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카페
몇 년 전 지인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에 놀러 간 적이 있어요
아담하고 조용한 동네 카페였고 사장님은 손님 한 명 한 명을 정말 정성스럽게 대하는 분이었어요
그날도 평소처럼 조용히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한 손님이 들어왔어요
표정부터 심상치 않았어요
손님이 들고 온 것
그 손님은 반쯤 마신 아이스 음료를 들고 카운터 앞에 탁 내려놨어요
뭔가 이상한 게 들어있다는 거예요
저도 옆에서 봤는데 솔직히 뭐가 들어있는지 육안으로 확인이 잘 안 됐어요
사장님은 조심스럽게 확인하면서 죄송하다고 했고 손님은 목소리를 높이며 환불과 함께 이런 가게를 어떻게 믿고 오냐는 말까지 했어요
그 자리에서 굉장히 불편했어요
사장님의 표정
사장님은 끝까지 침착하게 대응했어요 환불을 해드리고 다음에 다시 방문해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어요
손님이 나간 뒤 사장님이 잠깐 뒤를 돌았는데 표정이 무너져 있었어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얼굴에 많은 게 담겨 있었어요
억울함인지 허탈함인지 아니면 그냥 지쳐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어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
며칠 뒤 그 지인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사실 그 음료에 뭔가 이상한 게 있었는지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했어요
재료나 도구 어디에도 문제가 없었고 그날 같은 음료를 마신 다른 손님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그 순간 혼자서 버텨내야 했던 거예요
틀렸다고 주장하기도 어렵고 그냥 넘어가자니 억울하고 그런 상황이었던 거예요
목격자로서 느낀 것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되게 복잡한 감정이 들었어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뭔가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의심이 들 수 있어요 그건 이해해요
하지만 그 의심을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공격적이었어요
카운터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가게 전체 손님들이 다 보는 앞에서 몰아붙이는 건 설령 손님이 맞다 하더라도 적절한 방식이 아니에요 말 한마디도 예의가 있어야 해요
지금도 생각나는 이유
그 경험이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이유가 있어요
그 사장님이 나중에 가게 문을 닫았거든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날처럼 감정이 소모되는 순간들이 쌓여서 결국 지쳐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커피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감정 소모 노동으로 변해버리는 순간 사람은 무너지는 거예요
그날의 날파리 1마리가 그냥 날파리가 아니었던 거예요
결국 기억에 남는 건 사람
카페에서 마신 커피 맛은 잊혀도 그곳에서 있었던 일은 오래 기억돼요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결국 그 공간에 있던 사람들이 만드는 거예요
자영업자의 친절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그날 처음으로 제대로 느꼈어요
그 이후로 카페에서 음료를 받을 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더 자주 하게 됐어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그 한마디가 사장님한테는 꽤 큰 힘이 될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