월에는 강원도 태백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80대 할머니를 구한 김진호씨 사연도 있어요
상의를 벗어 코와 입을 막고 땅을 짚어가며 기어갔고 이러다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할머니의 머리가 손에 닿았어요
그는 두고 나오면 할머니가 돌아가실 것 같아서 끝까지 힘을 냈다고 말했어요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서 법적 보호를 따지기 이전에 사람을 살리겠다는 그 순간의 마음이 얼마나 강력한지 새삼 느꼈어요
저는 이 사연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예전에 길에서 넘어진 사람을 도와야 하나 망설였던 적이 있어요
바로 다가가서 손을 내밀고 싶었지만 혹시 내가 어설프게 도와서 더 다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스쳤거든요
결국 그때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119에 신고하는 선에서 마무리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망설임 자체가 씁쓸하게 느껴져요
분명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는데 법적인 책임 문제가 그 마음을 살짝 얼어붙게 만든 거니까요
이번 수영장 사연도 마찬가지예요
B 할머니는 그저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려 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500만원을 물어주고 몸까지 앓아누웠어요
이런 사례가 알려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남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 쪽을 선택하게 될 거예요
법이 응급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보호막을 마련해뒀다는 사실은 다행이지만 이번 사연처럼 응급 상황이라 보기 애매한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그 보호막이 확실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진짜 문제라고 생각해요
넘어진 사람을 부축하는 것도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만큼이나 위급한 순간의 판단인데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게 안타까워요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이 사연을 정리하면서 내린 제 나름의 결론은 이래요
무조건 나서지 말라는 것도 답이 아니고 무조건 다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나서는 것도 위험할 수 있어요
다만 최소한 상식적인 선의를 실천한 사람이 억울하게 큰 금전적 부담을 지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현영 전 의원이 발의했던 개정안처럼 사망 사고에 대한 형사책임 면제 범위를 넓히는 논의도 다시 살아나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무엇보다 억울하게 고소당한 사건은 수사기관이 최대한 빠르게 판단해주는 시스템이 갖춰지길 바라요
한강에서 학생을 구한 김시영씨와 화재 현장에서 할머니를 구한 김진호씨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는 한 우리 사회는 아직 따뜻함을 잃지 않았다고 믿고 싶어요
다만 그 따뜻함이 법과 제도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또 다른 B 할머니가 생겨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번 사연을 계기로 선의를 베푼 사람이 억울해지지 않는 사회에 대한 고민이 조금 더 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