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얘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지난 8일 발표한 종량제 봉투 성상조사 결과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그냥 흘려 넘길 뻔했어요
그런데 품목을 하나씩 읽다 보니 갑자기 뜨끔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음식물쓰레기 플라스틱 종이류 같은 항목들이 왠지 낯설지 않았거든요
저도 매일 종량제 봉투를 쓰는 사람 중 한 명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어요
기사를 읽는 내내 이건 청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종량제 봉투를 쓰는 모든 도시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어요
조사의 규모와 방식부터 다시 짚어보면
이번 조사는 지난달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청주광역소각장에서 수거한 종량제 봉투 98개를 대상으로 했어요
공동주택에서 141.3㎏ 공동주택 외 지역에서 245㎏ 합쳐서 386.3㎏을 직접 내용물별로 분석했다고 하니
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봉투 하나하나를 뜯어서 안에 든 걸 분류하는 과정을 상상해보니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 같았어요
장갑을 끼고 냄새를 참아가며 하나씩 분류했을 조사자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저라면 하루도 못 버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을 거예요
상가 지역 38.6%라는 숫자가 남긴 여운
상가나 단독주택 원룸에서 나온 봉투 중 94.6㎏ 38.6%가 잘못 들어간 물건이었고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31.3㎏ 22.2%였다는 결과를 보면서
저희 동네 상가 골목이 떠올랐어요
분리배출함 하나 찾기가 은근히 힘든 곳들이 있거든요
퇴근길에 편의점이나 식당가를 지나다 보면 종량제 봉투가 그냥 길가에 나와 있는 모습을 자주 봤던 기억도 함께 떠올랐어요
그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 이번 조사 결과를 보고 나니 더 궁금해지기도 했어요
나도 배달음식 시켜먹고 용기째 버린 적 있었다
전체 조사량 중 음식물쓰레기가 44.2㎏ 11.4%로 가장 많이 나왔다는 대목에서 뜨끔했어요
저도 배달음식 다 먹고 나서 국물 남은 용기를 그냥 종량제 봉투에 넣어버린 적이 몇 번 있었거든요
분리해서 버리려면 용기를 씻고 물기를 빼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다 같이 던져 넣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어요
특히 야식으로 시킨 국물 요리는 설거지하기도 귀찮고 냄새도 신경 쓰여서 그냥 봉투째 버리고 싶은 유혹이 컸던 것 같아요
이번 기사를 읽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큰 문제로 쌓일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됐어요
분리배출을 미루게 되는 진짜 이유
사실 분리배출 방법을 몰라서 안 하는 경우보다 귀찮아서 안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저만 해도 재활용품을 씻고 말리고 종류별로 나누는 과정이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특히 자취를 하거나 혼자 사는 경우에는 분리배출 요일을 놓치기도 쉽고
쌓인 재활용품을 한꺼번에 처리하려다가 오히려 더 미루게 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이번 조사 결과에서 원룸 지역의 혼입률이 유독 높게 나온 것도 이런 현실적인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저 역시 자취 시절을 떠올려보면 분리배출 요일을 지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나요
환경단체 발표를 보며 든 미묘한 감정
이번 발표를 보면서 묘한 감정이 들었어요
누군가는 이렇게 직접 발로 뛰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문제를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는데
정작 그 문제를 만드는 건 저를 포함한 평범한 시민들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거든요
환경단체의 활동이 그동안 다소 멀게 느껴졌었는데
이번처럼 구체적인 숫자와 현실적인 사례로 다가오니 훨씬 와닿는 느낌이었어요
막연하게 환경보호를 외치는 게 아니라 우리 동네 소각장에서 실제로 확인된 문제라는 점이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우리 동네 분리배출함을 다시 살펴보게 됐다
기사를 읽고 나서 며칠 뒤에 일부러 동네 분리배출함을 한번 둘러봤어요
생각보다 표지판이 잘 안 보이거나 종류별 구분이 애매하게 되어 있는 곳들이 있더라고요
어떤 곳은 플라스틱과 비닐을 같이 넣게 되어 있어서 이게 맞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어요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표지판들을 유심히 보게 된 것도 이번 기사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사소한 부분이지만 이런 안내가 조금만 더 명확했다면 분리배출을 실천하기가 훨씬 쉬웠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건설폐기물 이야기에서 떠오른 이사 기억
기사에는 건설폐기물이 통째로 담긴 봉투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예전에 이사할 때 겪었던 일이 떠올랐어요
당시 낡은 가구나 자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서 한참 검색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정식으로 처리하려면 비용도 들고 절차도 복잡해서 순간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던 적도 있었어요
결국 정식 절차를 따르긴 했지만 그 과정이 생각보다 번거로웠던 기억이 남아있어서
누군가는 그 번거로움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 몰래 섞어 버리는 선택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료계 폐기물 이야기에서 느낀 낯선 불안감
한약재 찌꺼기만 담긴 봉투가 발견됐다는 대목에서는 조금 다른 감정이 들었어요
평소 병원이나 약국 주변을 지나다니면서 저곳의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될까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이번 조사로 인해 의료계 폐기물이 일반 종량제 봉투에 섞여 배출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어요
평소라면 신경 쓰지 않았을 부분인데 이번 기사를 계기로 우리 동네 병원이나 약국의 폐기물 처리 방식이 궁금해지기도 했어요
이번 기사를 계기로 바꿔보려는 작은 습관들
이번 기사를 읽고 나서 제 나름대로 작은 습관을 하나 바꿔보기로 했어요
배달음식을 먹고 나면 용기를 헹궈서 분리배출하는 걸 조금 더 신경 쓰기로 했고
음식물쓰레기 전용 봉투를 따로 챙겨서 사용하는 것도 다시 챙기기 시작했어요
아주 거창한 실천은 아니지만 이런 작은 습관이 쌓이면 결국 소각장으로 향하는 쓰레기 양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었어요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큰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으로 계속해보려고 해요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서 환경 문제라는 게 결국 저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매일 쓰는 종량제 봉투 안에 있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청주환경련의 이번 발표가 저 같은 평범한 시민들에게도 작은 반성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요
앞으로 청주시가 어떤 후속 대책을 내놓을지 그리고 저 같은 시민들의 습관이 얼마나 달라질지 함께 지켜보고 싶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