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거대한 흰 날개가 돌아가는 이유
경상북도 경주시 토함산 자락에는 오랫동안 불국사와 석굴암만 있는 줄 알았던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최근 이 두 문화유산을 둘러본 여행객들의 발길이 향하는 또 다른 장소가 있어요
바로 조항산 능선 해발 약 596m에 자리한 경주풍력발전 제1발전소인데요
사람들은 이곳을 정식 명칭보다 바람의 언덕이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러요
불국사 부근에서 구불구불한 불국로를 따라 15분 남짓 달리면 경주 풍력 발전소 바람길이라는 이정표가 나타나고 곧이어 거대한 흰색 타워들이 시야를 가득 채우는 풍경을 만나게 돼요
지면에서 날개 축까지 높이가 80m에 이르고 세 개의 날개가 회전하며 그리는 원의 지름은 95m로 축구장 길이에 가까운 규모예요
발전소이자 동시에 사진 명소가 되어버린 이 공간은 이제 한국의 에너지 전환이 어떤 방식으로 시민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어요
발전 설비가 산업 인프라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사람들의 카메라 셔터를 부르는 배경이 된 셈인데요
이 흐름을 따라가며 국내외 여러 사례와 함께 재생에너지 시설이 관광자원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하나씩 짚어보려고 해요
흐린 날에도 주차장을 채우는 대여섯 대의 차량이 말해주는 것
지난 9월9일 흐린 날씨에 간간이 찬 바람이 불어닥쳤던 날에도 바람의 언덕 발전소 주차장에는 대여섯 대의 차량이 들어서 있었다고 해요
발전기 날개가 묵직하게 허공을 가르는 장면을 담기 위해 방문객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고 발전기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는 그룹도 눈에 띄었어요
대구에서 여행을 온 20대 여성 방문객은 황리단길 다음 코스로 이곳을 찾았다고 밝혔고 지난번 방문했을 때 풍경이 너무 예뻤던 기억이 있어 다시 왔다고 말했어요
평일 흐린 날씨에도 이 정도 인파가 모인다는 사실은 이 장소가 더 이상 우연히 지나가다 들르는 곳이 아니라 목적지로서 자리를 잡았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어요
발전소 관계자에 따르면 봄과 가을 주말에는 여행객과 산악자전거 동호인의 차량 수십 대가 굽잇길을 메운다고 해요
인파가 몰릴 때는 주차장에만 40대에서 50대의 차량이 서 있는 수준이라고 하니 결코 작은 규모의 방문이 아니에요
벚꽃이 피는 시기에는 특히 사람이 몰리고 더운 여름에도 경주 시내보다 4도에서 5도 가량 서늘한 날씨 덕분에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고 해요
이제는 대만과 일본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도 이 코스를 찾는다고 하니 국내를 넘어 해외 여행객의 동선에도 들어가기 시작한 셈이에요
풍력발전기 배경으로 웨딩촬영까지 이루어지는 이색 풍경
가장 놀라운 변화는 아마도 웨딩촬영일 거예요
경주풍력발전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는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이곳에서 웨딩촬영을 한 방문객도 있었다고 전했어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발전 설비 인근에서 결혼사진을 찍는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게 느껴졌을 텐데 지금은 하나의 이색 촬영지로 소문이 나고 있는 거예요
발전기의 새하얀 타워와 파란 하늘 그리고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초록빛 풍경이 어우러지면서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인기 비결로 꼽혀요
실제로 강원도 태백 매봉산 풍력발전단지에서도 초록색 배추밭을 배경으로 하얀 풍력발전기와 파란 하늘이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풍경을 보기 위해 7월과 8월이 가장 좋은 시기라는 안내가 나올 정도로 계절별 포토스팟으로 자리매김한 사례가 있어요
경상북도 영덕군의 풍력발전단지 역시 동해 강구항과 어우러지는 풍경을 두고 지역에서는 동양의 나폴리라 칭해도 과장이 아니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어요
산업 시설이 지역의 정체성을 새롭게 규정하는 상징물로 바뀌는 흐름이 경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사람들이 발전 설비 앞에서 인생샷을 남기려는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익숙한 관광지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스케일과 이질감에서 오는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문화유산 관람 동선 끝에 자연스럽게 편입된 재생에너지 현장
경주풍력의 가장 큰 강점은 관광객이 꾸준히 오가는 문화유산 인근에 자리 잡았다는 점이에요
풍력발전소만을 보러 별도로 여행을 계획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다른 일정과 묶어서 자연스럽게 풍력 발전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에요
결과적으로 이런 동선은 풍력발전에 대한 친근함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어요
불국사와 석굴암이라는 전통 문화유산의 관람 동선 끝에 재생에너지 현장이 자연스럽게 편입된 형태라고 볼 수 있어요
경주풍력발전에서 근무 중인 한국동서발전 관계자는 다른 육상풍력 단지들은 외딴 산지에 있어 주변 관광지나 상권과 연계하기 쉽지 않지만 이곳은 불국사와 석굴암을 둘러본 여행객들이 이동 동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들를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어요
이는 단순히 입지가 좋았다는 행운을 넘어서 에너지 시설이 지역 관광 생태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시사점이에요
전 세계적으로 풍력발전기 자체가 관광산업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해외 유수 대학과 연구기관 조사에서도 나오고 있는데 경주의 사례는 그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문화유산과 산업시설이라는 이질적인 두 요소가 하나의 여행 코스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 될 것 같아요
경주시가 심어놓은 수목숲과 산책로가 완성한 여가 공간
본업에 충실한 산업 인프라였던 이곳의 공간 표정이 바뀐 데에는 경주시의 조성 사업도 큰 역할을 했어요
경주시는 2019년부터 발전소 인근에 토함산 수목 경관숲 조성사업을 시작하면서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한 여가 공간 확충에 나섰어요
그 결과 제1발전소 일대에는 전망 정자인 경풍루와 산책로 그리고 피크닉 공간 등이 마련되어 여행객을 맞고 있어요
단순히 발전기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던 산업 부지가 사람들이 머물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된 셈이에요
이런 시도는 발전 시설을 향한 주민들의 거부감을 낮추고 오히려 지역 자산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돼요
전망 정자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특히 인기가 높은데 지역 주민 한 분은 저녁 노을이 정말 예뻐서 인근에서도 많이 보러 온다고 전하기도 했어요
다만 이 주민은 화장실 같은 인프라가 부족해 이런 부분이 잘 갖춰졌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함께 드러냈어요
관광객이 몰리는 만큼 편의시설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는 앞으로 이 공간이 더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보여요
숫자로 보는 경주풍력의 규모와 설비용량
조금 더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경주풍력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져요
경주풍력은 한국동서발전과 동국S&C가 운영하는 풍력발전소로 2012년 10월 상업운전을 시작했어요
제1발전소는 16.8메가와트 규모로 2.4메가와트급 터빈 7기로 구성되어 있고 여기에 양남면에 위치한 제2발전소를 합치면 총 설비용량은 37.5메가와트에 이르러요
2017년에는 9메가와트시급 에너지저장장치도 추가로 들여놓으면서 발전 효율을 한층 끌어올렸어요
7기의 터빈이 만들어내는 위압감은 방문객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앞서 언급했듯 지면에서 날개 축까지 높이만 80m이고 날개가 그리는 원의 지름이 95m라는 사실은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상상 이상의 스케일로 다가와요
이런 물리적 크기가 오히려 관광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 주는 웅장함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인이 되고 있어요
전국에는 이미 80곳이 넘는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가운데 관광지로서 자리 잡은 사례는 아직 소수에 불과해요
그렇기 때문에 경주풍력처럼 규모와 접근성 그리고 주변 관광자원을 모두 갖춘 사례는 앞으로 벤치마킹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영덕에서 태백까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발전소의 관광지 변신
경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경상북도 영덕군에 자리한 영덕 풍력발전단지는 사계절 내내 바람이 많은 지역 특성을 살려 해안을 끼고 조성됐는데 포토존과 산책로 그리고 캠핑장까지 갖추면서 가족 단위와 연인들이 자주 찾는 코스로 각광받고 있어요
영덕군은 동해 강구항과 풍력발전단지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두고 동양의 나폴리라 칭해도 과장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어요
강원도 태백시의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해발 855m에 위치한 추전역과 함께 묶이는 여행 코스로 알려져 있고 배추밭과 어우러지는 풍경이 백미로 꼽혀요
제주도의 행원 풍력발전소 역시 탁 트인 바다 경관과 함께 관광명소로 발전한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되고 있어요
전북 군산시의 비응도 풍력발전단지도 지역 관광 안내 콘텐츠에 공식적으로 소개될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경상북도 영양군의 맹동산 풍력발전소는 해발 800m에 위치해 주위 산들을 내려다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탁 트인 동해바다까지 만끽할 수 있는 입지로 소개되고 있어요
이렇게 나열해보면 전국의 풍력발전소들이 저마다 다른 매력 포인트를 앞세워 관광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공통된 흐름이 보이는데 경주풍력은 그 가운데서도 문화유산과의 연계라는 독보적인 강점을 지닌 사례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바다 건너 덴마크에서는 이미 연간 200만명이 몰려드는 발전단지가 있다
시야를 해외로 넓혀보면 더 흥미로운 사례들이 많아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앞바다 3km 지점에 설치된 미델그룬덴 해상풍력단지는 20기의 풍력발전기로 구성되어 있고 총 발전 용량은 40메가와트에 이르러요
이 단지가 특별한 이유는 8500여명의 주민이 참여한 협동조합이 지분의 절반을 보유한 이익공유 모델로 유명하기 때문이에요
발전으로 얻는 수익을 주민들이 함께 나누다 보니 시설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애정과 자부심이 형성됐고 그 결과 이 단지가 모범적인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로 알려지면서 매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200만명에 달한다고 해요
영국의 발전기업이 컨설팅 회사에 의뢰한 조사 결과에서도 해상풍력단지가 관광업 고용률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건설되고 있는 지역의 고용률은 해당 지역이 속한 대단위 행정구역의 고용률 추세를 따라가거나 도리어 더 나은 수치를 보여준다는 것인데 이는 발전소 건설이 지역 경제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증거로 볼 수 있어요
영국 램피온 해상풍력단지 역시 수백만명에 달하는 여행객을 끌어들인 사례로 꼽히고 네덜란드의 노르드오스트 윈드파크도 비슷한 맥락에서 언급되고 있어요
국내에서도 제주 탐라해상풍력과 부산 청사포 해상풍력이 지역 경제 활성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해상풍력 역시 육상풍력 못지않게 관광자원으로서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인구 3800명의 작은 섬이 세계적인 에너지 관광지가 된 사연
조금 더 극적인 사례를 소개하자면 덴마크의 삼쇠섬을 빼놓을 수 없어요
삼쇠섬은 코펜하겐에서 자동차로 1시간 20분 거리에 있는 칼룬버그 항에서 카페리를 타고 다시 1시간 30분을 이동해야 도착하는 작은 섬인데 총 면적은 114제곱킬로미터이고 인구는 3800명 남짓이에요
이 섬은 1997년 재생에너지 섬으로 지정된 이후 10년 만에 에너지 자립을 이루어낸 것으로 유명한데 현재 전기의 100%와 난방의 70%를 재생에너지원으로 공급하고 있어요
재생에너지 시설로는 밀짚 열발전소 3개와 목재 칩 및 태양열 시설 그리고 1메가와트급 육상 풍력발전 터빈 11기와 2.3메가와트급 해상 풍력발전 터빈 10기가 갖춰져 있어요
11기의 육상 터빈만으로도 섬 전체 전력 소비량을 넘어서는 발전량을 기록하고 있고 이는 석유 약 69만갤런을 대체하는 효과와 맞먹는다고 해요
10기의 해상 터빈은 섬의 교통 에너지 예산 전체를 커버할 만큼의 전력을 생산한다고 하니 놀라운 수치예요
이런 성과를 취재하기 위해 세계적인 시사잡지를 비롯한 많은 해외 언론이 이 작은 섬을 방문했고 지금도 지속가능성을 공부하는 각국의 학생과 연구자들이 답사와 체험을 위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어요
발전 설비가 단순한 산업 인프라를 넘어 하나의 교육 관광 콘텐츠이자 지역 브랜드로 완전히 자리 잡은 극단적인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일본 요코하마의 대관람차보다 높은 풍력발전기 하마윙
이웃나라 일본에도 흥미로운 사례가 있어요
2007년 4월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설치된 실험적인 풍력발전소는 하마윙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어요
로터 지름이 80m이고 타워 높이가 78m에 이르는 이 발전기는 회전 시 최고점 높이가 118m에 달하는데 이는 요코하마의 명물인 코스모클락21 대관람차의 높이 112.5m보다도 높은 수치예요
도심 한복판 항구 지역에 세워진 이 발전기는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며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 잡았어요
발전 설비가 반드시 외딴 산지나 해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상징적인 구조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예요
이처럼 해외의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풍력발전기를 단순한 발전 설비가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랜드마크로 활용해온 경험이 쌓여 있어요
한국 역시 이제 막 그 흐름을 따라가기 시작한 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 경주풍력의 사례는 그 출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국내에서도 발전 설비를 도시 브랜딩이나 관광 마케팅의 자산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시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해 보여요
화려한 성공담 이면에 숨어있는 갈등과 반대의 목소리
다만 이 모든 이야기를 장밋빛으로만 그릴 수는 없어요
풍력발전소가 관광지로 각광받는 사례가 늘어나는 동시에 주민 반대와 갈등을 겪는 지역도 여전히 많기 때문이에요
전북 무주군에서는 삼봉산과 조항산 능선 일대에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찬성 단체와 반대 단체로 나뉘어 대립한 사례가 있었어요
찬성 측은 사업이 지역의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반대 측은 자연 훼손과 주민 생활에 미치는 피해를 우려하며 수차례 집회를 열기도 했어요
충북 영동군에서도 풍력발전단지 조성이 추진되자 주민들이 자연환경 훼손과 소음 피해를 이유로 집단행동에 나섰던 일이 있었고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풍력발전은 주민들이 십중팔구 반대하는 사업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남기기도 했어요
경상북도 영양군에서도 풍력발전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결국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진 사례가 있었고 강원도 영월군에서는 망경대산 훼손을 이유로 주민들이 풍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바 있어요
제주도 추자도 인근에서 추진된 대형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 역시 주민 반발이 이어지면서 제주시장이 직접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듣겠다고 나설 만큼 민감한 사안으로 떠올랐어요
제주도는 이런 갈등을 줄이기 위해 특정 지역에 한해서만 풍력발전지구를 지정하고 그 안에 경관작물 등을 심어 환경 및 관광자원으로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는데 이는 개발과 보전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어요
소음과 저주파 그리고 경관 훼손을 둘러싼 오래된 논쟁
풍력발전을 둘러싼 반대 목소리의 핵심에는 대체로 세 가지 우려가 자리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소음 문제이고 두 번째는 저주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이며 세 번째는 경관 훼손과 그로 인한 지가 하락이에요
실제로 제주도는 과거 토지주와 주민들이 풍력발전시설로 인한 경관 훼손과 소음 공해 그리고 지가 하락 문제를 제기하는 민원이 증가하자 풍력자원을 공공재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선 적이 있어요
무주군의 반대 단체는 저주파가 노약자와 임산부 그리고 태아에게 위험하고 어지럼증 등이 나타난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이런 주장에 대해 찬성 측은 진실이 왜곡된 소문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어요
이처럼 같은 사안을 두고도 지역 안에서조차 시각이 완전히 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풍력발전 사업이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문제라는 사실을 잘 보여줘요
경주풍력이 지금처럼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게 된 배경에는 조항산이라는 입지가 기존 문화유산 관광 동선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지리적 행운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모든 지역이 경주와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해 보여요
결국 풍력발전소가 관광 자산이 되느냐 갈등의 씨앗이 되느냐는 입지 선정과 주민 소통 그리고 이익 공유 방식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관광 명소화가 지역 주민의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
경주풍력이 안고 있는 과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발전소 진입로와 주변에 지역 상권이 형성되게끔 해 관광 명소화가 지역 주민의 수익으로 연결되게 하는 과제가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발전소를 운영하는 기업과 경주시가 각각 시설 운영과 공원 조성을 맡아왔지만 정작 이 공간을 찾는 관광객들이 지역에서 소비하고 머물 수 있는 인프라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에요
전기를 생산하는 공간이 관광지 역할까지 맡게 된 만큼 발전소와 지자체가 방문객 편의와 안전을 위한 관리 역할을 나누는 일도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덴마크 미델그룬덴 사례처럼 주민이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수익을 나누는 협동조합 모델은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커요
발전소가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곳을 넘어 지역 경제의 한 축으로 기능하려면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화장실 같은 기본적인 편의시설 확충부터 시작해서 카페나 기념품점처럼 관광객들이 소비할 수 있는 상권 조성까지 단계적인 계획이 필요해 보여요
이런 부분이 잘 갖춰진다면 경주풍력은 단순한 사진 명소를 넘어 지역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에너지 전환 시대 발전 설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잠시 제 생각을 덧붙여보고 싶어요
저는 이번 경주풍력 사례를 보면서 에너지 시설을 향한 사람들의 인식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과거에는 발전소나 송전탑 같은 시설이 들어선다고 하면 지역 주민들이 반사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배경에는 시설이 주는 실질적인 불편함도 있었지만 낯설고 위압적인 인공 구조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고 봐요
그런데 경주풍력처럼 시설 자체가 아름다운 풍경으로 받아들여지고 나아가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와 사진을 남기는 장소로 바뀌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런 인식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이런 변화가 모든 풍력발전 사업의 갈등을 해소해주는 만능열쇠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서 살펴본 무주와 영동 그리고 영양과 영월 그리고 추자도의 사례에서 보듯이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소음과 경관 훼손 그리고 지가 하락을 둘러싼 갈등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에요
다만 경주와 영덕 그리고 덴마크 삼쇠섬과 미델그룬덴의 사례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주민과의 소통 그리고 이익 공유 그리고 부수적인 관광 인프라 조성이 함께 이루어질 때 발전 시설이 갈등의 대상에서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에요
저는 이런 방향으로의 전환이 앞으로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참고 모델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발전 용량을 늘리는 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시설이 지역 사회 안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떤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까지 함께 고민하는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봐요
앞으로 경주풍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남은 과제들
마지막으로 경주풍력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해보고 싶어요
우선 지금처럼 자연스러운 관광 동선 안에 자리 잡은 강점을 살려서 불국사와 석굴암을 찾는 국내외 여행객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이 공간을 알리는 홍보 전략이 필요해 보여요
동시에 발전소 관계자가 언급했던 지역 상권과의 연계 그리고 주민들이 지적한 화장실 등 편의시설 확충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균형 있게 풀어나가야 할 것 같아요
덴마크 미델그룬덴처럼 주민 참여형 수익 공유 모델을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여요
계절별로 벚꽃 시즌과 여름철 서늘한 기후 그리고 노을이 아름다운 저녁 시간대 등 이미 확인된 방문 포인트를 활용한 테마형 여행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웨딩촬영 명소로 입소문이 나고 있는 만큼 이를 공식적인 촬영 콘텐츠나 지역 마케팅 자산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변화가 발전소를 운영하는 기업과 지자체 그리고 지역 주민이 함께 논의하고 함께 혜택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에요
경주풍력이 보여준 성공적인 관광 자산화 사례가 앞으로 전국 곳곳의 다른 발전소에도 좋은 참고가 되고 나아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봐요
불국사와 석굴암이라는 천년의 역사 위에 새롭게 더해진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더 성장해나갈지 계속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에요